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입시교육 족쇄 푸니, Z세대 마법 현실로

송은주 2013. 11. 15
조회수 14473 추천수 0

20131113_1.jpg » 한겨레 자료 사진.


미래형 농부와 인간신체 관리자

 

“꿀을 만드는 꿀벌이 되고 싶어요. 달콤한 꿀을 만들어서 세상 사람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거든요.
“인어공주처럼 다리도 있고 지느러미도 있어서 바다와 땅을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는 어른이 될 거에요.
커서 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5살 꼬마들이 내놓은 답이다. 귀엽고 앙증맞지만 부모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혔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뭔가 현실적인 직업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겠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Z세대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아 갈 세상을 어른들보다 훨씬 더 정확히, 한치 앞서 꿰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와 Fast Future(미래 동향 전문 컨설팅 사)가 미래학자와 연구자들에게 2030년까지 과학기술분야에서 유망해질 직업을 예측하도록 한 결과, ‘버티컬 파머(vertical farmer)'와 ‘인간신체 관리자(Body part manager)’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티컬 파머는 2015년경에 유망 직업이 되는데 먹거리를 재배할 땅이 주거지와 빌딩숲으로 인해 줄어들면서 도시의 다층 빌딩에 인공지능 및 가상현실 테크놀러지를 갖추고 다양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미래형 농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인간신체 관리자는 2020년경에 수요가 폭발할 직업으로 생체조직, 로보틱 기술과 결합해 고기능의 신체 일부를 창조해내는 직업이다. 팔다리부터 장기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으로 DNA를 모델링하고 3D 프린터로 디자인해 장기나 팔다리가 자라게 하거나 대체하는 이 기술은 이미 실현을 위한 준비 중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z세대 10명중 1명이 2020년 전에 생활전선에 나서 사회인이 된다. 그런데 이들이 사회인이 되면 그 이전 세대의 삶도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고 강조한다. 전세계 70억 인구 중 30%를 차지하는 Z세대가 세상의 진화를 개척해 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상상력과 꿈을 실현할 기회를 빼앗으면 지구촌은 멋진 신세계로 역사를 바꿀 동력을 잃으며 모든 세대가 꿈을 잃어버린 난민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춘기도 맞기 전 그들의 마법이 사라지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을 향한 우려가 속출하는 이유이며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 주워야 할 당위성이다. 

 

퓨쳐 프로젝트(The Future Project)

 

예일대 동창인 앤드류 맹기노와 카냐 발락리시나라에 의해 시작된 ‘퓨쳐 프로젝트’가 미국의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퓨쳐 프로젝트는 어른들이 어떤 것을 변화시키면 세상을 빨리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미래를 움직일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을 얻으면서 시작되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학업성적의 성취 격차(achievement gap) 줄이기에 치우쳐 있는데, 학교가 지루하고 영감을 주지 않으며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학교 밖 세상, 그리고 자신들의 꿈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Z세대의 고민에 집중한 결과이다.

 

만약 학교가 가정환경, 인종, 종교 등의 배경과 상관없이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진짜로 열정을 쏟을 그 무엇을 발견하고, 그들의 열정을 폭발시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이 어린 친구들이 각자의 꿈을 잉태하고 그 꿈을 독특하게 자신의 삶에 끌어다 놓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미래 주인공들을 위한 교육은 학업 성취에만 집중되는 교육이 아니라 ‘꿈의 성취를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Z세대 아이들에게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잠재력을 풀어헤쳐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기며 상상력과 열정, 투지와 리더십이 마구 분출되도록 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 퓨쳐 프로젝트의 기본 전제이다. 공동 기획자인 두 사람은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취지에 공감하는 지인들을 불러 모았는데 놀랍게도 입시위주 교육이 아이들의 꿈을 좀먹는다는데 크게 공감한 다수가 적극 참여했다. 미래 주인공들의 꿈을 사그라지게 하면 국가가 위태롭다는 위기감에 교육자, 과학자, 디자이너, 기자 등 참여자의 면모도 다양했고 국가적 운동으로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첫 시도는 2011년 뉴욕과 뉴헤이븐, 워싱턴 D.C의 4개 학교를 설득해 시작되었다. 퓨쳐 프로젝트의 모델은 의외로 간단하다. 각 학교에 ‘드림 디렉터’라 명명된 사회적 리더를 상주시켜 학생이 주도하는 다양한 퓨쳐 프로젝트를 강력한 행동으로 바꿔내도록 격려하고 조언하는 통로역할을 맡게 하고 그 진전 상황을 모니터 할 연구실을 설치하며, 아이들의 재능과 열정을 북돋울 지역의 자원 봉사자들을 합류시켜 지역 공동체 연계로 묶어내는 것이다.

