전문가칼럼

갱년기 증상의 비밀

황덕상 2015. 01. 13
조회수 10888 추천수 0

04651201_P_0 copy.jpg » 한겨레 자료 사진목이 답답해서 겨울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티를 못 입는다.”

하는 일이 영업이라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얼굴이 붉어져서 술 마셨냐는 말을 들어서 민망하다.”

밤만 되면 머리에서 땀이 흐르고 잠을 못 자니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집에서 버럭버럭 소리부터 지르는 엄마로 변신해요.”

이럴 때 주변에서 뭐라고 그래요? “갱년기 인가봐~!!”

 

이 말들 속에는 갱년기 증후군이 병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폐경은 우리 몸에서 나이가 들면서 거쳐야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이라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 여성 질환을 다루는 胞門(포문)” 장에는 갱년기 증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비슷하게 경폐라고 하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건 요즘에 폐경 이전 여성에게 생기는 무월경에 해당하는 병의 치료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갱년기 증상에 대해서 한의원에서 한의약을 통해서 많은 갱년기 여성들이 치료받고 있다. 이런 갱년기 증후군에 대한 내용들은 동의보감에 내용이 완전히 없는 것인가? 동의보감이나 한의서에 나오는 갱년기 증후군에 대한 내용들은 주로 양생법, 오래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이 언급되는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맞다!

한의학에서 갱년기는 병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늙어가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항노화, 늙지 않고 젊게 살아가는 방법으로 고민한 것이 동의보감을 통해서 본 갱년기에 대한 한의학적 인식이다.

 

우리 몸에는 불과 물의 기능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두 가지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특히 에 해당하는 기운이 더 많이 줄어들어버리므로, 상대적으로 열이 나는 듯해지는 상태가 갱년기 증상이다. 한의학에서 갱년기 증상을 설명할 때는 바로 이런 물과 불의 불균형 상태라고 한다. 주변에 폐경이 되어도 갱년기 증상이 없이 건강하고 즐거운 폐경 이후의 인생을 누리는 여성들도 많이 있다. 바로, 폐경기가 되었지만 우리 인체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치료 목표를 삼는 것이 바로 이런 균형 상태이다. 단지 호르몬이 부족한 상태가 갱년기 증상의 원인이라면 폐경 이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상황들에 대해서 설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갱년기의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 “갱년기는 지나간다.” 폐경 전후 여성의 75%정도가 안면홍조나 야간에 심한 땀이 나는 증상과 같은 혈관운동성증상에 고통을 받는다. 대부분의 여성에게 혈관운동성증상은 대체로 폐경 후 1~2년동안 지속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0년 또는 그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폐경은 여성의 일생 중 너무나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 그건 병이 아니다. 지나가지 않는 큰 변화라고 느끼니까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폐경은 마치 겨울이 오기 전에 잎도 시들고, 열매도 떨어지고, 더 이상 새싹이 돋아나지 않을 시기 같은 가을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는 것은 열매를 못 맺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고, 무성했던 잎들은 낙엽으로 떨어져버린 것처럼 피부도 건조하고 볼 살도 홀쭉해 지는 것 같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서 이런 저런 생명이 줄어드는 것 같은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사계절 중에서 가을이 병적으로 나쁜 계절은 아니다. 오히려 4계절 중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열매를 맺고 그 속에서 씨앗이 나와서 내년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무성했던 여름을 마무리하는 시기도 되는 것이다. 폐경도 그런 시기인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한 단계 쉬어 가는 과정일 수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알레르기 비염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겨울 내내 알레르기 비염으로 심하게 고생하진 않는다. 환절기에 몸을 잘 조리하고 넘기면 겨울을 오히려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성 호르몬이 줄어든 상태가 병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 말은 Novak & Berek Gynecology 라는 미국 부인과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굉장히 유명한 책에 나오는 말이다. 굉장히 놀라운 점은 안면홍조(hot flush)의 원인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부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져서 안면홍조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나오던 것이 안 나오는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오히려 여성 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안면홍조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의 근거로 든 예가 있다. 갱년기 상태와 똑 같은 FSH가 높고,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터너증후군이라는 병 자체에는 안면홍조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그 환자가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멈추면 안면홍조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FDA에서 제시한 호르몬 요법의 원칙들을 보면 뭔가 변화된 인식을 볼 수 있다. 물론, 양방적 치료에서 갱년기 증후군에 대해서 알려진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은 호르몬 요법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 수치를 오랫동안 높이는 것이 좋은 치료일 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호르몬 요법의 기본적인 원칙이 최신 교과서에서는 변화되었다. 갱년기 호르몬 요법은 효과적이면서 최소한의 용량 (lowest effective dose)을 최대한 단기간(shortest amount of time) 동안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호르몬 수치의 변화에 집중하는 것보다 여성의 몸 상태에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변화 시기를 잘 지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법이 더 합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한의약으로 갱년기 증상에 대한 치료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한의학적 입장은 자연스러운 여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 기와 혈, 음과 양의 조화, 결국 물과 불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물과 불의 불균형 상태를 체질적 문제, 기와 혈의 균형 문제, 순환문제 등과 같은 복합적인 진단을 통해서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치료한다. 인생 최대의 변화 시기에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기와 혈, 음과 양이 조화롭게 유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폐경기를 지내는 치료를 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치료 방법 중 체질별 접근법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몸에는 물과 불의 상태는 다르다고 보고 체질 별로 치료 방법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기가 부족해서 갱년기 증상이 생긴다. 결국, 물과 불을 돌릴 수 있는 창고의 곡식, 재화가 부족한 상태이고, 이런 경우는 인삼과 같은 보기 시켜 주면서 비위기능을 좋게 해주는 치료가 좋은 효과가 있다. 소음인이 해당한다


또 다른 체질에서는 현금은 있는데, 잔고가 부족해서 금방 동이 나는 경우이다. 그래서, 불도 잘 붙고, 열도 화끈 거리고, 활동적이지만 금새 기운이 떨어지고 지구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는 끈적한 숙지황이 들어간 치료가 좋은데, 숙지황은 신기능을 보하고, 우리 몸의 기본적인 원음, 기본이 되는 수분을 채워주는 효과가 있다. 소양인에 해당한다


다른 체질은 현찰도 많고, 자산도 많은데 담보나 채무가 많아서, 즉 우리 몸의 기운을 잘 돌리지 못해서 잘 썩고 뭔가 지저분한 노폐물이 끼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많이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쓸 수 있는 실제적인 것이 없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튼튼해 보이지만, 항상 잘 붓고, 기운도 없고, 무겁고 그런 증상에 시달린다. 이럴 때는 연자육이 들어간 처방을 사용한다. 그런 사람은 순환시키고 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해서. 연자육이라고 하는 약제가 필요하다. 연자육은 연꽃의 씨앗인데, 지저분한 곳에서 맑게 꽃을 피우는 정화하는 능력이 크기 때문이다. 태음인이 해당한다.


폐경은 우리 몸에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다.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인데, 그 변화를 거부하고 인위적으로 그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병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건강의 비결은 자연스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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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상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 두 아들과 놀러가기 좋아하는 아빠. 삼대째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달과 해, 바다와 산이 있는 것처럼 몸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다름을 알아서, 각 특성을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과 다른, 서양인과 다른 우리나라 여자에게 생기는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사이다. 국민체육21에 ‘바른 몸 이야기’ 칼럼 연재. KBS 아침마당 월요일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의 수다는 베이비 트리에서도 계속 된다~ 쭈욱~
이메일 : soulh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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