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넉달 지나면 ‘눈으로 대화’ 가능해요.

2010.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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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의 눈은 유난히 맑고 커 보인다. 이 티 없이 맑은 눈처럼 어른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없다. 아가의 눈을 어른들이 주목 하듯 아가도 어른들의 눈에 주목한다. 벌써 생후 두 달이 되면 아이는 사람을 볼 때 몸의 다른 곳보다도 눈을 오래 쳐다본다. 이 무렵쯤에 아이는 눈을 맞출 줄 알고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기도 한다. 상대방의 눈 방향을 따라가는 기관이 아이의 뇌에 자리 잡은 것이다.



네 달이 되면 아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상대의 눈을 보면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눈으로 말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눈치는 빠르게 발전한다. 아홉 달이 지난 아이에게 엄마가 장난감을 주고 그 장난감을 다시 잡아당기는 것을 한두 번 반복하면 많은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엄마의 눈을 바라본다.



‘도대체 엄마의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눈동자의 크기, 방향, 정서 상태를 아이들은 읽어 내고 이에 따라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바라보는 아이를 향해 웃어 주면 아이도 웃고 달려들면서 장난감을 잡거나 엄마에게 안긴다.



돌 무렵이 되면 아이는 다른 사람의 눈이 바라보는 것을 보고 그의 의도와 생각을 나름대로 추론한다. 또 자신의 눈과 다른 사람의 눈이 바라보는 곳을 일치시켜 자신의 요구를 그가 이해하도록 만들 수 있다. 물론 손가락으로 직접 가리키기도 하지만 이렇게 눈으로 대화하는 능력은 인간이나 유인원에서만 보인다. 반면 강아지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달려가서 잡거나 그 앞에 가서 낑낑거릴 뿐이다.



마음 읽기의 마지막 단계는 만 3~4살에 나타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다음과 같은 일도 있었다. 하루는 아들이 자기 동생이 늘 인형 집에 넣어 두는 꼬마 인형을 꺼내어 자동차에 넣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동생은 집 속을 찾을 거야. 근데 집에는 없고 차에 있는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아들이 마음 읽기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음을 알게 됐다. 마지막 단계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단계이다. 아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동생의 입장에서는 모를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됐다. 동생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 읽기가 가능해지면서 아이들은 거짓말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상상 및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다. 이 나이가 되기 전의 아이들이 예전에 한 말과 다른 말을 한다고 해서 거짓말은 아니다. 아이는 현재의 자기 생각만 믿고 있을 뿐 과거의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다 잊어버린다. 결국 늘 아이들은 그 순간 진실이라 믿은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한편 자폐아들의 대부분은 이런 능력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발전하지 않는다. 결국 상대의 마음을 모르므로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많은 엄마들이 세 살도 못된 아이들이 엄마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해 한다. 그런 자신들도 세 살 무렵에는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이 무렵의 아이들을 다그치고 속상해 하지 말자. 차라리 아이가 깨달을 시간을 기다리며 적절한 방법을 통해 아이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한결 현명한 행동이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행복한아이연구소장(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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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서천석, 아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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