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자연 장난감, 알아서 논다

손장군 2014. 09. 18
조회수 729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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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놀이 1. 돌 쌓기
 
▲ 준비물  돌

캠핑을 다니면서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놀이를 발견했다. 반질반질 조그마한 돌들을 보면 일단 쌓고 보는 것이다. 소원을 비는 돌탑이 있는 곳에는 물론, 누가 쌓아두지 않아도 알아서 돌탑을 만든다.

또 가끔은 무언가 소원을 빌기도 하는 것 같다. 무슨 소원이 그리 많은지 살짝 엿들어보면 블록을 사게 해달라, 최신 유행하는 장난감을 사게 해달라, 하는 식이다.

“소원은 빈다고 다 들어주는 게 아니야.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겠지, 하며 그냥 구경만 한다.

한 층 한 층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기도 하고 돌로 성이라도 만들 것처럼 잔뜩 쌓아 올리기도 한다. ‘오늘은 9층까지 쌓았으니 다음 캠핑 때는 기록을 갱신해볼까?’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기다리는 마음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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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의 공룡알해변에서는 정말 공룡알처럼 보이는 큼직하고 둥근 돌을 찾아다니며 돌들이 어떻게 이리 다 비슷하게 생겼냐고 신기해했다.

“글쎄…… 원래는 바위였고, 파도에 부서지고 부서져서 결국은 모래가 되는 건데, 이런 돌은 그 중간 과정 아닐까?”

“그럼 왜 다른 데는 이런 크기, 이런 모양의 돌이 없지?”

“글쎄…… 여기는 오래전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아. 계속 모래로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에잇, 아빠도 잘 모르겠다!”

모를 때는 모른다고 하는 게 좋다. 잘못된 지식을 심어주는 것보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 맞으니까.

돌을 보면 탑을 쌓거나 물에 던지며 놀기만 하던 아이들이 언제부턴가 돌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무늬도 보고 색깔도 보고. 과학시간에 돌에 관해 배운다고 하면 더욱 자세히 들여다본다. 돌을 자세히 봐야 하는 나름의 이유를 찾은 것이다.

마땅히 놀거리가 없는 곳이라면 아이들에게 돌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알려주자. 게임기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 자연의 장난감을 통해 깨닫게 된다.


▲ 이렇게 놀아요
· 아이와 아빠가 돌 쌓기 대결을 한다. 몇 층까지 쌓을 수 있는지 겨루면서 승부욕도 생기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 돌 찾기 놀이를 한다. 제일 동그란 돌, 제일 긴 돌, 제일 검은 돌, 제일 흰 돌, 제일 반짝이는 돌 등,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누가 먼저 찾나 대결을 해본다.



자연놀이 2. 무전기놀이

▲ 준비물 무전기

아이들과 숲길 산책에 나설 때면 아이들은 어느새 나무 사이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듯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몇 번을 “얘들아~, 같이 가자 ~, 같이 가자~.” 불러도 숲길에서 시합이라도 하듯 꺄르르르 웃으며 달려간다. 누구보다 먼저 숲길을 맞이하고 싶다는 듯이. 다른 길로 빠질 곳 없는 외길이라지만 뒤따라가는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길을 잃을까 내심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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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몇 번의 산책을 반복하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 손에 무전기를 쥐여주었다.

“앞서 가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보고하라! 알았지?”  “네!!!”

어른이 안심하려고 시작한 것인데 어느새 아이들에겐 놀이가 되었다. 무전기놀이. 마치 정찰병이라도 된 것처럼 신이 나서 무전기놀이를 시작한다.

멀리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는 약간의 흥분과 긴장감이 섞여 있고 맡은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각오까지 보인다. 그냥 들으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무전기를 사이에 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준다.

“여기 나무가 쓰러져 있다. 오버!” “여기 땅에 물이 많이 있다. 조심하라! 오버!” “여기 약수 나오는 데가 있다. 여기서 쉬고 있겠다. 오버!” 아이들의 무전 소리다.

