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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 환자’를 만드는 부모들

2013. 04. 09
조회수 6822 추천수 0

허찬희의 정신건강

조현병(정신분열병)은 유전적 요인과 다양한 환경적 요소들이 함께 작용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현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정신의학자들은 이 병의 발생 및 재발 원인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창시했지만 조현병 환자를 정신치료한 경험은 없다고 한다. 이후 치료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의 많은 정신분석가들은 정신병 환자들에게 정신치료를 하게 됐고 많은 발전을 이룩해 왔다.

미국의 저명한 여성 정신분석가인 프롬-라이히만처럼 정신병 환자의 정신치료 경험이 많은 치료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현병 환자들을 둔 어머니의 특징적인 양육 태도에 대해 연구했는데, 그들의 성격적 특징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매우 지배적이거나 과도하게 관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조현병을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런 부정적인 양육 태도가 조현병을 비롯해 다른 정신장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망상적 사고에 빠져 있고 남과 어울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집 안에만 머물러 있으려는 40대 남자가 입원했다. 그는 어린애처럼 나이 많은 어머니만 따라다니며 다시 어릴 적으로 돌아가려는 퇴행적 행동을 보였다. 입원중 면담실에서 상담을 시작할 무렵 치료자가 커피를 마시고 싶어 커피를 타다가 환자에게 생각이 있으면 같이 한 잔 마시자고 권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안 마시겠다고 답했다. 커피를 싫어하느냐고 물으니, 그건 아닌데 최근에 어머니가 전화로 커피를 못 마시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환자의 경우 나이가 마흔을 넘었는데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자식을 어머니가 ‘리모컨’으로 조종하고 있는 셈이었다. 환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일상생활까지 어느 정도로 심하게 관여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자기만의 물리적 공간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허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면 방 청소를 대신 해줄 때에도 반드시 허락을 받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더구나 책상서랍을 뒤지거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한다. 자신만의 영역에서 마음대로 공상을 해보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슬퍼하거나 혼자 화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느끼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주체성이 자라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자신의 영역을 침해받으면 성장을 방해받고 장차 의존적이며 미숙한 인격으로 자라게 된다.

인격 성숙과 정신건강은 태어날 때 의존적 상태였다가, 자라면서 점점 독립적인 상태가 돼 자기 주체성이 확립돼 가는 과정이다. 조현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노력한 경험 많은 치료자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압적이며 지배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자녀들의 사적인 영역에 과도하게 침범하는 걸 자제하면 조현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또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책망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삼가야 재발을 줄일 수 있다.

허찬희 하나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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