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내 나이 수를 좋아해요.

조영미 201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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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을 즐겨 사용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여러’ 개이면서 눈에 보인다. 따라서 아이들은 수를 대신하여, 때로는 수와 동시에 손가락, 발가락을 쓴다. 눈에 보이는 것 중에서는 손가락, 발가락이 아이들에게 가깝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서 아이들에게 가까운 것은 나이와 연관된 수이다.
 
4년 5개월 경. 
해님이가 유아용 변기에 앉아 일을 보면서 말한다.

해님 : 엄마, 나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었지!
목소리가 또렷하고 크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누나가
누나 : 너만 한 살이냐, 다 한 살이지.
라며 아는 체를 한다. 개의치 않고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해님 : 한 살 다음에는 뭐야?
누나 : 두 살이지.
누나는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말투다. 더 이상 질문이 계속되지 않는다.
해님 : 엄마, 닦아줘!
힘을 꽤나 주었는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당송팔대가 중의 한 사람인 송나라의 문인 구양수(歐陽修)가 더불어 생각하고 배우기 좋은 시간이나 장소로 침상(枕上), 즉 잠자리에 있을 때, 마상(馬上), 즉 말을 타고 갈 때, 측상(厠上), 즉 화장실에 있을 때 3가지를 추천했다고 한다. 이른바 삼상지학(三上之學)이다. ‘나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었지’를 자랑스레 말한 해님이도 측상지학을 한 것일까?
 
4년 6개월 경.
새해를 앞두고 한 살 더 먹는 날이 가까워오자 누구는 몇 살이 되고, 자기는 몇 살이 되는지 관심이 많다. 여덟 살인 누나, 여섯 살인 다른 집 형, 다섯 살인 해님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해님 : "내가 내년에 여섯 살 되면, 형은 몇 살 되지?'
형 : “일곱 살 되지.”
해님 : "그럼, 누나는 몇 살 되지?
누나 : “아홉 살이지.”
해님 : “와, 우리 누나 엄청 크다.”
해님이가 혼잣말을 한다. 달님이는 사촌동생이다.
"달님이가 네 살이면 나는 다섯 살
달님이가 다섯 살이면 나는 여섯 살
달님이가 여섯 살이면 나는 일곱 살
달님이가 일곱 살이면 나는 여덟 살"
 
다섯 살에게는 아홉 살이 엄청 큰 수이다. 더군다나 해가 거듭되어도 누나의 나이는 절대 못 따라가기 때문에 더 큰 수이다. 나이로 볼 때, 동생인 달님이는 절대 형인 해님이를 못 따라온다. 해님이는 자기가 항상 달님이보다 나이 수가 크다는 것에 뿌듯해한다.

4년 8개월 경. 
누군가가
"몇 살이야?"
라고 물으면 한 손의 손가락은 모두 펴고 다른 손에서는 엄지손가락 한 개를 펴면서  
"여섯 살"
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4년 10개월 경. 
“엄마, 누나 나이는 이만큼이야?” 하면서 손가락을 펼쳐 보인다. 한 손의 손가락은 모두 펴져 있고, 나머지 한 손은 한 손가락만 접혀 있고 나머지는 모두 펴져 있다. 누나 나이는 아홉 살인데, 그걸 스스로 금세 손가락으로 나타낸다.
 
나이 수를 말하면서 손가락을 펴는 행동이 여간 날렵하지 않다. 세 개를 나타낼 일이 있으면, 하나, 둘, 셋 등으로 차근차근 펴지 않고 '세 개'를 단번에 나타낼 수 있다. 만 3년9개월 경 세 개를 나타내기 위해 해님이가 손가락 한 개, 한 개를 차례대로 펴는데 엄청 힘과 주의를 기울였던 기억이 겹치면서, 지금 손가락과 수가 동시에 나오는 것을 보니 아이의 손가락 힘과 정신적 힘이 자란 것을 알겠다.

5년 3개월
놀이터에 가면, 해님이는 아이들에게
"너 몇 살이야?"
하고 묻는다. 어쩌다보니, 오늘은 두 명 모두 "여섯 살"이라고 한다.
"나도 여섯 살인데. 어, 여섯 살이 세 명이네!"
라고 거의 외치다시피 한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와 나이 수가 같은 사람이 여럿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에는 기쁨이 차오른다.

023_사진2.jpg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만든 모양.
여러 규칙이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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