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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 금수저 흙수저 따로 없다

양선아 2016. 02. 15
조회수 9962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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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1만6000원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자녀 교육의 성공 척도는 무엇일까? 최근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인구 구성 비율에 비례해 전국의 성인남녀 2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녀교육관을 엿볼 수 있다. ‘2015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녀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 좋은 직장 취직’(24.3%),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21.9%),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는 것’(19.1%),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17.7%),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14.5%) 순으로 답했다. ‘4·5차 조사(2008년·2010년)에서는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는 의견’(각 31.2%, 25.8%)이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의견’(각 24.8%, 22.5%)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최근 부모들의 자녀교육관도 상당히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오마이뉴스>의 대표이사인 오연호씨가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 펴냄)를 보면, 덴마크 사람들의 교육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관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덴마크는 국제연합(UN)이 15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1위를 차지한 나라다. 오씨는 행복지수 1위를 기록한 덴마크의 비밀을 알고싶어 1년6개월동안 세 차례 덴마크를 방문했다. 그는 300여명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덴마크 사회 시스템과 문화에 대해 탐구한 뒤 지난 2014년 9월 이 책을 펴냈다.  최근에 나온 책은 아니지만 `베이비트리' 독자들과 꼭 함께 읽고 싶어 소개한다.

 

덴마크 1.jpg » 덴마크 길거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책에서 오씨는 그가 만난 평범한 덴마크 시민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는지 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준다.
 
코펜하겐에 있는 대형 레스토랑에서 만난 56살 요리사 겸 웨이터 페테르센은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식당에 취업한 그는 40년동안 이 일을 해왔고 지금도 이 일을 사랑한다. 그는 열쇠 수리공으로 일하는 아들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워하며 오씨에게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다. 오씨가 “아들이 의사나 판검사, 교수와 같은 좋은 직업을 같기를 바라지 않았나?”라고 질문하자 “열쇠 수리공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필요하고 의미있는 직업입니까?”라고 응수한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다니는 자식때문에 기죽고, 자식이 명문대를 다녀야만 부모가 어깨에 힘을 주는 우리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풍토다.
 
오씨가 우연히 만난 택시 기사 라세 밀보의 자녀 양육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세 명의 자녀가 있다. 그에게 페테르센과 같은 질문을 하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죠. 그게 돈보다 더 중요합니다. 우리 큰아들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해요. 큰딸은 쇼핑몰 판매원이죠. 작은 딸은 병원에서 일하게 될 것 같고요.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직업을 선택하라고 요구한 적 없어요. 부모의 선택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선택이어야 하니까요. 부모가 특정 직업을 강요해서 그걸 선택했는데, 나중에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삶이 얼마나 비참하겠어요? 자기가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돈이 무슨 소용입니까?”
 
의사, 변호사, 일반 회사원, 택시 기사,주부, 공무원, 교사, 교수 등 누구를 만나도 덴마크 사람들에게 관통하는 의식이 있다. 바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는 의식이다. 좋은 집과 차, 아파트로 타인을 판단하고,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갈라 없는 자를 업신여기고 소외하고 배제하는 우리 문화와 다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덴마크2.jpg » 덴마크의 길거리 풍경. <한겨레> 자료사진.
 
덴마크 사람들의 이러한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덴마크 사람들이 누구나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것만 꼽으라면 아이들 개개인을 존중하는 교육 시스템과 튼튼한 사회안전망이다.
 
덴마크는 병원 진료비가 평생 무료이고, 교육비도 대학까지 평생 무료다. 대학생이 되면 매달 우리 돈으로 약 120만원의 생활비를 받는다. 직장에 다니다 실직해도 2년까지는 정부에서 예전 월급 수준과 큰 차이 없이 보조해준다. 그리고 그 기간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우리나라처럼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부모들이 교육비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다. 갈수록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한번 실직하면 다시 재기하기 힘든 우리 사회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탄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세금과 정부에 대한 신뢰때문이다. 부자들은 월급의 50퍼센트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도 월급의 약 36퍼센트를 세금으로 낸다. 덴마크는 국민 1인당 세율이 OECD 국가 중 최고다. 국민들이 이렇게 높은 세금을 낼 수 있는 것은 정부를 신뢰하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누구나 충분한 혜택을 누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를 ‘4대강 사업’이나 ‘국정 교과서 발행’과 같은 국민의 반대가 높은 사업에 마구 써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 한국과 다르다.
 
교육 과정 역시 매우 독특하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우리의 중학교를 포함해 9학년제인데, 7학년까지는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다. 공부를 잘한다고 상을 주지 않으며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본다. 개인의 발전보다는 협동을 강조하고, 경쟁보다는 평등을 강조한다. 어렸을 때부터 성적으로 아이들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한국 문화와 다르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누구나 각자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돕는다. 학교에서는 또 ‘어떻게 함께 잘 놀 것인가’를 가르친다. 그래서 덴마크의 사회에서는 ‘왕따’문제가 없다. 덴마크에서는 독특하게도 9년 내낸 같은 반, 같은 담임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한 선생님이 같은 아이를 오랜 기간 만나면서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그것에 맞춰 아이를 가르친다. 또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인으로서 행동한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학부모는 학교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 3.jpg » 덴마크의 길거리 풍경. <한겨레> 자료사진.


 
덴마크의 고등학교는 10학년이 아니라 11학년부터 시작한다. 10학년은 에프터스콜레(영어로 하면 에프터스쿨)인데 1년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훈련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기숙학교인 ‘성인용 자유학교’에서 또다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갖는다. 덴마크의 대학은 서열화가 없으며,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이렇듯 덴마크에서는 학교에서부터 평등을 내재화하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그대로 통한다. 
 
책을 읽는 내내 덴마크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됐다. 인구도 적고 영토도 적고 천연 자원도 부족하고 기후 조건도 안좋은 나라이지만, 그들의 사회 시스템과 문화는 전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했다. 국민 전체가 웬만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받고, 자유와 평등, 연대라는 개념이 삶 속에 제대로 구현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미국식 자본주의 따라 배우기에 열중해왔는데, 이제는 다른 길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한다. 미국 자본주의 모델은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덴마크와 같은 행복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시민 정신이라고 말한다. 덴마크가 지금과 같은 행복 사회를 하루 아침에 이룬 것은 아니다. 덴마크는 왕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왕정 시대인 1814년에 초등학교를 의무교육으로 정했다. 그런데 교육가이며 정치가, 역사가인 그룬트비는 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가 아닌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의 학교’를 세웠다. 시민의 학교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정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토론하며 깨어있는 시민으로 거듭났다. ‘부자는 적고 가난한 자는 더 적을 때 사회가 풍요로워진다’라고 말했던 그룬트비를 덴마크인들은 여전히 존경한다. 그룬트비 정신을 덴마크인들은 전승하고 발전시키면서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훌륭한 리더와 함께 깨어있는 시민들이 지금의 덴마크를 함께 이룩한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깨어있는 시민이 될 지를 얘기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2000년 인터넷미디어 <오마이뉴스>를 창간했던 오씨였기에 ‘깨어 있는 시민’을 강조하는 그룬트비의 철학에 더 매료됐을 것 같다.
 
이 책은 ‘헬조선’이라는 야유와 조소가 넘치는 대한민국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다른 사회의 가능성을 알려주며 대안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특히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행복하기 위해서 어떤 사회 시스템과 문화가 있어야 하는지 상상해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현실을 보면 덴마크 같은 사회를 이룩하는 것은 너무 아득한 먼 미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강조하는 것처럼 더 나은 미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 어떤 실천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가까운 사람들과 어떤 일들을 할 지 이야기해보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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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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