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 임신과 자연 유산

2010.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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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합시다." 지난번 초음파에서 미약하나마 규칙적인 심장박동을 보이던 조그마한 태아가 2주만에 아무런 성장변화도, 심박동도 보이지 않는다. '계류유산'이라 진단을 내린 뒤 흐느끼는 여성에게 보내는 나의 심심한 위로는 차마 꺼내지 못할 이별을 선고하듯 작은 머뭇거림과 함께 슬그머니 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이럴 때가 가장 안타깝다. 선남선녀가 만나 결혼이라는 새 출발을 하고 나름의 경제적 안정과 직업적 성취를 위해 열심히 달려오다가, 비로소 새 식구를 맞이하려 하는 부부에게 계류유산이라는 진단은 참으로 모질다.



대부분의 여성에게 ‘임신’이라는 단어는 설레임과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함께 던진다. 엄마가 된다는 기쁨, 양육의 책임감, 경제적 안정과의 타협, 아내와 엄마 역할의 양립에 대한 자신감 부재. 그러나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도 '유산'이라는 진단 앞에서는 주저 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유산을 겪게 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일종의 자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임신인지 모르고 먹었던 술 또는 감기약이나, 밀린 업무로 인한 연속된 야근으로 몸이 축나서인지, 아니면 ‘지금 임신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텐데…’라며 잠깐 동안 했던 고민 때문인지 아무튼 예비 엄마가 될 뻔한 여성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습관성 유산’으로 발전되지나 않을지 초조해지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임신 20주 이내에 임신이 종결된 경우를 유산이라고 한다. 흔히 임신 초기에 질출혈을 동반하여 병원을 방문할 때 “‘유산’기를 보이니 안정하세요.”라고 설명을 듣는 경우가 절박유산이라 하며, 약 임신 여성의 20-25%에서 절박유산을 경험한다. 이 중 약 반 수에서 실제 유산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자궁경부가 닫혀있는 상태로 수 일에서 수 주 동안 배아 또는 태아가 사망한 상태를 계류유산이라고 한다. 절박유산 임신에서 유산되지 않고 임신이 지속되는 경우 기형아 발생 빈도는 증가하지 않으나, 조산, 저체중아, 전치태반 등의 고위험 빈도를 약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일부 존재한다.



여성 자신이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다음 생리예정일 이전 생리형태로 유산되는 임신을 전임상적 임신(subclinical pregnancy)이라 하는데, 이러한 초기 임신 소실까지 포함하면 건강한 여성에서 임신 초기에 유산되는 경우는 전체 임신의 40-50%에 달한다. 임상적으로 임신이 확인된 경우라도 약 15%는 임신 20주 이내에 자연 유산되는데, 이러한 유산의 80%는 임신 12주 이전에 발생하며 반수 이상이 염색체 이상이 그 원인이나 대부분 산발적이면서도 비연속적이고 일회성이다. 자연 유산이 반복적으로 2회에 걸쳐 발생하는 빈도는 약 5%이며, 3회 이상의 연속적인 유산을 일컫는 습관성 유산(또는 반복 임신 소실)의 빈도는 약 1%로 알려져 있다.



자연 유산은 분만 횟수 및 부모의 연령과 관계가 밀접한데, 20세 미만의 여성에서 12%이던 자연유산의 빈도는 40세 이상에서 무려 26%로 증가된다. 같은 연령의 아버지에서도 각각 12%와 20%의 자연 유산 빈도를 보여 부모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연 유산의 빈도가 증가하며,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재 임신을 할 때에도 유산의 빈도는 증가한다. 그 외 당뇨, 자가면역질환, 흡연, 자궁기형, 산모의 감염과 이전의 수회에 걸친 인공임신중절 경험 등이 위험인자이다.



종합하자면 계류 유산 등의 자연 유산은 가임기 여성 6명 중 1명 꼴로 흔하며, 습관성 유산으로 실제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자연 유산을 경험한 여성과 가족은 너무 절망하지 말고 심신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한편으로는 자연 유산을 계기로 하여 자궁 기형을 포함한 자궁 및 난소, 생리 주기의 이상 유무를 미리 점검 받도록 하고 내외과적 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엽산 400ug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습관, 편안한 정서 안정과 가족 내의 신뢰 회복을 통해 다음의 귀한 생명과 인연을 잘 맺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명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의미를 새삼 실감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달라고 떼쓰거나 싫다고 내던진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되는 선물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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