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뇌 두 개를 가진 아이들, 신인류 Z세대 온다

송은주 201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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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롤모델


20131030_01.jpg » 한겨레 자료 사진.

 

공포정치가 뿌리깊은 도시 ‘판엠’에서는 일년에 한 번, 열 두 개 구역에서 12세 이상 남녀 한 명을 각각 뽑아 서로 겨루게 하는 ‘헝거 게임’을 실시한다. 이를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전 인구에게 공개해 중앙권력에 대한 경외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헝거 게임은 마지막 승자가 될 때까지 온갖 전략을 사용해 참가자들을 처치해야 하는 잔인한 게임이다. 참가자 중에는 부유한 구역에서 다양한 기술을 연마한 후 우승해 명예를 얻으려 지원한 아이도 있고, 빈곤 구역에서 끼니도 잇지 못하다가 강제 추출 당해 조공물처럼 참가하게 된 아이도 있다. 빈곤 구역에 사는 평범한 16세 소녀 캐트니스는 숲에서 먹이를 사냥해 가족들을 부양한다. 헝거 게임 참여자 선발이 있는 날, 자기 구역에서 조공물로 어린 여동생이 지목되자 캐트니스는 대신 자원한다. 캐트니스는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 갈고 닦은 역량인 활 솜씨와 이를 마음껏 펼쳐 보이던 숲 속 환경에서의 활약을 헝거 게임에도 변형 적용하며 게임을 풀어 나간다. 죽고 죽이는 잔인한 게임의 룰에도 불구하고 캐트니스는 공존을 모색한다. 적대시하던 다른 참여자들과도 협력을 꾀하며 결국엔 대중의 마음도 움직인다.


 

미국의 민간 정보기관인 인텔리전스 그룹이 현재 X세대와 Y세대를 잇는 신인류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세대는 롤모델로 수잔 콜린스의 소설 <헝거 게임>의 주인공 같은 캐릭터를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캐트니스는 타고난 여전사도 주목 받던 천재도 아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다. 이 소녀는 스스로 즐기는 필살기인 활 쏘기를 가족 부양의 수단으로도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무기로도 활용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불가항력의 시나리오에 맞닥뜨려 상황을 자기 의도대로 재구성해낼 줄 알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쉽게 조종당하지도 다른 이의 생각에 무조건 편승하지 않으며 유연하게 인간애를 드러내고 공동체를 위한 결정에 다가선다.

 

이전 세대는 현존하거나 역사에 기록된 실존 인물을 롤모델로 떠올리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 Z세대라 불리는 이 신인류는 캐릭터의 몇몇 특징들에 동화될 뿐 영웅이나 천재의 삶을 따라 자신을 맞추기 거부한다는 점은 삶의 종류와 방향이 어른들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불굴의 의지와 투철한 희생정신을 갖춘 실존 영웅이나 천재를 오히려 비현실적 캐릭터로 생각하고, 가상의 캐릭터이더라도 평범한 동년배를 현실적인 롤모델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Z세대의 특징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나 이제 불과 십 년 후면 사회인으로서 활약하게 될 새로운 세대에 대한 궁금증이 세계 여러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z세대라 명명된 이 신인류가 세상에 미칠 영향력이 지난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자라서 세상에 마법을 부릴 것이고 그 마법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터넷 기술과 함께할 역사상 첫 세대이며 인류역사상 가장 상상력이 뛰어난 세대이기에 이들에게는 ‘두 번째 뇌’를 가진 세대, ‘한계가 없는 세대’,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Z세대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제 걸음마 수준의 잠재성만 파악되었을 뿐이지만, 크게 기술, 지식, 관계 면에서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첫째, ‘두 번째 뇌’를 가진 세대

