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더하기의 시작 - 얼마에 하나 더하기

조영미 201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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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을 서너 달 앞둔 해님이에게 “초등학교에 가면 뭐가 제일 어려울 것 같으냐?”고 물으니 “공부”라고 답한다. 공부가 뭐냐고 되물으니, “일 더하기 일 같은 것을 하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미 “일 더하기 일이 이”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연달아 “이 더하기 이는 사, 사 더하기 사는 팔, 팔 더하기 팔은 십육”까지 자신 있게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열 살 누나가 “그럼, 이 더하기 삼은 뭐야?”라고 묻자, “그건 몰라!”. 해님이가 앞서 말한 더하기는, 초등학생이 된 후 누나가 즐겨 말하던 것을 반복해 듣고 또 들어 자연스레 외워진 것이다. 그러니까 더하기의 원리를 알고 하는 계산이 아니다. 

한번은 엄마, 아빠 대화 중에 ‘시험문제’라는 단어가 나오자, 옆에서 듣고 있던 7살 아이가 그 단어의 뜻을 궁금해 한다. ‘일 더하기 일은 얼마입니까?’라고 묻는 게 시험 문제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내친 김에 “일 더하기 일은 얼마일까?”라고 물어보았다. 아이가 “사(4)야?“라고 묻듯 답한다. 아빠가 옆에서 다시 묻는다. ”사과 한 개가 있고 또 사과 한 개가 있으면 몇 개지?” 당당하게 곧장 아이가 “두 개”라고 정확히 답한다. 다시 엄마가 물었다. “그럼, 일 더하기 일은 얼마일까?” 돌아온 답: “사(4)!”.

아이에게는 ‘몇 더하기 몇’이라는 말 자체가 이해의 대상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 더하기 몇’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당부분 학교교육용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유치 시기인 지금, ‘일 더하기 일’의 뜻을 몰라 그 답을 구하지 못하지만, ‘한 개가 있고 또 한 개가 있으면 두 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자를 추상적, 후자를 구체적이라고 할 때, 구체적 삶을 살고 있는 아이에게 굳이 추상의 세계를 앞당겨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라면 지론이다.

‘몇 더하기 몇’의 세계이전에 아이들은 나름대로 더하기의 세계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뭔가를 구축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하기를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가만 생각해보면, 더하기의 출발은 얼마에 하나, 또는 일을 더하는 것이다.

<4년 2개월>

동그란 빵을 한 개 먹으면서,

“엄마, 어제 내가 이 빵 세 개 먹었다. 그러니까 이것까지 하면 네 개 먹는 거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수를 사용해 스스로 이야기한다.



이 장면을 분석해보면, 먼저 아이가 스스로 문제 만들기를 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어제까지 빵을 세 개 먹었고, 지금 한 개를 먹고 있다. 내가 먹은 빵의 개수는?”이라는 문제 상황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된 것이다. 엄마들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이나 장면 등을 소재로 즉시 수학 문제를 만들어 자녀에게 제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엄마가 수학 문제를 만들어 주고 그 문제를 아이가 풀도록 하는 것과, 아이가 스스로 문제 상황을 구성하고 그 답까지 구하는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후자의 경우에는 아이의 자발성이 좀더 발휘될 수 있고, 대부분 아이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스스로 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답을 찾은 후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한층 단단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살펴볼 내용은, 위의 얼마에 하나 또는 일을 더하는 것은 수 세기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세 개에 한 개를 더하면 네 개라는 답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 둘, 셋, 넷’으로 이어지는 수 세기가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수를 차례대로 셀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하여 얼마에 하나를 더한 값을 얻고 있다.
아이가 얼마에 하나를 더하는 셈을 하게 되는 상황들은 나이 수 계산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4년 10개월>

평소 알고 지내는 집에서 늦둥이가 태어났다. 모임에 그 늦둥이도 같이 왔다. 해님이가 그 늦둥이를 두고,  

"얘는 한 살이지요. 얘가 두 살 되면, 나는 일곱 살, 얘가 세 살 되면, 나는 여덟 살, 얘가 네 살 되면, 나는 아홉 살, 얘가 다섯 살 되면, 나는 열 살. (잠시 뜸을 들인 후) 얘가 여섯 살 되면, 나는 열한 살"

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폈나보다. 열한 살을 표현하면서 다시 손가락 하나를 접자, 늦둥이 아기 아빠가

"그럼, 발가락을 써야지!"

하고 말하자, 해님이가 자기의 발을 번쩍 들어올린다.

"이렇게요? 하하"

하며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한편 얼마에 한 개를 더한 값을 구하려고 할 때, 아이가 수 세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을 다음의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기대어 답을 구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좀더 많이 걸린다. 빠르게 답을 구하는 능력도 경우에 따라 필요하겠지만,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답을 구하는 데 자신의 어떤 능력들을 스스로 적용해본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있는 아이로 차근차근 자랄 것이라고 믿어본다.

<4년 7개월>

사각 크레용이 이런저런 것들과 섞여서 온몸에 때가 가득하다. 아이들과 같이 크레용의 때를 벗긴다. 몇 개를 남겨 놓고는 힘든지 아이들이 안한다. 대신 큰아이는 때가 벗겨진 크레용을 종류별로 동생하고 똑같이 나누는 일을 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 두 개를 골라, “해님이 하나, 나 하나”하면서 분류를 한다. 해님이는 밑바닥이 넓은 통을 가져와서는 옆에 앉아 누나가 주는 크레파스를 자기 통에 담는다. 누나가 통에 담겨진 크레파스 개수를 세어보라고 해님이에게 말한다. 해님이의 수 세는 솜씨가 제법이다. 밑바닥이 넓은 통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크레파스 조각들을 빠뜨리지도 않고, 중복하지도 않고, 또박또박 헤아린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엄마가 남은 두 개를 모두 닦자, 누나가 그것도 마저 나눈다. 그러니까 해님이 통에는 한 개가 더 들어가 모두 열두 개가 된 것이다. 엄마가 물었다.



“이제 몇 개가 된 걸까?”
열하나까지 이미 세어 두었기 때문에, 열하나 다음인 “열 둘”이라는 답이 아이 입에서 곧장 이어져 쉽게 나올까 궁금하다. 그런데 아이는 처음부터 천천히 정성스럽게 다시 센다. 답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두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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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초등수학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서 교육학(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 함께, 스스로 피어나는 교육’을 추구하는 15년제 대안학교 "꽃피는학교"의 유치과정과 초등과정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열심히 ‘수학’을 찾아보는 취미를 갖고 있다.
이메일 : ymcho@gj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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