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이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칙계산

조영미 2013. 05. 23
조회수 16100 추천수 0
아이들의 일상에서 사칙계산, 즉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로 볼 수 있는 상황들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나타나는 계산은 ‘더하기’이다. 

•4년 7개월 
모처럼 할머니가 오셨다. 
“여자가 셋, 남자가 둘이네” 
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여자하고 남자하고 합쳐서 세 볼까?”
하더니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라고 세고서는 
“다섯 명이네”
라고 말한다. 


‘더하기’를 할 때, 이미 알고 있는 ‘셋’에 연달아 ‘둘’을 세어, 즉 ‘셋, 넷, 다섯’이라고 세어 다섯 명임을 알아내면 시간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다. 이를 연달아 세기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아이는 그렇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이는, ‘셋’과 ‘둘’을 더한 값을 알기 위해, ‘셋’이라고 센 대상을 처음부터 다시 세어,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센다. 더하기를 연달아 세기로 효율적으로 하게 되기까지는 더 많은 연습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4년 7개월  
아빠가 빵을 사오셨다. 해님이가 좋아라한다. 잠깐 밖에 나간 누나 오면 같이 먹자고 하는데, 먼저 빨리 먹고 싶다고 한다. 봉지 안을 들여다보고는 몇 개인지 센다. 수세는 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빠가 
“그럼, 누나랑 똑같이 나누어 먹어야해!”
라고 말씀하자, 자기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서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한다.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이렇게 하면 되지!”
말을 마치고 손을 보니, 모두 8개의 손가락이 접혀 있다. 


‘나누기’를 하였지만, 해님이가 ‘누나 4개, 나도 4개 먹는다’는 답까지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이가 쓴 방법은 나누기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빵을 똑같이 나누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두 명에게 한 개씩 똑같이 나누며, 이 행동을 빵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하는 것이다. 

누나 몫
해님이 몫

027_사진2.jpg

나누기 중에서 아마도 가장 쉬운 것은 둘로 나누기, 즉 ‘□÷2’꼴일 것이다. 짝수 개의 양이 펼쳐져 있고 그것을 두 명이 나누어 가져야 하는 상황이면, 아이들은, 사과 한 개를 둘로 쪼개듯, 쉽게 전체 양을 두 모둠으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상황에서 빵들이 봉지 안에 담겨져 있어서 한눈에 전체 양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해님이는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누나 한 개, 나 한 개. 이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해낸 것 같다. 만약 식탁 위에 펼쳐져 있었다면, 사과 한 개를 둘로 쪼개듯, 8개의 빵을 4개씩 두 모둠으로 나누었을지 모른다. 

5년 3개월 
예산 수덕사 기념품 가게에서 태극무늬가 새겨진 야무진 부채를 샀다. 앞뒤로, 빨간색과 파란색, 다시 그 안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태극무늬가 있었다. 하루 종일 부채를 들고 다닌 아이는 수덕사에 가족여행 온 기념으로 꼭 보관할 거라고 스스로 다짐까지 한다. 
잠자리에서 부채를 다시 들고는 누워서 쳐다본다. 그러더니, "열 개"라고 한다. 뭐가 열 개냐고 물으니, 대답의 핵심은, 태극무늬 조각들이 앞에 2개, 3개, 뒤에 2개, 3개 있으니, 10개란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해보자고 한다. 자기 손가락으로 2개, 3개를 펴고, 내 손가락도 2개, 3개를 폈다. 처음부터 세어보니 10개이다. 
아이가 다른 질문을 한다. 
"다섯 개, 다섯 개면 어떻게 되지?"
라고. 그런데 곧장 꿈나라로 간다. 


곱셈은 같은 수가 반복되는 덧셈을 간단히 할 수 있게 하는 셈이다. 태극무늬 조각들이 앞에 2개, 3개, 뒤에 2개, 3개로 반복되는 상황을 곱셈으로 표현하자면, (2+3)×2인 것이다. 아이는 곱셈의 답을 구하기 위해 더하기를 한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자연수끼리의 곱셈은 모두 덧셈으로 해결할 수 있다. 

● 5년 5개월
꽃님이는 동생인 해님이에 비해 자기가 키가 잘 큰다면서 
"나는 왜 이렇게 잘 커?"
라고 말하곤 한다. 자기는 세 살 때 더 많이 컸다는 말도 곧잘 한다. 오늘도 비슷한의 이야기를 하다가 ‘차이’에 대해 말한다. 

꽃님 : “나는 여섯 살이고 해님이는 세 살이니까, ‘넷, 다섯’해서 두 살 차이지". 
꽃님 : “나 다섯 살, 해님이 세 살이면, 한 살 차이겠네.”
꽃님 : “나 네 살, 해님이 세 살이면, 빵(영) 살 차이겠네.” 
엄마 : “….” 
꽃님 : “나 세 살, 해님이 세 살이면, 쌍둥이겠네.” 
엄마 : “하하하! 그러면 쌍둥이야!”


꽃님이는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6살-3살 = 2살 (왜냐하면 6과 3 사이에는 4, 5가 있으니까) 
5살-3살 = 1살( 왜냐하면 5와 3 사이에는 4가 있으니까)
4살-3살 = 0살( 왜냐하면, 4와 3 사이에는 자연수가 없으니까) 
3살-3살 = 쌍둥이

꽃님이의 생각이 참 재밌다. 만약 자기 사과가 6개, 동생 사과가 3개 있는 상황이라면, 자기 사과가 3개 더 많다고 분명하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수 세기에 의존하여 차이를 구하였기 때문에 위의 생각이 나온 것 같다. 
이 즈음에서 아이에게 “ ‘그게 아니야. 세 살과 세 살은 빵 살 차이, 세 살과 네 살은 한 살 차이’라고 말해주는 게 좋을까?” 잠깐 고민이 된다. 하지만 여섯 살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 만든 규칙을 이 시점에서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그 규칙을 생각해내게 한 여섯 살 아이 안의 오롯한 어떤 힘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스스로 차이를 제대로 구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 역시 가져본다. 

 140113_꽃.JPG » 한겨레 사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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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초등수학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서 교육학(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 함께, 스스로 피어나는 교육’을 추구하는 15년제 대안학교 "꽃피는학교"의 유치과정과 초등과정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열심히 ‘수학’을 찾아보는 취미를 갖고 있다.
이메일 : ymcho@gj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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