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삶을 바꾸는 ‘20초 룰’

송은주 2014.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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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274229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에 대해 한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이 달콤한 상상에는 신체적, 물질적, 환경적 조건 등 다양한 외부조건이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외부조건들은 요술 램프 속 지니가 힘을 써주거나 대단한 우연히 수십 번 겹치지 않는 한 주어지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능성이라는 범주에서 볼 때 가장 믿을만한 조건은 습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릴 때 들인 좋은 습관으로 인생이 달라진다고 단언했고, 간디, 대처 등 역사를 장식한 인물들은 습관이 운명이 된다는 모토를 가슴에 새겼노라 들려주고 있다.

 

Z세대 앞에 펼쳐질 삶은 변화무쌍하다. 트렌드 보고서인 The Curve Report에 따르면 Z세대는 100세 수명의 보편화와 일상의 디지털화로 인한 새로운 형식의 특권과 장애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최적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자신의 장점과 결합해 역량을 펼치도록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는 자율적인 어른으로 자라는 길에는 다양한 모험과 도전이 예상되므로 특정 재능의 발견과 발화 못지않게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세 살 버릇이 백세 이상가는삶을 누릴 아이들에게 쥐어주어야 할 가장 큰 무기로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나쁜 습관을 조기에 도려내는 것을 드는 이유일 것이다.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는 두 가지 핵심 습관

 

습관은 뇌 스스로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형성하는 일종의 자동항법기재다. 뇌는 재빨리 가능한 한 많은 임무와 행위를 복잡한 생각 없이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도전들에 할애할 공간을 확보하고자 한다. 신발끈을 묶는 법을 처음 배웠던 때, 주차장에서 평행주차를 처음 시도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그 복잡하고 절대 능숙해질 것 같지 않은 행위도 언젠가부터 무의식적으로 완수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절차를 거친 행위는 무의식이라는 블랙박스 안에서 자동 처리됨으로써 어느새 습관으로 고착화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의학대학원의 보니 스프링 교수는 일상의 습관을 연구한 결과, 전 생애에 걸쳐 연쇄적으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는 나쁜 습관 두 가지를 제시했다: TV나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것과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대신 정크 푸드와 과자를 섭취하는 것. 이 두 가지 나쁜 습관이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삶의 만족도와 대인관계 등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롭지 않은 행동임을 인지하면서도 TV앞에서 리모컨을 쥐고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앉아있거나 무의식적으로 과자나 주전부리를 입에 넣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머리로 안다는 것좋은 행위로 바꿔 실행하는 것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의지도 고갈된다

 

나쁜 습관의 퇴치와 좋은 습관의 형성에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새로운 습관을 몸에 배게 하거나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는데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에 연구자들도 동의한다. 습관의 힘은 중력과도 같아서 계속 붙들어 매고 다른 길로 올라타는 것을 방해하곤 한다. 탄산음료대신 물, TV대신 독서나 운동, 머리로는 분명히 더 좋은 선택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대체물을 찾는 것이 어렵지도 않건만 가뿐히 실행으로 옮기기는 어렵고 문득 정신을 차린 후에는 스스로의 의지박약에 실망하는 일도 다반사다. 습관을 깨는 것이 중력을 거슬러 로켓을 발사시키는 것에 비유될만한지라 습관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습관 교정의 시발점에는 의지가 주요 동력으로 작동하지만 사람의 의지는 다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된다. 나쁜 습관을 뿌리뽑겠노라 굳건히 다짐한 새해계획이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고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혹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까 봐 스스로 뱃머리에 몸을 묶었고 영화 쇼퍼홀릭의 쇼핑중독자 여주인공은 크레딧 카드를 물과 함께 얼려버리는 방법으로 아예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습관을 바꾸는 게임

 

하버드대 심리학자 숀 아처에 의하면 습관의 교정에는 ‘20초 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매일 일정시간 기타를 치겠노라 다짐했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하는 자신을 마주하고 이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여러 단계의 실험을 거친 아처 박사는 작심삼일에 그칠 뻔한 자신의 목표가 ‘20초 룰로 인해 달성된 경험담을 들려준다. 놀랍게도 장식장으로 걸어가 기타를 꺼내오는 사소한 행위가 치명적 방해요인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기타 연습이건만 날이 갈수록 의지는 사라지고 기타를 잡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이를 지속시킬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아처박사는 연습시간 외에 장식장 속에 보관하던 기타를 자신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방의 중간에 세워두기로 했다. 원하는 습관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쉬운 길을 택하는 뇌의 작동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상황이 급변했다. 20초안에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곳에 배치한 것 만으로 매일 기타 연습을 하게 되었고 3주가 지나자 일상의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몸에 배게 할 수 있었다.

 

결국 ‘20초 룰은 하기 쉬운 행위에 자연적으로 끌리는 인간의 행동패턴에 기인한다. 좋은 습관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20초 가깝게’, 나쁜 습관은 ’20초 멀게가 황금률이라는 것이다. ‘20초 룰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되는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과 벌이는 자그마한 게임으로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내쫓는 행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일상에서 ‘20초 룰을 적용해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아침 운동습관을 위해 운동복을 침대 옆에 두고 자는 것, TV 대신 책을 읽기로 했다면 리모컨을 없애고 그 자리에 책을 두어 TV를 켜거나 채널을 돌리기 위해 직접 걸어가게 만드는 것, 건강을 위해 과자나 라면을 선반 가장 높은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습관의 변화를 더 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결과다.

 

무조건적인 의지만을 강요해서 아이의 습관을 교정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되는 의지로 인한 교정의 실패는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종래에는 시도조차 꺼릴 수 있다. 스스로 변화를 갈망해 굳건한 의지를 세웠더라도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조율이 가능하도록 환경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무엇이 좋은 습관인지 그 결과는 어떠한지에 대한 차근차근한 설명과 이해를 통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간단한 듯 하지만 큰 차이를 가져오는 20초 룰을 설정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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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
‘사람’과 ‘세상’에 끊임없이 천착하는 글로벌 시티즌십 교육자이자 트렌드 분석가. 세계 다양한 기관들과 현상 및 정책을 연구하며,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멋지게 세상을 누리려면 ‘바다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낯가리는 천성에도 세계 곳곳의 삶들과 어울리고자 관상과 바디랭귀지를 섭렵하기도 했으나 결국 그들의 마음을 연 것은 ‘생각의 히치하이킹’ 덕분이라 여긴다. 고려대 행정학 박사이며, 저서로는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가 있다.
이메일 : minervafever@gmail.com       페이스북 : minerva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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