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7~12개월 그림책] 사물그림책 고르기와 읽어주기

김영훈 2019. 03. 27
조회수 4501 추천수 0

사물에 대한 이해와 어휘를 늘리는 ‘사물그림책’

book-2943383_960_720.png » 이미지 픽사베이.

사물그림책은 동물, 사물 등의 이름과 개념을 가르쳐주는 책을 말한다. 가르쳐주려는 사물이나 동물이 주가 되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만 3세 미만의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스토리가 대부분 단순하다. 그림도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게 그려진 것이 많다. 그래서 사물그림책은 사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많이 알게 하는 것은 물론 그림에 대한 이해를 키워 시각주의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아이의 시각체계는 생후 6개월이 되면 완벽한 기능이 갖추어지지만 시각주의력으로까지 이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각주의력이 높아지면서 친숙한 시각적 이미지에 배경지식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함께 증가한다. 시각주의력은 독서의 가장 중요한 두뇌력이다. 아이가 사물의 이름을 말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림책 내용이 하는 역할이 훨씬 커진다. 아이가 듣고 싶은 그림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스스로 고르게 되면, 그림책에 대한 주의집중력은 더욱 높아진다. 시각주의력 뿐 아니라 청각주의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물그림책은 사물이 나오는 그림책,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특별한 놀이를 유도하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까꿍 놀이다. 아기는 생후 9개월 이후에는 눈앞에 있던 물건이 잠깐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아는 대상 영속성 개념이 생긴다. 보통 12개월 전후 아이의 85% 정도는 숨겨진 물건을 찾아낼 만큼 대상 영속성 개념이 자리 잡는다. 대상 영속성 개념이 잡힌 아이는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우더라도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사물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까꿍 놀이 그림책은 까꿍 놀이와 함께 대상 영속성 개념을 발달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그림책을 활용한 까꿍 놀이는 아이의 작업기억력을 효과적으로 높여준다.


아기에게 처음 사물의 모양이나 개념을 알려주는 개념그림책을 고를 때는 한쪽 면에 사과, 포도, 자동차 등의 사물이 꽉 차게 그려진 큰 그림이 좋다. 그림이 복잡하지 않고 뚜렷한 것이 좋으며, 아기가 한눈에 그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윤곽선이 뚜렷하여야 한다. 아기가 그림책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모양을 보고 사물 인식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아기들은 직선보다는 곡선을, 단순한 흑백보다는 강렬한 원색 그림에 더 흥미를 보인다. 사물을 지나치게 왜곡하거나 단순화한 그림보다 사물 고유의 특징을 살리되 밝은 원색으로 표현한 그림책이 좋다. 아기들은 특히, 주변에서 자주 보는 친근한 사물이나 사람을 그림책에서 만나는 것을 즐거워한다. 동물은 음식 다음으로 아이들이 흥미를 갖는 대상이다. 동물 그림책은 친숙한 동물이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책의 주인공은 ‘아기 곰’이다. 아기 곰은 몸집이 동글동글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와 닮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보다는 아기 곰을 좋아한다. 동물 그림책을 고를 때는 처음에는 사진과 이름만 있는 책이 적당하고, 익숙해지면 약간의 설명이 있는 책을 고른다.


사물그림책은 몇 권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이 많은 책을 건성으로 읽어주는 것보다 낫다. 되풀이해서 읽어주는 것이 부모에게는 지루하겠지만, 아이는 자꾸 반복해 들음으로써 의성어 의태어가 있는 모국어를 익힐 뿐 아니라 사물이나 동물의 특성을 통하여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반복하더라도 노래를 부르듯 리듬감 있게 끊어서 읽으면, 아이들은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아이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은 줄거리만이 아니라 그림책이 만들어내는 소리, 즉 말맛, 리듬감 때문도 있다.

child-3046494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유아기 사물그림책은 워낙 많다. 크게 나눠 비교적 단순하여 첫 그림책 적당한 ‘개념그림책’, 여러 가지 사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사물그림책’, 까꿍 놀이를 하기에 유용한 ‘까꿍 놀이 그림책’, 동물들이 주로 등장하는 ‘동물 그림책’ 등이 있다. 대표적인 개념그림책으로는 「알록달록 동물원(로이스 엘러트/시공주니어)」와 「안녕 미피 (딕 브루너/ 비룡소)」가 있다. 「알록달록 동물원」에는 도형, 색깔, 동물의 개념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도형을 통해 호랑이 얼굴을 인지하면서 원과 삼각형을 배우게 된다. 여우의 얼굴 역시 동그라미, 세모로 이루어져 이 책을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동물과 일상생활 속 도형의 기본 형태를 익히게 된다. 하트, 직사각형, 타원형, 육각형, 팔각형 등 다양한 형태와 색깔을 동시에 가르쳐주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안녕 미피」는 대상 그 자체만 뚜렷한 선으로 정확하고 사실적인 표현되어 있으며 구성도 단순하다.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그리고 갈색 등을 활용한 단순하고 순박한 그림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1


개념그림책


• 알록달록 물고기 (로이스 엘러트/ 시공주니어)

• 뭐하니? (유문조 글․ 최민오 그림/길벗어린이)

• 사과와 나비 (이엘라 마리/ 보림)

• 딸기는 빨개요 (뻬뜨르 호라체크/ 시공주니어)


아기들은 처음에는 사물의 여러 측면을 각기 다른 사물로 여기다가 경험이 쌓이면서 차츰 한 사물이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냠냠냠 쪽쪽쪽 (문승연/길벗어린이)」은 과일의 전체모습과 함께 자른 모습들이 있어서, 기본적인 사물의 속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사물그림책이다. ‘냠냠냠, 쪽쪽쪽, 삭삭삭’과 같은 먹을 때 나는 소리가 더해져서 시각과 청각 경험을 하고 반복 구성이 그 과정을 강화해 준다.

