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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인정해야 하는 `엄마역할'

양선아 2011. 12. 23
조회수 1180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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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 수업ㅣ글 법륜·휴 펴냄  

 

 개뿔’ 외치다 책 다 읽고 인정한 ‘엄마 역할’
 시의적절한 엄마 노릇 다짐하고 또 다짐 

 
“엄마는 그 어떤 조건에서도 자식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요. 여자로서가 아니라 엄마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자식에게 엄마는 세상이고 우주이며 신입니다" -본문 중-
 
“아이와 관련해서 일차적인 책임은 무조건 엄마에게 있어요. 시어머니가 어떠하든, 남편이 어떠하든, 세상이 어떠하든, 엄마만 자식을 잘 품으면 아이는 문제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세 살까지 이 시기만큼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는 없습니다. 이 시기에 엄마가 아이에게 얼마나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

처음 책 앞부분을 읽는데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개뿔.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안키워본 스님이니까 이렇게 쉽게 얘기하는거야. 직접 결혼 생활 해보고 자식 키워봤다면 이렇게 쉽게 얘기할 리 없지. 그리고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엄마에게 이렇게도 많은 책임을 지우는 거야. 자식이 잘못돼도 엄마 탓, 부부싸움을 해도 여자 탓...온통 이 세상 모든 문제의 원인이 여자 탓이네. 개뿔. 저출산 시대에 자식 낳고 맘 고생 몸 고생하면서 자식 키우는데 가정에 문제가 생기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왜 모두 그것이 엄마 탓이야? 남자는 뭐하려고, 사회는 뭐하려고 있는거야. 그리고 아이가 세 살 전이면 엄마는 직장을 때려 치우고 아이를 돌봐야한다고? 그 다음 엄마 인생과 가정 경제는 어떻게 하고? 3년 쉬고 나서 다시 여자가 사회에 복귀하려고 하면 가능하기나 해?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그리고 법륜 스님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분인데 이렇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여자한테만 돌려도 되는 거야?
 
<엄마 수업>을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구절이 있으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개뿔’을 외치고 있었다. 자식을 어떻게 잘 키울까, 자식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하며 이 책을 집어든 수많은 ‘엄마’는 이 책을 읽고 죄책감과 책임감에 짓눌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 몇 장을 읽고 주변 선·후배가 “나도 그 책 읽고 싶은데...”라고 하면 “읽으면 죄책감만 느껴요. 정신 건강에 해로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모든 문제는 너야. 아이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어떻게 하기에 따라 아이의 행복도 가정의 행복도 달렸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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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은 불교수행 공동체 정토회를 설립한 분이다. 1988년 만들어진 정토회는 괴로움이 없고, 자유롭고,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정토회의 중심에는 법륜 스님이 있으며, 그는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 인권·평화·통일운동, 생태환경운동에 헌신을 다해왔다. 최근엔 안철수 교수와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위한 양육 지침서를 냈고, 그 내용의 일부분을 읽고 나는 그토록 화가 난 것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처음에 느꼈던 화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비로소 왜 스님이 그렇게 얘기하는지, 스님이 결국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우리나라 엄마들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다. 교육열과 자식 사랑이 남다른 한국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어떻게 자식을 망치고 있는지 진단한다.
 
스님은 즉문즉설(즉석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하다)에서 “자식 문제로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수많은 엄마들을 만났다. <엄마 수업>도 그 자리에서 오간 내용들을 바탕으로 엮었다.
 
스님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만 있지, 지켜봐주는 사랑, 냉정한 사랑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녀가 성장해서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하는 시기에도 엄마들이 자녀에게 너무 집착해 “자식때문에 죽겠다”고 외치는 것이란다. 그것은 자식 탓도, 남편 탓도 아닌 엄마들 스스로 만든 감옥인 셈이다.  
 
그렇다면 스님이 생각하는 올바른 자식 사랑법은 무엇일까. 스님은 자식 나이에 따라 부모가 지헤롭게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이에 따라 세대별 특성이 있고, 세대별 특징에 맞게 적절한 사랑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성질을 잘 알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면 관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이가 태어나서 3살까지는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고스란히 자신의 내면에 받아들인다. 태어나서 세 살까지는 아이의 기본적인 심성이 결정되는 시기이므로 엄마들은 아이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쏟아부어야 한다. 엄마의 개인적 욕망때문에 또 다른 이유때문에 아이에게 쏟아붓는 시간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세 살에서 초등학교 시기에는 부모 행동을 따라 배우는 시기다. 이 때는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야 아이의 정서는 안정된다. 또 부모가 어떤 행동이든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엔 부모의 말과 행동, 생활습관을 보고 배우는 시기이므로, 부모 스스로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아노·태권도·미술·영어 등등 많은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도록 모범을 보이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사춘기 때는 간섭하고 싶은 마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고 지켜봐주는 사랑이 필요하고 스무살이 넘은 성년기 자식에겐 냉정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스님은 말한다.
 
중학생 정도 되면 인격적으로 존중하면서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단다. 무조건 공부해라, 좋은 대학 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라는 것이다. 자기 혼자 넘어지기도 해보고, 실수도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자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면 경제적 지원도 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냉정하게 대해야 자식이 나약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약 부모가 이 시기에 자립을 막으면 자식은 스스로 서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부모를 괴롭히게 된다. 대학 가는 것도 혼자 선택하지 못해 부모가 선택해 주고, 결혼도 부모가 짝 맞춰 주고, 집도 사 주고, 직장도 부모가 여기저기 알아봐서 구해 주고, 애 낳으면 애 키워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모는 자식의 평생 종이 되어 고통의 나락에 떨어지게 되고, 자식은 나약해져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헬리콥터처럼 자식의 주위를 뱅뱅 도는 엄마, 아이의 생활과 스케줄을 관리하며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매니저를 자처하는 엄마들에게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를 키우는 문제 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겪는 관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자식과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또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고통의 씨앗이 되는데,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마음’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엄마 수업>은 엄마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을 닦아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 엄마가 행복해져야 자식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왜 모든 문제의 원인이 여자 탓인가’라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을 무렵엔 ‘이 세상에서 여자가,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엄마가 이렇게도 중요한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엄마가 행복해지면 아이가 행복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지고,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란 존재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구나라는 것이 인식하게 됐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OECD 국가 중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이 가득한 아이들이 가득한 대한민국엔 미래가 없다. 이런 아이들은 불행한 엄마들로부터 양산됐다. 이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행복이 필요하다. 이 책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엄마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준다. 이와 더불어 3년 육아 휴직 제도, 남편들의 가사와 육아 분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제고 등 남편과 사회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엄마 수업>에 이어 <아빠 수업> <CEO 수업> <정책가 수업> 등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 맞춘 제대로 된 수업서가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양선아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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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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