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습관 고칠 땐 상황 고려를

2010. 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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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행복비타민]



아이들의 안 좋은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아무 데나 옷을 벗어놓는 아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런 아이를 야단친다. 그러나 아이는 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한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심한 말도 하고 벌도 준다. 그런데도 아이는 며칠 뒤 또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물론 어느 정도는 맞다. 매사 주의 깊게 행동하는 아이라면 그런 잘못을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부주의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부모는 그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알면서도 소용없는 방법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선 아이들의 기억은 대부분 맥락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아무 데나 옷을 벗어놓았다고 꾸짖을 때는 아이가 옷을 벗는 그 순간이 아니라 컴퓨터 게임 등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이는 꾸지람을 들은 것은 기억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억은 다음에 옷을 벗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제대로 옷을 벗어놓기 바란다면 교육은 옷을 벗는 상황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가 집에 올 때 아이의 옆에서 엄마가 단서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문에 ‘옷을 한 곳에 벗어놓자’는 팻말을 달아두고는 집에 들어올 때 가지고 들어오도록 할 수도 있다. 일부러 옷 벗고 입는 것을 몇 차례 반복훈련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새로운 습관을 한 달 이상 반복하면 아이는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진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른들조차 많은 부분에서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본능이나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자기만의 버릇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의 생활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 생활의 매순간반사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그런 순간에 대처하기에 아이들의 이성이 가진 반응속도는 너무 느리다. 이성이 별다른 지배력을 갖지 못함에도 부모들은 꾸준히 아이들의 이성에 호소한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보이는 아이들조차 그것이 올바르기에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좀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에 그렇게 행동한다.



결국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다른 방향의 자연스러운 반사적 행동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설득에 의해서 이뤄지기보다는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 가능하다. 또한 무릎을 꿇게 하고 장광설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행동이 이뤄지는 상황과 맥락에서 가르쳐야 한다. 이 과정이 즐겁게 이뤄져야 좀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학습이 형성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의 버릇 고치기, 더 이상 분노가 아닌 과학적 실천이 필요하다.



서천석/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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