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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 묵은 정서적 문제 때문일수도

201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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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희의 정신건강

얼마 전에 한 여성이 친정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가족들이 보기에 우울증인 것 같다며 언니들이 권유했다고 했다. 그는 돌이 지난 둘째 아이를 낳을 때부터 만사가 귀찮아지고 집안일을 거의 하지 못하며,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겹다고 했다. 또 자신은 이 세상에서 별로 가치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멍하게 넋을 잃은 사람처럼 지내거나 자살을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력을 들어보니 여섯살인 첫째 아들이 태어날 때도 비슷한 증상이 있어 전형적인 ‘산후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심층 면담을 통해 그의 어릴 적 정서적 경험을 살펴보니, 딸 넷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고 부모가 모두 교사로 근무해 가정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고 했다. 어릴 적에 고집이 매우 세, 아침마다 출근하는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언니 세 명과 가정부가 날마다 이를 말리느라 전쟁이 벌어졌다. 하는 수 없이 집 안으로 이끌려 들어온 뒤에는 고집을 부린다고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텅 빈 집에 가정부가 혼자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심해서 깨우면 신경질을 부렸다고 회상했다.

사실 어머니가 집에 있는 것만으로 자녀들에겐 큰 힘이 된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이 돼 밖에 나가 남들과 어울리며 인격이 자라게 된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다른 이유로 어머니가 집을 비우게 되면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서 대처해야 한다. 밖에서 한 번씩 전화를 해준다거나 메모를 남기거나 한 번쯤 집에 들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머니가 어디 있든지 항상 자녀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환자의 경우 훗날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 사이가 나빠져 어머니는 집 밖으로 나다니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인지 그는 언니들에 견줘 과도하게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아버지에게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성장해서도 어머니와 지나치게 애착 관계를 보이는 것은 대부분 어릴 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상하려는 집착 때문이다. 이런 경우 출산한 뒤에 산후우울증이나 인생 후반기에 갱년기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환자의 경우 큰아이가 특별히 자기를 잘 따라 모자 관계가 좋다고 말하지만, 자기와 떨어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고 했다. 친정어머니와 지나친 애착관계를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반복한 것이다. 결국 독립적인 건강한 인격체가 아니라 의존적 성격으로 자란 것이다.

부모와 극단적인 애착관계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갖게 되면 심한 불안감과 함께 부담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산모 자신이 아직 정서적으로 어린애인데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현실을 감당하기 힘이 든다. 물론 출산 뒤에 따르는 몸의 급격한 호르몬 변화는 예상할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 출산의 의미가 다르다. 대부분 건강한 산모의 경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인생에서 축복이고 희망이며 설렘이다.

산후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것은 출산과 관련된 일반적인 문제점과 더불어 개인이 겪고 있는 정서적 갈등을 중점적으로 이해하고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허찬희.JPG 허찬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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