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자유가 뛰노는 ‘위험 모험 탐험’ 놀이터

편해문 2017. 03. 07
조회수 3284 추천수 0
‘모험’이라는 말은 가슴을 뛰게 한다. 어린이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의 어린이가 실제 모험을 만나고 경험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어린이 가까이 있는 어른들이 모험을 늘 위험과 관련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험’이나 ‘어드벤처’가 붙은 놀이기구와 놀이터가 생기는 것은 반길 일이다.

세상을 살아갈 어린이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그 위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철학에 기초해 만든 나라 밖 모험놀이터를 찾아다니면서 우리 어린이한테도 이런 놀이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와 주민과 활동가가 놀이기구도 만들고 놀이도 만드는 곳이 모험놀이터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위험 요소가 있는 기구나 놀이터를 만든다는 것은 격려와 질타를 동시에 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회피시키고 차단하는 쪽으로 안전에 대한 감수성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놀이터가 ‘3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위험, 모험, 탐험’이다. 매우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고,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20170307_1.jpg » 덴마크 최초의 모험놀이터.
모험놀이터는 1943년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조경가 카를 쇠렌센이 코펜하겐 엠드루프 주택단지 안에 만든 폐자재 정크놀이터가 그 시초다. 1945년 이 놀이터에 감동한 앨런 부인은 1952년 영국으로 돌아와 켄징턴의 클라이즈데일 도로에 모험놀이터를 만들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모험놀이터는 전세계로 널리 퍼졌다. 일본 역시 도심 곳곳에서 플레이파크라는 모험놀이터를 여럿 운영하고 있다.

앨런 부인은 정크놀이터의 어떤 것에 감격했을까? 한마디로 자유다. 그 놀이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자신이 결정하는 게 허락되는 장소”라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모험’과 ‘놀이’가 만나는 ‘모험놀이터’는 이제 첫걸음을 떼고 있다. 처음이니 위태롭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과 해코지보다는 격려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아무쪼록 여기저기서 놀이를 이야기할 때 놀이는 다소의 위험과 탐험과 모험이 공존하는 것임을 수용하는 문화가 싹트길 바란다. 조금 우려되는 부분은 모험과 위험과 탐험을 표방한 놀이터가 ‘유격장 코스’나 체험장 프로그램화되는 것이다. 모험놀이터에 갔는데 정작 어린이들이 선택하고 실험하고 변화시킬 자재나 도구, 연장은 없고 시설만 나열돼 있다면 그곳은 또다시 어린이를 기구에 대상화시킨 놀이터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놀이터의 겉모습이나 ‘모험’이라는 간판이 아니다. 그곳에서 노는 어린이들이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오래, 자유롭게 선택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느냐이다. 그것이 모험놀이터의 첫번째 강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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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문
놀이터 비평가, 아동문학가, 사진가. 옛 아이들 노래와 놀이를 모으고 나누는 일로 젊은 날을 보냈다. 그 아름답고 설레는 기억을 하나씩 꺼내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오고,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놀 공간을 주기 위한 놀이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놀이터 비평도 나섰다. 저서로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우리 이렇게 놀아요>,<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등이 있다. 현재는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조성 총괄 MP를 맡고 있다.
이메일 : hm1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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