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도서관에서 하룻밤자기

정봉남 2016. 09. 06
조회수 618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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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 돼요? 진짜 잠 안 자도 돼요? 귀신놀이 해도 괜찮아요?”
“그러엄.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기인데...대신 내일 아침에 어떤 흔적도 남아있으면 안돼. 9시 땡 치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거든.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끼리 비밀이야.”
“그거야 문제없죠.” 
이렇게 속닥속닥 무슨 작전을 펼치듯 밤의 도서관이 문을 연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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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톤의 웃음소리가, 돌고래 같은 아이들이 깊은 밤 도서관을 헤엄치고 다닌다. 제목은 도서관에서 하룻밤자기인데 절대로 한 잠도 자지 않는다는 역설이 숨어있다. 도서관이 떠나가도록 깔깔깔 웃는 아이들을 보면 무한한 에너지에 놀라고 그저 옆에만 있어도 원기 충전. 나도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다. “얘들아 세상을 다 가져라. 도서관도 책들도 친구들도 모두 다.” 

낮의 익숙함과 또다른 밤의 도서관에서는 청구기호로 책 찾기, 인간 윷놀이, 그림책 캐릭터로 알아보는 별자리 이야기, 영화보기, 간식 복불복, 도서관 추적놀이 따위의 신나는 놀이들이 펼쳐진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슬며시 내린 비도 도서관 창문을 기웃거린다. 다음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도서관의 일상이 시작되면 그때는 하룻밤 지샌 시간을 벌충하러 톡 떨어져 잠이 들곤 한다. 이럴 줄 알았다. 밤새 놀기 달인들과 추억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아침잠에 든 아이들을 안고 와야 한다. 눈꺼풀이 무거워진 아이들 귀에 대고 “놀자!”하면 또 벌떡 일어나는 에너자이저들.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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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묶어달라며 아기처럼 안기고, 남자아이들은 얼음땡 놀이를 하자고 해놓고는 단체로 관장님을 술래로 만들겠다고 덤빈다. 팔딱이는 아이들을 피해다니느라 엉덩방아도 찧고 땀을 한 바가지 쏟는다. 같이 노니까 좋구나. “고맙다 애들아, 선생님들 땡큐요, 도서관에서 하룻밤 최고!” 깨알 같은 글과 그림으로 추억을 기록하고 집으로. 도서관은 다시 평온을 되찾고 아이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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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 우정과 배려와 돌봄과 존중이 어느새 아이들 것이 된다.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에 새겨지는 것임을 안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기억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기운이 곳곳에 스며있어 기적의도서관은 이토록 오래, 앞으로도 굳건히, 아이들 곁을 지키며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크기변환_0906.jpg » 도서관에 간 박쥐.도서관을 생각할 때마다 행복한 감정이 샘솟게 하는 멋진 그림책들은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도서관에 간 박쥐>는 한밤의 도서관 풍경을 근사하게 담아냈다. 우연히 도서관 창문이 빠끔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날아든 박쥐들은 도서관에서 밤의 축제를 벌인다. 전등 아래에 거꾸로 매달려 읽은 책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복사기에 들어가 제 몸을 복사해 보기도 하고. 뭐니뭐니해도 제일 신나는 건 재미난 이야기에 흠뻑 빠져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휙휙 날아다니는 박쥐들의 즐거운 소란과 아스라한 불빛을 내는 도서관 풍경이 아늑하고 아름답다. 도서관을 찾은 박쥐들의 설렘과 날이 밝아 도서관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까지도 가슴 가득히 전해진다. 

집을 떠나 친구들하고만 보내는 하룻밤의 경험을 아이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까닭은 뭘까? 정해진 질서와 규칙에서 살짝 벗어나는 해방감, 별 것 아닌 것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또래끼리의 교감, 왠지 훌쩍 큰 것 같은 으쓱함...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도서관에서는 언제나 아이들이 주인공이며, 아이들은 그 안에서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길을 찾아 되묻고 뒤집어 보면서 자기 생각을 세워 가는 일들을 한다. 어느 누구도 경계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든 가능한 곳. 어린이도서관의 하루가 켜켜이 쌓이면 언젠가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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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딸이 창문에 어린 무늬를 박쥐로 착각한 것을 보고 박쥐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어린 시절 자신이 자주 갔던 도서관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아이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우리 도서관에서도 박쥐들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듯하다. 빠끔 열린 도서관 창문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웃는 까닭이다.   

크기변환_20160906_1-1.jpg * 소개한 책 
 <도서관에 간 박쥐> 브라이언 라이스 글,그림 / 주니어RHK
* 함께 읽으면 좋아요 
 <한밤의 도서관> 가즈노 고하라 / 국민서관
 <도서관의 비밀> 통지아 글,그림 / 그린북
 <도서관에서 만나요> 가테키 카즈히토 글, 오카다 치아키 그림 / 천개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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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에서 제2회 어린이 책 축제 열려요
 
 
순천시에서는 `책 속에 큰 세상'이란 주제로 ‘제2회 어린이 책 축제’를 9~10일 순천기적의도서관 옆 버드내공원에서 개최합니다. 이번 어린이 책축제는 오감 만족, 가족 참여형 축제로 전시, 체험, 놀이, 공연마당, 작가와 만남 및 바깥도서관 등으로 구성되었어요. 당연히 저도 이 축제 진행에 참여합니다. 오셔서 함께 즐겨요~
 
9일 저녁 7시에 진행되는 전야제에서는 북뮤지션 제갈인철의 순천만 짱뚱어를 주제로 한 창작곡과 랩, 독서퀴즈 등 북콘서트가 열립니다.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본행사에서는 클래식 그림책 여행, 개막식, 체험 마당극,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의 특별공연이 펼쳐집니다. 동화와 생태를 주제로 한 20여 개의 체험코너와 동화산책길, 전래놀이 한마당, 동화 팟캐스트 체험과 책축제 보물찾기 등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 어린이책축제에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데, 곽재구 시인의 축시 낭송, 이억배 그림책작가 사인회, 2016 순천시 One City One Book 어린이분야 선정도서 <멀쩡한 이유정>의 유은실 작가와 만남, 설치미술가 최병수 작가와 함께 솟대 찍기, 권오준 생태동화작가와 함께 생태울타리 만들기, 오치근 그림책작가와 함께하는 ‘온가족 다함께 큰그림 그리기’퍼포먼스가 시간대별로 펼쳐집니다.
 
가을 책축제, 가족들과 함께 즐겨요~
 
문의는 (061)749-8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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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입니다. ‘책읽는 공부방 만들기’ 수퍼바이저로 일하며 외롭고 힘든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전하고 마음 다독이는 일을 해왔습니다. 광주광역시 최초의 민간 어린이도서관인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했고, 복합문화공간인 ‘책문화공간 봄’을 만들어 작은도서관운동, 마을가꾸기,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에 힘써 왔습니다. 쓴 책으로 <아이책 읽는 어른>이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 북스타트 코리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 1miracl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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