먼저 가지 말라고 계속 똑같은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부모가 할 일이다. 산책이든 숲길 트레킹이든, 무슨 일이나 해봐야 좋은지 싫은지 힘든지 할 만한지, 후회를 하든 스스로 만족하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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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멀리 떨어져 무전이 안 되면 조금 겁이 났다고 한다. 이러다 엄마 아빠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싶어서. 그럼 그렇지. 아직은 부모와 떨어지기에는 불안한 나이다. 얼마든지 마음껏앞서 가게 해보니(무전기를 쥐여줬기에) 아이들 스스로가 너무 멀리 가면 안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무전기로 연락하는 것은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과 비교도 안되는 재미를 준다. 어릴 적 종이컵에 긴 실을 연결해 전화놀이를 하던 때를 떠올리게도 한다. 마치 긴 고무줄로 아이와 연결되어 저만치 앞서 가도 끊어지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장치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무전기를 버리고 아빠를 떠날지 모를 일이지만 아이들과 무전기놀이를 하며 숲을 거닐던 그 순간만큼은 꼭 간직하고 싶다.


자연놀이 3. 소꿉놀이

▲준비물 소꿉놀이 세트 또는 캠핑 취사 도구, 흙, 모래, 자갈, 나뭇잎

여자아이들에게 소꿉놀이는 크면서 꼭 한 번씩 거쳐가는 재미다. 소꿉놀이 장난감이나 엄마의 부엌 살림을 꺼내다 자기들끼리 역할을 정하고 밥을 지어 먹이는 흉내를 낸다.

캠핑을 하러 가면 여자아이들뿐 아니라 남자아이들도 소꿉놀이를 한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다 큰 초등학생 남자아이까지도 동생이나 또래들과 모여 앉아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누군가 집에서 가져온 소꿉놀이 세트나 캠핑 취사 도구인 코펠의 크고 작은 그릇, 컵 등이 모두 도구가 되어 여기에 흙, 모래, 자갈, 나뭇잎, 물 등으로 음식을 만들어 담는다.

나는 남자아이들이 소꿉놀이하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여자아이들은 엄마가 되고 남자아이들은 아빠가 되어 여자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남자아이들이 먹는 식으로 놀았다면 이제 그것은 현실성 없는 설정이 되었다. 각종 TV 프로그램에 요리 잘하는 남자들이 등장하고 남자 셰프들이 근사한 요리를 선보인다. 음식은 이제 단지 먹는 것의 의미를 뛰어 넘어 창작 활동의 산물로 인식되는 시대이니까. 소꿉놀이는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캠핑을 준비할 때 소꿉놀이 장난감을 항상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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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연의 재료로 나에게 차려줄 밥상을 준비한다. 작은 조약돌로 스테이크 위를 장식하는 모양을 내고 모래를 후춧가루 삼아 솔솔 뿌린다. 이름 모를 잡초를 곁들여 낸다. 모래에 물을 조금 섞어 으깨고 강물을 떠와 ‘모래수프’를 끓인다. 강가에 피어 있는 꽃이나 열매를 이용해 샐러드를 만든다. 이렇게 한 상 차려놓고 나를 부른다.

아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차려진 밥상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름의 음식이 되기도 한다.

‘청정 금강 모래를 곁들인 신선한 나뭇잎수프!’

여러 가지 색의 꽃 반찬들로 한 상 근사하게 차려질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아이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차려낸 정성스런 밥상이 몹시도 반갑기 때문이다. 다음 캠핑에선 또 어떤 이름의 음식이 나올까?


출처 : 아이가 즐거운 가족 캠핑의 모든 것 <아빠, 캠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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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군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로이 여행하는 캠핑 전문가. 2007년 4월 본격적인 캠퍼의 길에 올라 매주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며 ‘아이는 놀이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는 것을 굳게 믿는 아빠. 지금껏 수백 차례의 캠핑과 여행을 하며 두 아이와 함께 했던 놀이와 추억을 모아서 <아빠, 캠핑가요!>로 엮었다. 현재 국내 유수의 IT 보안업체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 : neojkson@naver.com      
홈페이지 : http://www.campingfam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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