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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육아를 부탁해] 어른들이 잊고 사는 `아이들의 권리'

양선아 2012. 06. 28
조회수 969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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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뉴슈코르착의아이들.jpg  야누슈 코르착 지음ㅣ양철북·8500원 

 

“아이를 대할 때는 이방인을 대하듯 해야 합니다. 우리말을 할 줄 모르고, 우리의 법과 관습에 무지한…. 때때로 아이는 혼자 관광을 하기를 바라죠. 길을 잃으면 길을 물을 것입니다. 짜증내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 줄 인도자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중 )  
 
“우리는 아이들이 우릴 비판하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잘 다스리지도 못하죠. 대신 그 책무를 아이들에게 맡겨 놓죠. 교사도 마찬가지로 어른의 특권을 차지하고는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는 포기하고 아이들을 감시합니다. 아이들의 잘못은 꼼꼼히 기록하면서 자기 잘못은 무시하죠. 우리는 왜 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나요? ‘다루기 힘든’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어른들 아닌가요?”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중)  
 
야누슈 코르착을 알게 된 것은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에 칼럼을 쓰고 계시는 이정희 선생님을 통해서다.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계신 이정희 선생님은 지난 5월 진행된 ‘한겨레-마포구 부모특강’ 강연자로 나섰는데, 강연을 마무리하실 때 이 책에 있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끝냈다. 그때 들은 이 책의 몇 구절은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고, 나는 강연이 끝난 뒤 책을 찾아 읽었다.

이 책은 앞에 소개한 글들처럼 매우 짧은 단문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각각의 글은 아동 인권에 관한 코르착의 핵심 사상과 아이들에 대한 영감, 삶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아이들은 어떻게 보면 낯선 세계를 방문한 이방인이다. 어른들의 법과 관습에 대해 잘 모르는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이 새롭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탐색할 뿐이다. 이방인인 그들에게는 때로는 이 세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짜증내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줄 인도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 이방인은 지금 이 곳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고, 지금 이 곳에서의 삶에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곳의 사람들과 어우러질 수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방문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부모가 내 아이에게 친절한 인도자가 되겠다 생각한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좀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어른들, 그리고 부모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 한다. 자기가 정해 놓은 틀 속에 아이를 가두려 한다. “공부를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부모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등등 항상 의무만 강조한다. 그러나 코르착이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으로서 의무를 부여받기도 하지만, 오늘의 주인으로서 누릴 권리도 있다. 그런데 많은 어른들은 의무만 강조하지 권리는 모른 척 한다.
 

아이들은 사랑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또 이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권리가 있고, 지금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현재의 자기 모습대로 살 권리가 있고, 실수할 권리가 있다. 실패할 권리가 있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권리가 있다. 아이들은 그 모습 그대로 소중하게 생각될 권리가 있고, 비밀을 가질 권리가 있다. 한 번 정도 거짓말하고, 속이고, 물건을 훔칠 권리가 있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슬픔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불의에 대항할 권리가 있다.
 

바로 이것이 코르착이 생각하는 아동의 권리다.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이 권리들에 대해서 그는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실제 그는 삶 속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일을 실천했다.  
 
코르착은 폴란드의 아동문학가이자 교육학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아동 인권 옹호의 선구자로, 국제연합(UN)은 1979년을 ‘아동의 해’로 선포하면서 ‘야누슈 코르착의 해’로 명명하기도 했다. 바로 그 해는 코르착이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난 해였기 때문이다. 1924년 국제연맹이 아동 인권선언을 채택하기 전부터 코르착은 아동 인권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그는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는 가난하고 버려진 폴란드의 수많은 아이들을 돌보는데 평생을 바쳤고, 나치가 바르샤바 유대인 주거 지역을 소탕하려 했을 때 수백 명의 고아와 함께 트레블링카의 가스실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 숨졌다. 그의 삶 자체는 굳건한 신념의 실천이자 웅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꽂이에 코르착의 책을 꽂아두고 틈틈이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시처럼 짧지만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그의 글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코르착의 글을 읽으면 어른들이 오히려 무지하고, 노력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그렇고 그런 말들을 똑같이 풀어놓는 그 어떤 육아서보다도 코르착의 단문들은 부모들에게 자신의 양육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줄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양선아 기자의 [책, 육아를 부탁해]

▶ 책읽는 부모들의 속닥속닥 수다방 [책읽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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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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