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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구원투수로 떠오른 ‘아동수당’ 공약

베이비트리 2017. 03. 24
조회수 1658 추천수 0
[이슈포커스]대선 핵심공약 된 아동수당
자녀 둔 가구대상 보편적 현금지원
양육부담 완화·미래투자 등 효과 노려 
91개국 시행중…한국은 미도입 국가
기존 보육·양육지원 제도 재편 쟁점
연령범위·지급액·재원 등 해결과제 

한 2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 2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아동수당’ 공약을 발표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바른정당)은 ‘초·중·고교생에게 월 10만원’ 지급을,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국민의당)은 ‘6~12살 아동에게 월 3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은 연 100만원 기본소득 지급 공약에 아동·청소년(0~29살)이 포함돼 있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도 아동수당 공약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아동수당은 자녀를 둔 가정에 현금소득을 지원해,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초저출산 추세와 맞물려 이번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아동수당이 양육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아동이 있는 가정과 없는 가정 간의 소득재분배,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아동수당 ‘공약’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데 견줘,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존 보육지원 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급대상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쟁점들이 수두룩한 탓이다.

①91개국 도입했다는데…한국은 미도입?

아동수당은 1926년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전세계 91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미국과 터키, 멕시코,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아동수당 제도를 두고 있다. 그만큼 ‘검증된’ 제도라는 얘기다. 상당수 국가들은 1970년대 이전에 일찌감치 보편적 아동복지 혹은 가족복지 차원에서 도입했다. 아동 1인당 월 10만~20만원대를 지급하는 곳이 많고, 정부 예산뿐 아니라 기업이 재원을 분담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선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공약으로 검토되다가 불발됐고, 이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보육서비스 지원 등이 더 시급한 과제로 꼽히면서 아동수당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아동수당 도입 논의는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10년간 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초저출산 사회’(합계출산율 1.3명 미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데다, 출산을 꺼리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제기되면서다. 이미 20대 국회에는 양승조·박광온 의원(민주당)과 박인숙 의원(바른정당), 김광수 의원(국민의당) 등이 각각 발의한 아동수당 법안들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②무상보육·양육수당, 아동수당 깃발아래 재편?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쪽은 아동수당 취지에 공감하지만 기존 보육·양육 지원 제도와 중복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해왔다. 현재 0~5살 영유아에게는 어린이집을 다니면 보육료를 지원하고,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으면 가정양육수당을 준다. 올해 보육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12조4천억원 가량이다. 0~5살에 월 10만~20만원을 주는 양육수당은 얼핏보면 아동수당과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동과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어서, 조건없는 보편적 지원이 원칙인 아동수당과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로 아동수당이 도입되려면,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추가로 줄 것인지 혹은 보육료 지원은 유지하고 가정양육수당은 폐지할지 등에 대한 가닥이 먼저 잡혀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나 대선 공약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거나 불분명하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서구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보육서비스 지원은 아동수당과 대체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가정양육수당은 없애고 아동수당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동수당 도입과 동시에 기존 제도를 모두 통폐합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난해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에서 0~15살 아동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등 보육예산을 모두 없애고 아동수당 도입으로 통합해 쓰자는 쪽이다. 이럴 경우, 미취학 아동에 대한 아동수당 도입은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 구도에 따라, 어린이집 쪽의 반발이 불거져나올 수 있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고 어린이집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상황인데, 현금지원(아동수당) 쪽으로 큰 틀이 바뀌게 되면 어린이집 이용은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③출산장려형? 소득연계형?…제도설계 따라 큰 차이 아동수당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지도 관심이다. 아동수당은 조건없이 주는 나라도 있지만, 자녀수 및 연령, 가구소득 등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아동수당을 보편적 수당(15살 이하에 월 1만3천엔)으로 확대 시행한 일본의 경우, 재원부담 등으로 2012년부터 연령과 자녀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으로 후퇴했다. 아동수당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 고제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입 목적에 따라 제도설계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출산장려를 위한 인센티브에 무게를 둔다면 앞으로 새로 태어날 출생아를 지원하는 쪽으로 지급 방안이 나와야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연령 범위와 지급액을 따지면 논의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기준은 18살 미만이다.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미취학 아동에게 우선적으로 주자는 견해가 있는 반면에 아동수당은 취학 아동에게 주고 미취학 영유아에게는 기존 양육수당을 더 올려주자는 방안(유승민 의원안)도 나온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 단계로 들어갈수록, 재원조달 방안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아동수당 비용 추계를 한 자료를 보면, 연평균 5조5621억원(6살 이하에게 첫째 월 10만원, 둘째 20만원, 셋째 30만원·박인숙 의원안)에서 16조6005억원(12살 이하에게 월 30만원·김광수 의원안)의 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아동수당세 도입 주장(박광온 의원)까지 나온 바 있어, 복지 확충을 위한 목적세 신설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것인지도 주목할 지점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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