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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아빠들, `바보 아빠' 안되려면

양선아 2012. 02. 03
조회수 918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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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나이젤 라타 지음/내인생의 책 펴냄·1만3000원

 

 

커버딸바보.jpg 어린이집에 간 딸이 단짝 남자친구만 생겨도 질투하는 사람이 아빠란 종족이다. 만약 그 딸이 커서 밤 11시께 친구 만나러 나가겠다고 하면? “어떤 친구냐? 남자냐, 여자냐?” “무슨 일로 나가냐?” 시시콜콜 물으며 좌불안석 못하는 사람이 아빠다. 자식을 한두 명 낳는 요즘엔 ‘딸바보’ 아빠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딸을 금방이라고 깨질 수 있는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룬다.
 뉴질랜드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인 나이젤 라타는 ‘딸바보’ 아빠들이 ‘바보 아빠’가 되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딸이 나이에 따라 어떤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화성에서 온 아빠가 금성에서 온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맞춤 육아서’인 셈이다. 책을 읽다보면 아빠가 딸을 키우는 것이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며, 가장 중요한 것은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지은이는 아빠들이 딸을 키우는 과정을 크게 사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생후 첫 3년이 두뇌발달의 결정적 시기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 아이들의 두뇌에 어떤 폭풍이 일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책에서는 여성의 경우 만 11살 무렵 뇌의 회백질 발달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전한다. 회백질과 백질은 두뇌세포 또는 뉴런의 각기 다른 부분을 가리키는 용어다. 백질은 신경충동 전달의 속도를 향상시키고 충동의 타이밍을 조절해주는데, 사춘기때 회백질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십대의 충동성은 늘게 된다. 따라서 십대들은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고 스릴을 즐기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이렇게 충동적이고 건드리면 툭 터질 것만 같은 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빠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지은이가 제시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버티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기 시절 꾸준히 백질의 양이 늘어나면서 딸도 변한다. 그렇다고 딸에게서 달아나라는 것은 아니다. 딸아이가 아빠를 밀어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굴더라도 거기에 속지 말라고 지은이는 조언한다. 가끔은 큰 소리를 내면서, 또 가끔은 침묵을 지키면서 그냥 아이 옆에 있어줘야 한다. 딸의 인생에 아빠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표현이다.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니?”라고 묻고, 베개나 좋아하는 의자에 쪽지를 남기고,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전자식’ 포옹을 전송하라고 한다. 딸의 ‘버럭질’이 견디기 힘들어도 딸이 왜 화내려 하는지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단단한 바위’가 되라고 말한다. 아빠라고 해서 아이가 왜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고 말한다.


아동기 문제행동치료 전문가인 지은이의 글은 많은 문제 아동들과 상담한 경험들이 녹아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또 딸들이 다른 남자들과 동등하게 이 세상에서 굳건하게 홀로 설 수 있도록 아빠가 어떤 식으로 딸을 키워야 하는지도 말해준다. ‘딸은 아들보다 말이 많다’거나 ‘딸은 언어를, 아들은 수학을 더 잘한다’는 선입견들이 진실이 아닌 것도 밝혀준다. 남녀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점도 알려준다. 시종일관 유머 가득하고 위트 넘치는 책이어서 아빠라면 낄낄 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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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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