 

첫 프로젝트에만도 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학교의 허락을 얻어 취지를 설명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풍덩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만든 퓨쳐 프로젝트의 내용과 형식은 그들 각자가 품은 꿈만큼 광범위하고 독특하다. 뉴욕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주도한 ‘완벽 혁명’ 프로그램은 왕따, 청소년 자살, 학업 스트레스로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로 하여금 ‘완벽’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하고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현실화 해내었는데, 학교 내에서뿐 아니라 뉴욕 시민 수백 명이 지지를 아끼지 않고 동참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퓨쳐 프로젝트는 아이들뿐 아니라 학교의 여러 시스템에도 변화를 촉발했다. 정형화된 공장식 교육, 입시위주의 교육은 Z 세대의 마법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며 삶이 충만한 어른으로 자라나는데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간파한 학교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학교는 8개로 늘었고 5000명이 참여해서 각자가 자기만의 퓨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공동 기획자들은 “그저 분위기만 조성해 주었을 뿐인데 이렇게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아이들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존재임에 확신을 얻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뭔지 알게 되었고 꿈은 행동하면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며 행복감을 드러낸다. 학교가 신나고 세상이 궁금해 여러 방면의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억지로 떠밀지 않아도 책을 찾아 읽고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강력한 경험을 마음에 각화시킨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서도 꿈을 행동으로 만들어내면서 멋지게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송은주
‘사람’과 ‘세상’에 끊임없이 천착하는 글로벌 시티즌십 교육자이자 트렌드 분석가. 세계 다양한 기관들과 현상 및 정책을 연구하며,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멋지게 세상을 누리려면 ‘바다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낯가리는 천성에도 세계 곳곳의 삶들과 어울리고자 관상과 바디랭귀지를 섭렵하기도 했으나 결국 그들의 마음을 연 것은 ‘생각의 히치하이킹’ 덕분이라 여긴다. 고려대 행정학 박사이며, 저서로는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가 있다.
이메일 : minervafever@gmail.com       페이스북 : minervafever      

최신글




  • ‘아기’가 미래 교육의 선생님‘아기’가 미래 교육의 선생님

    송은주 | 2014. 07. 30

     초등학교 수업시간,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포대기에 싸인 아기의 등장에 조용해진다. 마루 바닥에 아기가 내려지자 학생들은 주위로 몰려들어 ‘안녕 아기야, 잘 있었니?’ 라는 환영 노래를 입맞추어 부른다.   이 수업의 과목명은...

  • 엄지 세대 웅얼거림, 틀렸다는 어른들이 틀렸다엄지 세대 웅얼거림, 틀렸다는 어른들이 틀렸다

    송은주 | 2014. 05. 13

    ‘여행자’라는 애칭을 가진 83세의 프랑스인이 있습니다. 1930년 뱃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해군 장교로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했습니다. 수에즈 운하 재개통에도 참여했고 알제리 전쟁에도 참전했습니다. 발길 닿는 곳, 눈길 닿는 곳에서 ...

  • 삶을 바꾸는 ‘20초 룰’삶을 바꾸는 ‘20초 룰’

    송은주 | 2014. 03. 06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에 대해 한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이 달콤한 상상에는 신체적, 물질적, 환경적 조건 등 다양한 외부조건이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외부조건들은 요술 램프 속 지니가 힘을 써주거...

  • 짓고 부수고 만들고, 마법의 본능 깨워라짓고 부수고 만들고, 마법의 본능 깨워라

    송은주 | 2014. 01. 16

    <사진출처: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 웹사이트>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맥가이버의 부활    # 열두 살 소녀 실비아는 오늘도 수천 명을 자신의 유트브 동영상 앞으로 끌어 모은다...

  • 뇌 두 개를 가진 아이들, 신인류 Z세대 온다뇌 두 개를 가진 아이들, 신인류 Z세대 온다

    송은주 | 2013. 10. 30

    Z세대의 롤모델   공포정치가 뿌리깊은 도시 ‘판엠’에서는 일년에 한 번, 열 두 개 구역에서 12세 이상 남녀 한 명을 각각 뽑아 서로 겨루게 하는 ‘헝거 게임’을 실시한다. 이를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전 인구에게 공개해 중앙권력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