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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나 클래식보다 세상소리 경험 먼저

양선아 2015.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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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21685101_20150106.jpg » 독일 듣기예술교육연구소 설립자인 라인힐트 브라스 비텐아넨 발도르프사범대 음악과 교수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겨레>와의 인터뷰 도중 자신의 작은 심벌즈로 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육아 멘토를 찾아서ㅡ브라스 발도르프 사범대학 교수]

“우리 아이가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었으면….” “나중에 입시 준비하려면 악기 교육은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해야 해.” “악기 교육을 시키면 두뇌 발달이 더 잘된대.” “우리 아이는 음악적 재능이 있어 보여. 재능은 일찍부터 발견해 키워줘야 하는 것 아닐까?” “무엇이든 일찍부터 교육시키면 좋을 거야. 음악도 그렇겠지.”

 

이처럼 부모들은 다양한 동기로 아이들에게 악기 교육을 시키려 한다. 이런 부모들의 욕구에 부응해 국내에는 유아전문 음악교육기관도 다양해지고 있다. 뮤직가튼, 야마하음악교실, 킨더뮤직, 유리드믹스, 달고나 연구소 등이 그 예다. 이런 기관들의 교육 비용은 월 5만원부터 6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수업 방식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전문가와 아이가 일대일로 수업하는 방식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부모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좀더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바람과는 달리 너무 일찍부터 악기 교육을 시키거나 잘못된 음악 교육을 하면 오히려 아이들을 음악과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독일 비텐아넨 발도르프 사범대학 음악과 교수이자 독일 듣기예술교육연구소(아우디오페디) 설립자인 라인힐트 브라스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가 주관하고 나임 발도르프 평생교육원이 주최한 발도르프 교사 양성과정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브라스를 만나 아이들을 위한 음악 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와 나눈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만 9살 이하 아이들 몸으로 소리 들어
조기 악기교육, 감동 없는 연주만 양산
악기 교육은 만 8살 시작해도 늦지 않아
일상 속 소리와 울림 듣는 체험 더 중요
각종 미디어 통한 기계음 노출 줄여야

 

-최근 악기 교육을 시키면 아이의 집중력도 향상되고 감정 조절 능력도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즘 한국 부모들도 아이들의 악기 교육이나 음악 교육에 관심이 많다.

 

“23년간 음악 교사로서 살아왔다. 세계 각 학교나 각종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음악 교육을 살펴보면, 아이의 발달과 성장을 위한 진정한 교육인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미술로 바꿔 생각해보자.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렘브란트 그림을 그리라고 하지 않지 않는가. 그런데 이상하게 음악 교육을 할 때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음악을 어릴 때부터 듣게 하고 연주시킨다. 그것은 어른들이 생각해낸 교육일 뿐이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게 하는 것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어른들의 기대와 달리 아이에게 유익하지 않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에 적합한 음악 교육은 무엇인가?

 

“아이들을 위해 진정한 미술 교육을 하고자 한다면, 어릴 때는 다양한 색채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음악 교육을 하고 싶다면, 아이들에게 세상의 울림, 소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놀이하면서, 자연 속에서 얼마든지 부모가 아이에게 다양한 소리와 울림을 들려줄 수 있다. 종이 구기는 소리, 숲에 가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 돌끼리 부딪치면 나는 소리, 나무막대 소리, 컵 두드리는 소리,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 눈 위를 걷는 소리 등 세상에는 다양한 소리와 울림이 있다. 그런 것들에 아이들이 귀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소리가 음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악기를 다루는 것보다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듣는 능력 없이 악기 교육을 시키면 그것은 트레이닝일 뿐이다. 그렇게 훈련시켜도 아이들은 해내긴 한다. 그러나 나중에 진짜 음악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기에 음악을 싫어하게 되거나, 음악을 전공해도 기술로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음악은 영혼의 언어다. 감동이 없는 연주는 죽은 음악과 다름없다. 결국 아이는 자기 표현력을 상실하게 되고 기계적으로만 연주하게 된다. 결국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음악이 주는 풍요로움도 누릴 수 없다. 악기의 다양한 소리는 학교에 들어가서 접해도 충분하다. 악기 교육은 만 8살 정도에 시도하면 악기 연주의 즐거움도 알고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어 좋다. 조기 악기 교육을 반대한다기보다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일상에서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 같다. 소음도 많고 미디어를 통해 많은 소리가 쏟아진다. 듣는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들은 귀로만 소리를 듣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들은 더 예민하다. 만 9살까지의 아이들은 음악을 몸 전체로 듣는다. 어떤 아이들은 악기 소리를 들으면 피부가 간지럽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음악의 다이내믹함을 몸을 움직이면서 듣기도 한다. 듣기에 정말 집중하면 소리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렇게 소리의 울림을 한번 체험한 아이들은 듣고자 하는 욕구가 저절로 생긴다. 고요함 속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아이가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욕구는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미디어를 통한 기계음에 많이 노출되면 잘 생겨나지 않는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한 음악 듣기를 가급적 피하도록 하라. 일상의 소리, 다양한 울림의 체험을 부모 스스로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부모 스스로 악기 연주를 하고 음악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영유아 전문 교육기관에서는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기술을 교육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놀이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면서 움직이기도 하는데….

 

“유아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생명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현대 교육의 문제는 교육을 정보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데 있다. 공부를 그렇게 정의하면, 아이들이 삶의 의미나 즐거움을 일찍 상실하게 된다. 아무리 아이의 발달에 맞게 프로그램을 짠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고정된 박자나 고정된 울림에 따라 아이에게 움직임이나 동작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아이들의 판타지 발달을 방해한다. 유아기의 판타지 발달은 아이의 창조성과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자양분이다. 유아기 아이들을 제발 그냥 놔두자. 그러면 아이 스스로 놀이에 몰입하고 창조적으로 알아서 논다. 그 과정 속에서 듣는 힘도 키울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라인힐트 브라스 교수는

 

특수교육학, 음악 교육,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현재 독일 비텐아넨 발도르프 사범대학 음악과 교수이며, 독일의 듣기예술교육연구소(아우디오페디) 설립자이기도 하다. 현대 아동과 청소년 문제를 예술교육으로 접근하는 음악의 새로운 분야인 아우디오페디를 개척했다. 아우디오페디는 독일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음악 수업의 새로운 길-아우디오페디> <교육과 치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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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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