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십십이 백, 십천이 만?

조영미 2013.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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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작은아이보다 좀더 빠르게 수를 알아갔다. 만 다섯 살 즈음, 아이는 자연수에 담겨져 있는 리듬을 즐겨 놀이로 삼았다.

길을 걸어가면서, 아이가 "하나 둘 셋 넷…"하고 센다. 엄마는 어디까지 세나 궁금하다. 열 다음에 다시 열하나, 열둘,…, 스물까지. 스물하나, 스물둘,…, 서른까지. 서른하나, 서른둘, …, 서른아홉.

 

"엄마, 그 다음에 뭐야?"

"응, 마흔!"

"마흔하나, 마흔둘,…,

우리는 하나둘셋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마흔아홉. 그 다음에 뭐야?"

"응, 쉰!"

"쉰하나, 쉰둘…"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아이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을 반복하고, ‘그 다음이 뭐야?’라는 질문도 반복한다.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듬. 아이의 리듬에 엄마는 함께 한다. 반복되는 아이의 질문이 귀찮게 다가올 때가 자주 있다.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또 하고 …비슷한 질문을 하고 또 하고. 그런데 ‘그거 지난 번에 물어서 엄마가 알려주었잖아“라고 반응하기보다 엄마 역시 새로운 질문을 접한 것인 양, 늘 새롭게, 신선하게 이야기해주려고 애쓴다. 귀찮아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익힐 습(習), 어린 새가 날개를 퍼드덕거려 스스로 백 번씩 날기를 연습한다는 글자를 새긴다.


‘하나둘셋’의 반복 리듬과 ‘일이삼’의 반복 리듬은 차이가 있다. ‘하나둘셋’에서는 ‘서른, 마흔, 쉰’ 등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일이삼’에서는 ‘삼십, 사십, 오십’ 등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만 5년 2개월.  큰아이가

‘십, 이십, 삼십, 사십, 오십, 육십, 칠십, 팔십, 구십’

이라고 말하더니,

"그 다음이 그럼 ‘십십’이야?"

라고 묻는다. 아이의 물음에 새삼 엄마에게는 

“(십의 자리가) 이, 삼, 사, …로 시작되었으니, 구 다음에 ‘십’이 올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도 있겠네.”

라고 답하자, 아이가

"그럼, 십십이 백이야?"


한 대 얻어맞은 느낌. 아이는 구십 다음이 백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구십 다음에 십십이라고 한번 말해 본 것이다. 그게 일, 이, 삼…구, 십!의 규칙이니까.


낮에 아이와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에 섰다.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한 대 섰다. 큰아이가 묻는다.

"엄마, 일이 세 개 있으면 뭐야?"

쳐다보니, 정확히 말해 "111-1"이 서 있다.

"응, 백십일이야".

혼자 세기를 한다.

"백십일, 백십이, 백십삼, ...백십팔, 백십구, 백십십"

그리고는 수 세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아이의 수 세기를 옆에서 들으면서 엄마는

‘지금 이 아이는 백이십을 세려고 한 게 아니야. 일, 이, 삼, 사, …, 구, 십의 규칙을 즐기고 있는 게야’

라고 생각해 본다. 반복불가, 동영상퀄리티 확보 필수)


"천이 네 개면 얼마야?"라고 묻는다. 사천이라고 곧장 알려주기보다, 아이가 규칙을 통해 알아낼 수 있도록 해볼까 하는 심산으로

"천이 개면 천, 천이 개면 천이야“

라고 사례를 알려 준다.

“천이 개면 얼마일까?”


규칙을 알려주었으니, 그로부터 아이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몰라".

더 이상 아이에게 답을 유도할 상황은 아닌 듯하여,

"천이 개면 천이야."

라고 말해준다.

"천이 다섯 개면?" 아이의 질문이다. 엄마, "천"

"천이 여섯 개면?" : 엄마, "천"

"천이 일곱 개면?"(여기서부터는 손가락이 동원된다) : 엄마, "천"

"천이 여덟 개면?" : 엄마, "천"

"천이 아홉 개면?" : 엄마, "천"


"천이 개면?"(손가락 열 개가 모두 펴졌다) : 엄마 ""

"응?"

엄마의 대답이 이해가 안된다는 뜻이 역력하다. 엄마는 재차 말한다.

"응?"

아이 생각에는 ‘십천’이 되어야 하는데 그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궁금한 것일 게다.

""

"응?"

""


아이가 스스로 정리한다. 

"왜 이야? 사람들이 그렇게 쓰기로 정하거야?"


028_사진.jpg

유치원 아이들이 땅놀이 중에 그린 동심원.

중심의 돌과 일정한 간격의 원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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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초등수학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서 교육학(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 함께, 스스로 피어나는 교육’을 추구하는 15년제 대안학교 "꽃피는학교"의 유치과정과 초등과정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열심히 ‘수학’을 찾아보는 취미를 갖고 있다.
이메일 : ymcho@gj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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