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7살 아이의 특별한 자연수 세계

조영미 2013. 04. 03
조회수 13953 추천수 0
우리나라 나이로 7살인 해님이.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아이에게 일이 있어 시각을 알려준다. 
“지금 세 시가 넘었네. 이제 정리할까?”
해님이가 묻는다. 
“그럼, 네 시야?”
“아니, 세 시 십 분이네.”

밤에 잠자리를 펴려고 “이제 열 시 다 되어간다. 정리하고 이불 피자!”
라고 말하면, 해님이가 묻는다. 
“그럼, 아홉 시야?” 
“아니, 열 시 오 분 전이야.”

매번 아이의 질문을 별생각 없이 듣고 대답했다. 그런데 몇 번 유사한 질문들을 듣다보니, 어느 순간 아이의 현재 수 세계가 엄마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지금 아이는 특별한 자연수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과 2 사이에는 어떤 양도, 수도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해님이의 대답에 생각할 거리가 있다. 

크게 양(量)은 이산량과 연속량으로 구분한다. 사과, 구슬, 꽃 등과 같이 독립된 개체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 이산량이며, 예를 들어, 사과 5개라고 말할 때 ‘5’는 이산량을 나타낸다. 반면에 시간, 키, 무게 등과 같이 분할이 다양하게 될 수 있는 양이 연속량이며, 지금 5시라고 할 때 ‘5’는 연속량이다. 

그동안 아이는 사과, 밤, 사람 등등의 이산량을 수도 없이 헤아리면서 자연수를 알아왔다. 그래서 아이에게 ‘1, 2, 3, …’등의 자연수의 세계는 “사과 1개, 사과 2개, 사과 3개, …”와 같은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시간을 알아가는 일이 아이에게는 쉽지 않겠다. 일상에서 아이가 접하는 연속량의 대표적인 예인데, 이산량에 친숙한 아이에게는 새로운 영역인 셈이다. 

11살인 큰아이가 그릇에 물 젖은 솜을 깔고 나팔꽃 씨를 몇 개 올려놓았다. 씨에서 뿌리가 2cm 정도 자라면 화분에 옮겨 심을 거라고 한다. 언제 뿌리가 나올까 많이 기다렸는데 나팔꽃 씨가 한창 부풀어 오르듯 싶더니 그 사이로 뿌리가 나왔다. 언제 2cm가 될까? 오며가며 그릇을 쳐다본다. 그러던 한 날, 

“엄마, 뿌리가 5센치 조금 덜 되는 것 같아. 엄마, 빨리 화분흙에 옮겨 심어야겠어.”
라고 큰아이가 말한다. 순식간에 뿌리가 자랐나보다. 옆에서 듣고 있던 8살 해님이가 
“그럼, 지금 4센치야?”
라고 묻는다. 11살 큰아이가 
“내가 5센치 조금 안된다고 했지, 언제 4센치라고 했냐?”
라고 답하자, 8살 해님이가 
“그러니까 4센치 아니야?”

11살은 8살이 엉뚱한 말을 한다며 무척 답답해한다.
싸움으로 번질라 엄마가 나서서 
“알았어. 그럼, 빨리 화분에 옮겨 심자”
둘의 관심을 일단 다른 데로 돌린다. 

연속량의 세계에 사는 11살과 이산량의 세계에 사는 8살. 발을 딛고 있는 지평이 다르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법. 11살이 8살 동생을 잘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은 엄마의 욕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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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초등수학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서 교육학(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연과 함께, 스스로 피어나는 교육’을 추구하는 15년제 대안학교 "꽃피는학교"의 유치과정과 초등과정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열심히 ‘수학’을 찾아보는 취미를 갖고 있다.
이메일 : ymcho@gj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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