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 어린시절에 내 아이 있다

2010.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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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5b6b170ac03d0c2dc372eb4abee6c. » <한겨레> 자료사진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여기 한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아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다시 거짓말을 한 것에 화가 나 있다. 배신감도 느끼고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된다면 이 아이가 어떻게 될지 미래가 두렵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겹쳐서 보인다.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 이들을 금기시하는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노력.

여기 한 어머니가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잘 되지 않는다. 양육에 대한 책은 너무나 많이 읽었다. 이론은 자신이 직접 책을 써도 될 정도로 완성단계이다. 그러나 실천단계에서 마음의 결심은 무너지기 일쑤다. 책에서는 그럴 듯했던 방법인데 자신의 아이에게 적용시켜 보면 맞지 않는 옷을 입힐 때처럼 왠지 어색하다. 아이의 반응도 책에서 나온 것과 차이가 난다. 도대체 이 아이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이런 부모들에게 해 줄 첫번째 처방은 아이들의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처방치고는 아주 쉽다. 그림책이든 동화책이든 아이들 책은 일단 글씨도 크고 그림도 있어 읽기가 쉽다. 아이들의 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특급열차이다. 우리는 자신이 거쳤던 과거를 너무나 쉽게 잊는다. 부모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아예 통째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잊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은 부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잘 소화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이들 책을 읽는 것은 기억상실증을 치료하는 좋은 처방이다.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보자. 그때의 마음을 되살려서 지금의 아이를 보자. 아이의 마음을 한결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아이들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아이들 수준에 맞는 해답을 던져줄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더라도 갈 수 있는 방법은 수십 가지이다. 부모가 원하는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은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책은 부모에게 아이들 눈높이에서 방법을 제시하는 데 지침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읽어야 하나? 한 천권 정도 읽으면 된다. 천권이면 대단해 보이지만 아이와 커가면서 읽는 것이니 십여 년에 걸친 과정이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도서관이든 대형서점이든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마음에 내키는 것부터 읽어보자. 자기 마음에 내키는 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가장 잘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아이들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지겹다면? 만약 그런 부모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너무 지겨울 것이다. 물론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들도 부모가 지겨울 것이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서천석/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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