커다란 아기 얼굴 같은 달님이 등장하는 「달님 안녕(하야시 아키코/한림출판사)」도 돌 전후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달님이 환하게 떠오르다가 구름에 가려지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늘 볼 수 있는 현상을 의인화하여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밤하늘과 달님 얼굴, 구름, 집, 고양이 그림이 쉽고 간결한 언어로 어우러져 아름답게 펼쳐진다. 표지를 보면 달님이 눈을 감고 있다. 잠을 자는 것일까? 불이 켜지고, 달님이 눈을 뜬다. 고양이 두 마리가 지붕 위에서 만났는데, 한 마리는 꼬리를 세우고 있다. 무슨 화나는 일이 있었을까? 달님의 표정은 어둡기도 하고, 새초롬하기도 하며, 환하게 웃고 있기도 하다.


◆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2


사물그림책


• 금붕어가 달아나네 (고미 타로/ 한림출판사)

• 가족 123 (정상경/ 초방책방)

• 열어요 시리즈 (아라이 히로유키/ 한림출판사)

• 얼룩말이 뻥 (호박별 글․ 오정택 그림/ 시공주니어)


「누구야? (정순희/ 창비)」는 몸의 작은 부분들이 보이게 어설프게 숨어 있는 동물이, 다음 장에서 짠~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책이다. 알록달록 무늬가 그려진 천에 실과 바늘로 만든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만든 독특한 책이다.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라면 “어떤 동물일까?”라고 질문을 던져 알아맞히게 해 볼 수도 있다. 까꿍 놀이 그림책은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놀이도 할 수 있어 숨바꼭질 그림책이라고도 한다. 그림을 유심히 봐야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각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런 책은 다소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면서 읽어주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3


까꿍놀이 그림책


• 누가 숨겼지? (고미 타로/ 비룡소)

• 모자가 빼꼼 (마에다 마리/ 보림)

• 우리 아기 까꿍! (세바스티앵 브라운/ 시공주니어)

• 아기 고양이가 야옹 (히로노 타까꼬/ 창비)

• 짠! 까꿍놀이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사물그림책 중에서 등장인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동물. 해당 동물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동물이 의인화해서 등장하는 이야기까지 동물이 등장하는 것을 모두 따진다면, 아마 사물그림책의 80% 이상을 동물 그림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시기 그림책에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아이들이 동물을 특히나 좋아하고 친근감을 느끼며 자신과 동일시를 잘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동물 그림책으로 단어도 배우고, 동물의 특징도 알게 된다. 많은 동물 그림책은 동물들 각기 장점이 있으며 서로 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과일과 채소로 만든 맛있는 그림책 (주경호/보림)」은 채소들이 동물로 변신하는 그림책이다. 콜리플라워는 양, 오이는 악어, 당근은 바다코끼리, 고구마는 생쥐가 된다.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동물 인형을 만드는 놀이도 할 수 있다. 채소와 동물의 이름을 함께 배울 수 있으며, 동물들이 걷거나 노는 장면을 묘사한 의태어와 의성어도 많아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다. 「달님이 본 것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보림)」은 동물의 대표적인 특징과 이름을 알려주는 그림책으로 매 페이지가 한편의 명화같이 훌륭하다. 세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투덜대는 달님에게 해님이 세상 구경을 시켜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해님이 보여주는 것은 개의 앞모습과 뒷모습, 무거운 코끼리와 가벼운 새, 무늬가 있는 표범의 몸과 무늬가 없는 사자 갈기, 뚱뚱한 하마와 홀쭉한 도마뱀, 목이 긴 기린과 목이 짧은 너구리 등 동물에 대한 것이다. 대조적인 설명으로 아이들이 쉽게 동물에 대한 특징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외 한창 똥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동물 그림책도 있다. 바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볼프 에를브루흐 그림/사계절)」이다. 이미 꼬마 폐인이 많은 그림책으로 연극이나 뮤지컬 등으로도 많이 소개되었다. 두더지 한 마리가 오랜만에 땅 위로 고개를 내민다. 그 순간 어떤 동물이 두더지의 머리 위에 똥을 싸고 사라진다. 화가 난 두더지는 범인을 찾기 위해 동물들을 심문하고, 마침내 범인을 발견하여 복수한다는 스토리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동물 똥의 특징 등을 깔깔거리며 배울 수 있다.


◆ 김영훈 교수의 그림책 추천 상자4


 동물그림책


• 손바닥 동물원 (한태희/ 예림당)

• 아기 물고기 하양이 시리즈(하위도 판 헤네흐턴/ 한울림어린이)

• 또또와 사과나무 (나카에 요시오 글․우에노 노리코 그림/ 세상모든책)

• 달팽이일까, 아닐까? (던칸 크로스비 글․히도 반 헤네흐텐 그림/ 보림큐비)

• 야옹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제인 커브레라/ 보림)

• 뒤죽박죽 카멜레온(에릭 칼/ 더큰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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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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