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지기 싫어하는 아이 사회성 키우기

박진균 2015. 03. 10
조회수 6143 추천수 0

어린이집2.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오늘은 ‘지는 것을 못 견디는 아이’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매우 중요한 활동입니다.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놀이는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에게도 발견된다는 점을 보면 진화적으로 꼭 필요한 활동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놀이는 순서적으로 발전해 갑니다. 타인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혼자 놀기’를 거친 후, 아이들은 친구 옆에서 놀게 되는 ‘병행놀이’로 발전해갑니다. 병행놀이는 2~3살 아이들이 옆에서 각자의 놀이를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병행 놀이는 곧이어 함께 놀게 되는 ‘연합놀이’로 발전하고, 이후로 ‘협동 놀이’, ‘게임’으로 발전해 갑니다. 현대 사회로 갈수록 아이들은 규칙을 수반하는 ‘게임’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합니다.


놀이는 크게 두 가지의 기능을 가진다고 합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현재를 즐기고 감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적응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개체발생적 적응’의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어른이 되었을 때 필요한 인지적, 사회적 자원을 연습하는 기능으로의 ‘지연 적응’의 기능을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박탈하면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더 과격해지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동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놀이의 기능은 어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성’을 포괄적으로 기르는 역할일 것입니다.


아이와 놀이를 하다 보면 유난히 지는 것을 못 견디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철민이는 어려서부터 지는 것을 절대 견디지 못했습니다. 클리닉에서 선생님과 게임을 할 때, 자신이 질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억지를 부리거나 판을 엉망으로 어지르고는 나가버리곤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도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납니다. 자기 팀이 골을 먹으면 ‘무효’라고 우기면서 공을 가로채서는 게임을 중단시키기 일쑤였습니다. 친구들은 일단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철민이의 요구를 들어주지만, 속으로는 앞으로 절대 철민이와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철민이는 어떤 점이 문제일까요?


이런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에 매우 강하게 집착하여 타인의 요구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고집불통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감정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어렵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까칠하고 다분히 반항적인 아이들입니다.


여기서 먼저 이런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사회적 규범을 몇 가지 열거해 보겠습니다.


- 타인과 함께 하는 게임이나 경기에서는 내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다.
- 당장 억지를 부려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를 잃게 된다.
- 친구들 앞에서 억지를 부리고 고집을 부리면,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평판이 나빠진다.


이와 같은 규범을 부모가 잘 숙지하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규범들을 아이들에게 천천히 체득시키기 위해서 노력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아이에게 ‘억지 승리’의 결과에 대해서 이해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해와 설득은 아이가 충분히 차분해진 다음에 해야 합니다. 아이가 흥분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이야기가 아이의 머리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조용한 곳으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면전에서 아이에게 면박을 주거나 비난을 하는 것은 아이를 더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 삼가해야 합니다. 목소리가 가라앉고 말투가 차분해진 연후에 상냥한 어조로 아이에게 억지 승리가 나중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놀리는 투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둘째로는 첫째의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평소에 욱하는 성질로 인해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메뉴얼처럼 가르치는 게 필요합니다. 먼저 시행해 볼 방법은 스스로 차분해지는 혼잣말을 하는 것입니다. ‘차분해지자’, 혹은 ‘흥분하면 결국 지는 거다’ 등과 같은 혼잣말을 평소에 연습해서 흥분하고 다투는 상황이 되면 되내이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연습하는 것입니다. 심호흡을 하거나 속으로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가능하다면 즉시 사건 현장을 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툼이 생길 것 같거나, 사고를 칠 위험이 있게 되면 ‘바람 좀 쐬고 올께’라는 말과 함께 그 자리를 피하도록 가르쳐볼 수 있습니다.


셋째로는 부모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의 이런 특성 혹은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조금씩 가르치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반추하는 능력이 일반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 규범을 깨닫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가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 만큼이나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춘기가 되어 아이가 통찰력이 조금 생기게 되면, 그제서야 부모의 교육을 진정 마음으로 깨닫고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때 진정으로 부모의 교육과 인내의 관계가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격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목표를 낮게 잡고 조금씩 노력해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의 나름의 성격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성격을 고치겠다고 아이와 싸우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용하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는게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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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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