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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다른 육아, 좋고 나쁜 정답 없다

양선아 2014. 05. 07
조회수 12923 추천수 0

CHRISTINE-GROSSLOH-large570.jpg » 미국 이민자였던 한국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크리스틴 그로스-노는 엄격한 한국식 교육과 자유로운 미국식 문화를 동시에 경험했다. 그로스-노는 유대계 미국인 남편을 만나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네 남매(13살, 11살, 7살, 4살)를 키우고 세계 18개국의 양육법을 비교분석하면서 양육 전문가가 됐다. 그로스-노가 자녀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부키 제공

 

육아 멘토를 찾아서 ④ 양육 전문가 크리스틴 그로스-노

올해 8월 출산 예정인 임신부 김지혜(34·서울 연희동)씨는 곧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하면서 육아서를 틈틈이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김씨는 아이를 재우는 법조차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떤 책에서는 “아이가 울더라도 혼자 자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고, 어떤 책에서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씨는 “결국 내가 선택할 문제지만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 속에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올바른 양육법에 대한 부모들의 혼란과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늘면서 최근 국내에는 ‘프랑스 육아’ ‘스칸디나비아 육아’ 등 다양한 나라의 육아법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 한 나라의 양육법이 아닌 세계 18개국의 양육법을 비교·분석하고, 실제로 자신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다양한 문화 속에서 네 자매를 키워본 경험담을 펴내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부키 펴냄·작은 사진)을 펴낸 재미 동포 2세 크리스틴 그로스-노 박사다.

그로스-노는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뉴스위크> <허핑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서 양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겨레>는 최근 그로스-노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그가 세계 여러 나라의 양육법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얻은 지혜는 무엇이고, 한국 부모들이 다른 나라의 양육법으로부터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는지 정리했다.

 

세계 18개국 양육법 비교 분석
네자매 키운 재미동포 2세 조언

미국에선 아이 혼자 재우지만
일본·스웨덴은 곁잠을 중요시
육아는 문화적 산물…정답 없어
아이 행동 지나친 통제 삼가고
사회적 구조에도 관심 가져야

 

나라마다 육아방식 차이 커

 

“최근 미국에서도 프랑스 육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한국에서도 여러 나라의 양육법이 소개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양육법을 무조건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보다, 왜 그들이 그런 육아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육아는 문화이고, 양육법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

그로스-노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한국인 부모 밑에서 컸고,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네 남매를 키운 그는 “육아엔 정답이 없다”는 걸 몸소 깨달은 당사자이다.

미국에서 살 때 그는 아이를 혼자 재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잠자기 전 목욕이나 책 읽어주기 등 수면 의식을 제대로 해주는 것을 중시했다. 그런데 일본에 가 아이를 키우면서 그는 일본인들이 아이를 재우는 법을 보고 미국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인들은 아이를 어디든지 데려가고, 어디서든 재웠다. 특별히 수면 의식 같은 것도 없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잤고, 아이를 위한 방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그로스-노는 “일본이나 스웨덴에선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잠자는 것을 중시했다”며 “그들은 곁잠을 자야만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나중에 그것이 아이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실외에서 아이를 낮잠 재우는 것이 관습”이라며 “이들 국가에서는 아이들이 되도록 많은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를 올바르게 재우는 법만 해도 나라마다 다르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식습관 잡는 법을 비롯해 장난감을 사주는 방식, 아이와의 대화법, 적당한 아이 놀이 시간 등에서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다. 그로스-노는 “육아 방법은 사회문화적 배경, 지역적 영향, 그리고 다른 여러 요소들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을 부모들이 자각해야 한다”며 “왜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육아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도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양육법 닮은꼴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식 양육법에 대해 “장점이 많지만, 현재 한국이나 미국 상황에 적합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왜냐하면 스칸디나비아식 양육법은 일과 생활의 균형, 요람에서 대학까지의 무상교육 지원, 충분한 양육 휴가 등 부모를 도와주는 훌륭한 사회적 시스템이 있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하고 부모를 돕는 사회적 시스템이 취약한 미국·한국에서 스칸디나비아식 양육법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칸디나비아 양육법의 좋은 점을 참고하되, 아이들이 어디에 살고 어떤 종류의 성인기를 맞으며, 성인기를 대비해 어떤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로스-노는 “미국과 한국의 육아 방식은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매우 계획적으로 통제하고, 아이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에 맞는 장난감과 책을 찾아다니고, 아이들의 교우 관계와 다툼까지도 부모가 해결하려 든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대학 진학을 위해 아이들의 과외활동과 봉사활동을 신중하게 선택해 아이의 이력서를 현란하게 채워주기 급급하다. 그로스-노는 이 지점에서 왜 미국과 한국 부모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아이들의 미래를 통제하려고 하는지 자문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려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 사회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너무 힘들고, 취업하기가 너무 힘든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며 “한국 부모들이 이제는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사회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양육법을 조사하면서 제게도 큰 변화가 생겼어요. 부모인 내가 아이들에게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게 됐지요.”

그로스-노는 이제는 아이가 학교에서 나쁜 성적을 받아도, 친구와 싸워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해도 과거만큼 아이를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부모로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아이를 끈기있게 만들고, 아이의 타고난 성격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게 됐다. 왜냐하면 어느 한 나라가 아닌 세계 다양한 나라의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고 아이를 대신해 부모가 무엇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약화시킨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로스-노는 “좋은 양육이란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아이에게 관여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가가 결정한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그는 아이들이 타인에게 관심을 갖도록 부모가 일깨워주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결할 힘을 키워주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멋진 일이고, 그것이 한국 양육법의 힘”이라면서도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심하는 만큼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서 주는 것도 중요함을 다른 나라의 양육법으로부터 배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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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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