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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똑같은 네모 교실 안녕, 공부하고 쉬고 노는 ‘미래형 학교’ 늘어난다

양선아 2019. 01. 10
조회수 2190 추천수 0
취임 100일 맞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서울 공간 혁신 우수 학교 둘러봐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 발표 
노후 시설 개선하고 공간 혁신 예정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찾아 도서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18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찾아 도서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18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예전엔 학교가 칙칙하고 무서워서 잘 안왔어요. 그런데 도서관 색깔도 예뻐지고 넓어지니까 만날 놀러와요.” (6학년 최예린 학생)

“옛날 도서관엔 의자밖에 없었거든요. 아이들이 의자에 가방을 올려버리면 못앉기도 했어요. 그런데 가방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도 생기니까 실용적이예요. 바닥이 따뜻하니까 앉아서 책 읽을 수 있어 좋아요.”(6학년 이서영 학생)

9일 찾은 서울 천일초등학교 ‘상상나무 도서관’에는 7명의 학생들이 둥그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학생들은 “도서관이 바뀌니 어떠냐?”는 질문에 자랑스런 표정으로 너도나도 말했다. 2017년부터 서울시 교육청의 공간 혁신 사업인 ‘꿈을 담은 교실’(꿈담교실) 사업에 참여해 새롭게 단장한 이 학교 도서관은 여느 카페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고 아늑했다. 방학 기간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학교 1학년 교실 뒷면 전체는 무대로 꾸며져 있었다. 교실 전체 바닥은 온돌 바닥이고, 교실 측면엔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어 교사와 아이들이 쉴 수 있다. 천정에는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는 전열 교환기가 설치돼 있다. 6학년 아이들은 “동생들이 부럽고, 학교에 잘 적응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딱딱하고 네모난 교실, 일자형 복도.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교실 및 학교 공간이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쉬는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학교가 더는 교사가 학생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학교 공간 혁신 우수 학교인 서울 천일초를 방문해 이 학교 곳곳을 둘러보고 학생·교사·학부모의 의견을 두루 청취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날 미래 교육 변화에 부응하는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 공간 조성을 위한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학교 어떻게 바뀌나?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보면, 큰 틀에서 △노후 환경 개선 △위험·위해 요소 제거 △미래 교육에 대응하는 공간 혁신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노후 환경 개선 방향을 살펴보면, 앞으로 낡고 오래된 학교의 냉·난방기와 창호를 고효율 제품으로 바꾼다. 노후한 화장실도 학생·교사의 남녀 성비 및 선호도를 고려해 바꾸는데, 석면 마감재가 설치된 화장실을 우선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조명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바꾸고 낡거나 파손된 책·걸상 및 분필칠판을 케이에스(KS) 제품으로 바꾼다.

위험·위해 요소를 제거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 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 학교 건물은 개축할 예정이다. 한 해 40개동씩 5년간 총 200개동을 개축하거나 보수·보강할 예정인데, 공사시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대체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벽체나 드라이비트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을 다수 교체해 화재 사고 방지에도 힘을 쓸 계획이다. 법령상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기관인 300㎡ 이상 병설 유치원과 모든 특수 학교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하기로 했다.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미래 교육에 대응하는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각 시·도 교육청별 공간혁신 관련 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 교육청을 필두로 각 시·도 교육청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간혁신 사업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메이커 교육 등과 같은 교육등이 가능한 교실을 조성하는 것이다. 놀이학습교실, 융합교육 교실, 소규모 협력학습실처럼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고, 전시회나 휴식·개별학습이 가능한 개방형 공용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꿈담교실’처럼 교육청별로 현재 진행 중인 공간혁신 사업을 올 상반기에 우선 지원하고, 하반기에는 공간별 표준 모델을 마련해 내년부터 전국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사업에 올해 3조430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약 18조8천7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천일초를 둘러본 뒤 “아이들이 생활하는 집과 교실이 자연이나 창의적인 삶을 보여주기보다 동일하고 규격화된 공간”이라며 “학교를 포함한 우리 삶의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이 범정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교실은 이제 미래 가치에 맞게 협력과 배려, 창의 교실로 바뀌어야 한다”며 “학교 공간이 바뀌는 과정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해 서울형 공간혁신 사업인 ‘꿈담 교실’에 대해 설명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교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미래형 교육임을 절감했다”며 “서울의 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컬러풀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신설 학교에서는 도서관, 교실뿐만 아니라 교무실, 행정실의 모든 공간이 패키지로 미래지향적으로 설계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학생과 교사가 공간 혁신의 주체…참여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9일 서울 천일초에서 ‘미래 교육과정에 부응하는 공간혁신 간담회’ 열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18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18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육부가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한 9일, 서울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천일초 교장 및 교사·학부모·학생, 공간 혁신 전문가 등이 함께 모였다. 부총리가 주재하는 ‘미래 교육과정에 부응하는 공간혁신 간담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교육 과정의 변화와 함께 학교 공간을 바꾸는 작업에 참여해온 김태은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교사와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 연구본부장,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라는 책을 펴내고, 학교 공간 혁신 작업에 참여해온 김경인 공학박사가 참석해 앞으로 학교 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은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교사는 먼저 학생들도 ‘오늘을 사는 시민’이고, 시민으로서 ‘공간 주권’을 갖고 있는 주체임을 강조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학생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학생이 등교하는 길에 차들이 편하게 다니는 정문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차를 피해 다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교에서는 아직 어른용 큰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에게 어른용 수저와 젓가락을 주고, 어른용 큰 변기가 설치돼 있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기도 한다.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학생에게 불편하고 불친절한 공간인지 그는 설명했다. 교육 과정도 학생 중심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김 교사는 광주 마지초 김황 선생님에게 들은 사례를 소개했다.

“한 아이가 점심시간에 선생님에게 와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했대요. 너무 만들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함께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는데 공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욕구를 가진 학생들에게 우리가 공간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요? 이 학교에 학생들이 자동차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엉뚱 무한 상상실’이 만들어졌습니다. 공간이 만들어지니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학교에서는 자동차를 진짜 만들어내더군요.”

김 교사가 보여준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아이들이 직접 나무로 만든 썰매형 자동차를 타며 신나해하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김 교사는 단순히 공간 혁신이라고 해서 위에서 뚝딱 표준 모델을 만들어 공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지식과 실제 상황이 끊임없이 연결돼야 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물리적인 환경을 단순히 개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이 직접 참여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성해보고 그 결과물의 효능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그런 수업이 가능하도록 수업을 지원해주고, 컨설팅도 해주고, 전문가 연결도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 현장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민주적인 공간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부터 시작해야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다”며 “교사가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온·오프라인 매뉴얼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 연구본부장은 공간 변화 이외에도 실제 교육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본부장은 “공간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공간을 해석하는 것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수업의 50%는 분리된 공간에서 하고, 나머지 수업 50%는 학교 밖에서 하는 등의 정책들이 함께 실시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 연구본부장은 “이미 2015 교과과정이 다양한 학습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소그룹 토의를 할 수 있고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사례를 보면 학교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이 아닌 ‘러닝 센터’로 기능을 하고 있으니, 학교 도서관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하게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제로 카페 등 시설을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못하게 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관리자 중심의 사고방식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인 공학박사는 학교 안에 문화공간을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는 현실도 지적했다. 김 박사는 “휴게 공간을 설치하면 감사를 받게 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 건축 구성 기준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단순히 선풍기를 에어컨으로 바꾸고,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잔디 운동장으로 바꾸는 것은 장식(데코레이션)일 뿐”이라며 “학교 구성 기준 등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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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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