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본성과 양육4] 성격은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박진균 2013. 03. 07
조회수 13317 추천수 0


20130306_02.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아이의 성격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물론 이런 이분법적인 질문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니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한편으로는 이런 경우 대부분 정답은 양자의 절묘한 중간 지점 어디가 아니겠느냐며, 뭐 그런 다 아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하느냐고 너스레를 떠실 어머니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해보고, 몇 가지 답을 찾는 과정에서 증거들을 확인하다 보면 아동 양육에 있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지침을 얻어갈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에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이의 성격은 엄마 하기 나름이다' 라는 아동 양육서의 광고 문구를 글자 그대로 믿는 어머님들이 계시다면(많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그 분들은 아이의 마음이 '빈 도화지'와 같아서 엄마나 아빠, 혹은 자라면서 만나는 환경에 의해서 전적으로 아동의 성격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계신 듯합니다. 이런 생각이 그리 어리석은 생각도 아니며, 서양에서도 존 로크와 같은 유명한 철학자가 이런 생각을 '빈 서판(blank slate)'이라는 말로 개념화하기도 했습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이며, 현대 정신과학 및 정신치료의 기초를 놓은 프로이드의 이론들도 실은 이러한 '빈 서판' 이론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정신성적 발달이라는 아동 발달 이론을 통해서 '구강기적 성격'이나 '항문기적 성격',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과 같은 말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아동을 키우는 어머니의 태도나 잘못에 의해서 아동의 성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프로이드가 100년 전에 주장했던 이 이론들은 1970년대를 지나며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반대 증거가 쌓여가면서 이제는 다수가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게 되었답니다!
 
아이의 성격이 많은 부분 타고나는 것이라는 이론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많이 하는 이야기는 '저에게 딸이 둘 있는데, 똑같이 키웠다고 자부하지만 아이들의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이는 아이 둘이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며, 우리 부부의 공통된 양육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 성격 형성에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이야기이지요. 더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79년 미국 미네아폴리스의 한 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40년 만에 만난 일란성 쌍둥이 남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생 후 몇 주 만에 각기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40년간 서로를 전혀 모른 채 각자 살아왔습니다. 재회한 그들은 얼굴과 목소리 뿐 아니라 성격이나 생각, 생활습관과 취미, 병력 모두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미네소타 대학 심리학자인 토머스 부샤드 교수는 쌍둥이들을 대규모로 연구하게 되었답니다. 그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들을 쌍으로 모아서 연구했는데, 결론은 서로 다른 가정적 환경이라는 요소보다는 유전적 요소의 일치가 성격 및 많은 특질들을 더 잘 설명하더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빈 서판'이 아닙니다. 타고난 기질과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이란 아이가 가지고 태어나는 서로 다른 생물학적 반응 양식입니다. 낯선 사람이나 환경에 대해서 겁이 많은지 적은지, 활동성의 정도는 어떤지, 고집은 타고나게 센지 아니면 부드러운지, 집중을 잘 하는지 아니면 부잡하고 산만한지, 그리고 또래나 어른들을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지 아니면 둔감한지 등이 타고난 기질적인 차이를 말합니다. 타고난 재능이란 다양한 인지적 재능의 차이를 말합니다. 다중 지능 이론에서 이야기하듯이, 언어적 지능이 높은지, 논리-수리적 지능이 높은지, 운동지능이나 음악지능이 높은지, 아니면 공감지능이 높은지 등등 아이마다 타고나게 뛰어난 재능이 있습니다.
 
그러면 성격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타고나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나 예외가 있습니다. 


첫째는 양육기간 동안 아동학대나 방임 등과 같이 매우 유해한 환경은 아동의 성격을 극적으로 바꾸거나 파괴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심한 간질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두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상을 당하는 경우에 성격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로는 성격의 기본인 기질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환경과의 적응에 따라서 다른 표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적이고 활발한 기질의 아이는 에너지가 넘치고 추진력 있는 기업의 CEO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 양육되는 경우 알코올 중독자나 폭력적인 사람으로 키워질 수도 있습니다. 낯선 것에 겁이 많고 수줍은 기질의 아이는 사려 깊고 따듯한 상담자나 선생님으로 키워질 수도 있지만, 잘못 키워지면 세상을 비관하여 은둔하는 외톨이나 우울증 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넷째로 아동 스스로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할까요? 일찍 철이 드는 여아의 경우에는 중학생 무렵일 수도 있고, 늦게 철드는 남자애들은 어쩌면 군대를 다녀온 25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부모가 미숙한 기질과 세상과의 갈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좀 해주어야 합니다. 욱하는 성질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고,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치고,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도록, 과도한 완벽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다독이고 한계를 정해주어야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기질별 육아법에 대해 실제적인 조언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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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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