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푸른도시국은 2015년부터 창의어린이놀이터 사업을 벌여왔다. 올해 3차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 해 예산은 50억원 정도이다. 사업 초기부터 심의위원으로 참여해온 나는 최근 3차 놀이터를 심의했다. 그런데 올해 심의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거듭 벌어져 고민이 깊다. 

 

20111130_1.jpg » 서울시 창의놀이터 이미지.


 

사업이 시작되던 2015년, 창의어린이놀이터 우수 디자인 안으로 푸른도시국이 발표한 난곡어린이공원 설계가 독일의 비스바덴 시청 앞 놀이터를 그대로 표절했다는 논쟁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내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후로도 창의어린이놀이터의 ‘베끼기’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어색하지 않은가. 창의어린이놀이터에 표절이라니 말이다.


한 해 평균 20개 안팎의 과제가 선정되니 한 놀이터당 공사비가 평균 2억5천만원 정도이다. 그런데 동일한 설계 업체가 같은 과제에 중복으로 선정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2차 창의어린이놀이터 심의 때도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고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심의를 들어가 보니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세 업체가 각각 4곳, 3곳, 2곳이나 선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20개 놀이터 가운데 9개 놀이터의 설계를 세 업체가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심의위원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그 이후 회의를 거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가져온 설계의 수준과 내용이다. 무려 4개가 선정된 ‘원은’이라는 업체를 살펴보자. 이 업체는 덴마크의 몬스트룸이라는 회사의 놀이기구를 그대로 베낀 게 들통났다. 나머지 설계 또한 교차 표절이 있다는 것을 여러 위원이 지적했다. 이 업체는 이런 문제를 지적한 나에게 “밖에서 따로 만날 수 없냐”는 이야기까지 했다.


푸른도시국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개선해야 한다. 먼저 심의와 자문을 사업 추진의 알리바이로 삼지 마라. 한 업체가 여러 곳을 설계해야 하니 안팎으로 베낄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바로 획일화와 조악함으로 연결된다. 이것을 계속 방관한다면 ‘창의어린이놀이터’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심의위원 가운데 한 사람인, ‘울’이라는 조경업체 대표가 창의어린이놀이터 사업을 받아 갔다는 것이다. 조경업체 대표가 사업도 하고 심의도 하고, 세상 참 편하다. 나는 심의위원이 대표를 맡은 업체가 놀이터 과제를 수주하는 일에 관해 여러 차례 의견을 전했지만, 푸른도시국은 아직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또 2~4개씩 중복으로 선정된 업체에 대해선 과제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나는 사업을 따낸 업체 대표는 즉각 심의위원에서 사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먼 순실’보다 일상의 ‘가까운 순실’과 다투는 것이 고단한 일이다. 푸른도시국은 그동안 창의어린이놀이터에 들어간 여러 사람의 정성과 땀을 생각하기 바란다. 독점과 표절은 창의놀이터의 적이다. 아이들이 왜 이런 독점 놀이터, 표절 놀이터에서 놀아야 하는가. 이 사업이 시작될 수 있게 해마다 50억원 정도의 특별교부금을 배정한 서울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편해문 놀이터 비평가 hm1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