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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안심’이 사람을 죽였다

양선아 2015. 10. 27
조회수 512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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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
베이비뉴스 편집국 지음/나무발전소 펴냄, 1만3800원

‘살균 99.9%! 안심하고 쓰세요.’ ‘인체에 안전한 성분만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4년 전 온 국민을 충격 속으로 빠뜨리게 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무려 140여명의 생명을 빼앗고 390여명에게 피해를 입힌 가습기 살균제의 라벨에는 이렇게 뻔뻔한 문구들이 쓰여 있었다. 원래 카펫을 세척하는 물질로 쓰이던 성분을 기업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개발했다. 정부도 판매를 허용했고, 심지어 국가통합인증(KC) 마크까지 주었다. 안심하고 써도 된다는 기업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사람들은 이 제품 때문에 폐 질환에 걸리거나 죽어갔다. 정부는 뒤늦게 역학조사에 나섰고, 기업은 피해 규모가 커진 뒤에야 제품을 회수했다. 이렇듯 정부와 기업의 유해 화학물질 안전 관리는 허점투성이였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보여주듯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고발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꾸준히 보도해온 육아전문신문 <베이비뉴스> 편집국 기자들은 물티슈, 기저귀, 베이비 로션, 사탕과 과자 등과 같은 육아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해 더 파고들었다. 가습기 살균제의 첫번째 희생자가 임산부였는데,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와 아이들은 독성 물질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티슈의 유통기한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다. 물티슈 속에 들어 있는 물이 최대 3년까지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물티슈에는 각종 방부제, 보전제 등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기업들은 ‘기준치 이하의 물질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은 독성을 갖고 있어 피부의 유해균을 같이 죽이고 아기의 피부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물티슈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가급적 물티슈를 덜 쓸 것을 권한다. 거즈 수건을 갖고 다니면서 물에 적셔 사용하거나 탈지면을 물에 적셔 사용하는 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꼭 써야 한다면 아이 얼굴이나 생식기 등 아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제품에 뜨거운 음식 담지 말기, ‘유기농’, ‘천연’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화장품 성분 꼼꼼하게 확인하기, 아이들 과자는 친환경 매장에서 구입하기, 종이기저귀보다는 천기저귀 쓰기, 밀폐된 공간에서 스프레이 제품 사용하지 말기, 유치원이나 학교에 석면 지도 요청하기 등과 같은 생활 속 독성 물질 퇴치법이 책에 잘 정리됐다.

화학물질로 인해 현대사회는 좀더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 편리함 속에 감춰진 독성 물질의 위험성을 몰랐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키우기에 결코 안전하지 않은 사회이며, 이러한 사회에서 부모가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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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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