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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도 마음의 병이 문제

2013. 01. 15
조회수 4724 추천수 0

허찬희의 정신건강

얼마 전, 수행을 하는 한 사람이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게 되고 술에서 깨고 나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자책감에 빠진다고 호소하면서 동료와 함께 방문했다. 술만 끊게 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우선 그렇게 절실하게 원하는데도 ‘왜 술을 끊을 수 없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닌데, 맥주 한두병 정도만 마셔도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의 대답을 듣고는 술 문제 이전에 이미 ‘평소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랫동안 수행을 해온 터라 금방 알아채고 움칫 놀라는 기색을 보이다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습관적인 음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음주 이전에 개인의 정서적인 문제가 먼저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알코올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 등 모든 중독도, 중독은 하나의 증상일 뿐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마음의 갈등을 함께 이해하고 다뤄야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그 환자의 경우 ‘평소 자신이 왜 불행하다고 느끼며 마음이 괴로운지를 탐구하는 것’이 알코올 중독의 치료뿐만 아니라 자신의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소의 삶이 행복하면 술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줄어든다. 그는 면담을 통해 어린 시절 형제 없이 자랐는데,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어머니가 엄청나게 화를 낸 장면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술 때문에 어머니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기 때문에 술 문제에 대해서 특별히 예민했던 것이다. 그는 술뿐만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받아온 질책 때문에 자신이 아버지처럼 못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졌고 평소 열등감 속에서 살아 왔다. 심층적인 정신치료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 수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음주 전 평소에 느끼는 열등감과 불행감에서 벗어나려는 동기가 작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음주 뒤에 찾아오는 자괴감과 우울증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그는 심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항상 자신이 인정과 함께 존경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불행하다는 느낌은 사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자신의 능력과 수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며,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최고의 수행임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발바닥이 지면을 밟고 있어야지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는데, 공중에 떠 있으면 허공에 떠 있는 정도에 비례해 불안과 우울 증상이 심해진다.

미국의 유명한 정신분석가인 에릭 에릭슨은 인격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의 ‘믿음’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과도한 간섭이나 질책은 자녀의 열등감의 원인이 되고, 어머니로부터 존중을 받고 자라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싹트고 자존감이 자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허찬희.JPG 허찬희 수성중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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