기술면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이 사회 기능에 광범위하게 포함된 상태에서 태어난 첫 세대인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싶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어른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어떤 시대도 아이들이 부모보다 더 많이 알던 시대가 없었다. 중요한 정보와 세상의 흐름에 대해 부모보다 빨리 잡아내기도 하며 종종 아이들은 집안의 기술문제 해결사로 등극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에서 전통적인 헤게모니가 바뀌는 현상까지 속출해서 이전 시대 아이와 엄마와의 대화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가 다 알아”, “아빠 오실 때까지 기다려”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얘, 이 스마트 폰 기능은 뭐니?” “유투브에는 어떻게 올리는 거니?”로 대화의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뛰어난 콘텐츠 큐레이터

지식 면에서, 고도로 연결된 세상에서 역사를 실시간으로 체험하며 정보를 획득하는 경로가 엄청나게 광범위하기에 이전 세대가 주류 미디어에만 의존해 생각의 틀을 규정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고의 확장을 경험한다.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지면서 시각의 차이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뛰어난 정보 수집 능력으로 Z세대는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상상의 한계를 짓지 않는 역량을 보유한다. 수집한 정보를 분해하고 짜깁기해 새롭게 탄생시키는 콘텐츠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에도 능하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아이들은 문제 뒤에 숨기보다는 문제를 이해하고 맞서기를 원하는 성향을 내재한다.

 

셋째, 공유와 공존의 힘을 아는 ‘우리 세대(We Generation)’

관계 면에서, Z세대의 인종 구성은 이전 어느 세대 보다 다양해졌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인종, 계층, 종교, 연령대와 관계를 맺고 천차만별의 민족적 특성들을 섞고 새롭게 구성하기에 열린 사고를 선호하며 세상을 흑과 백의 잣대로 보지 않는다. 하나의 상황에 한 개의 정답이 아닌 여러 개의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구성하기 위한 집단적 가치와 공동의 아젠다로 시야를 넓힌다. 또한 기업과 브랜드가 사회에 공헌하거나 사회적 문제에 선하게 개입하는 것이 추앙 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태어나 자신의 공동체와 사회전체를 위해 기여하는 삶을 희생이나 손해 보는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여긴다.

 

머지않아 세상은 그들의 것


세계 교육계는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세대인 ‘Z세대’와 이들이 살아갈 예측 불가한’미래 환경’이라는 씨줄과 날줄의 동시 출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거리, 시간,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이전 세대 어른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신인류의 출현을 맞아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새로운 접근이 속출하는 이유다. 이들을 세상에 대비시켜 내보내려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절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누릴 수 없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6세 미만 아이들의 정서발달을 해치는 조기 영어교육 및 암기 위주의 교육방법을 금지했다. 홍콩에서는 아이가 높은 성적 등 원하는 것을 얻고자 만행과 폭력도 서슴지 않도록 조장해 ‘괴물 아이’들을 양산시키는 ‘몬스터 맘’이 공공의 적으로 뭇매를 맞았다. 인성이 결여된 채 경쟁시스템에만 길들여진 홍콩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자 자성의 목소리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는 숙제를 없애는 대신 30분간의 책 읽기로 대치하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고, 휴스톤, 시카고, 뉴욕 등의 학교들에서는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뉴튼의 운동의 법칙을 앵그리 버드 게임으로 익히게 하는 등 교과목 커리큘럼 개발에 게임 디자인 원칙을 사용하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Z세대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들이 누릴 세상에 더욱 귀중해질 자질인 감성, 인성, 배우는 즐거움을 적어도 빼앗지 않으려는 접근인 셈이다.

 

인간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결국 확실한 한 가지 진실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면에서 불안을 몰고 오기도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새롭고 가슴 뛰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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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
‘사람’과 ‘세상’에 끊임없이 천착하는 글로벌 시티즌십 교육자이자 트렌드 분석가. 세계 다양한 기관들과 현상 및 정책을 연구하며,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멋지게 세상을 누리려면 ‘바다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낯가리는 천성에도 세계 곳곳의 삶들과 어울리고자 관상과 바디랭귀지를 섭렵하기도 했으나 결국 그들의 마음을 연 것은 ‘생각의 히치하이킹’ 덕분이라 여긴다. 고려대 행정학 박사이며, 저서로는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가 있다.
이메일 : minervafever@gmail.com       페이스북 : minerva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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