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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병, 약물치료 더불어 감정 정리 도와야

2012.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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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희의 정신건강

최근 조울병으로 치료받고 있던 여고생이 예능 분야 대입 수시모집에 합격했다고 통보를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약 7년 동안 조울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동안 두번 재발해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조울병이란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인데,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조울병을 ‘양극성 장애’라고도 한다.

그 학생은 어릴 적에 부모 사이가 원만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려는데 아버지가 ‘가지 마라’고 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그에게 비친 어머니의 모습은 ‘반응을 잘 해주지 않는 엄마’였다. 과거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무심했고 자신을 방치했다는 느낌이 떠오를 때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심이 끓어올라 갑자기 화를 냈다. 어머니도 가족치료와 개인치료를 함께 받아서 자신의 정서적 문제를 극복한 뒤 자녀에게 공감을 잘하게 됐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아이의 불만을 받아 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정신치료는 환자의 과거 감정을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과거에 느꼈던 감정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치료 반응이 좋다. 노이로제는 현재에 살지 못하고, 과거의 느낌에 머물러 있거나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면서 사는 것이다.

조울병 치료에는 전통적인 치료약인 리튬과 더불어 새로 나온 기분조절제와 항정신병 약물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약으로 급성기 증상을 치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약 복용을 유지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약 치료가 효과 있지만 환자의 고유한 정서적 갈등을 이해하며 극복해 나가는 정신치료적 작업을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심리적 이해를 함께해 나가면 재발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다. 혹시 재발을 하더라도 회복 과정이 더욱 빨라지며, 재발이라는 몸살을 앓고 난 뒤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신병적 증상을 겪고 나면 대부분 심한 자책감과 스스로 초라해지는 열등감이 생겨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받게 된다. 또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폭발하고 나면 죄책감과 함께 남들 앞에 서면 주눅이 들고 위축감이 생기게 된다. 급성기 뒤에 나타나는 신경증적인 증상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면 정신병적 증상의 재발을 촉진하게 된다.

정리하면 조울병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기분이 들뜨거나 우울감 등의 일차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여러 이차적인 심리적 부작용을 주의 깊게 다루고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약 치료와 더불어 정신치료적 접근을 통합한 포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조울병 환자가 혹 재발을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인격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허찬희.JPG 허찬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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