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폐경은 병이 아니야!

황덕상 2013. 11. 04
조회수 7796 추천수 0

20131104_07.jpg » 한겨레 자료 사진.


가을이 왔다. 기온이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 왔다. 이 때가 되면 여성 질환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필자의 전화통에 불이 난다. 추운 날씨에 전화기를 잡고 있는 손은 따뜻하니 좋긴 하다. 바로 폐경기 관련 원고 청탁과 인터뷰 요청 때문이다. 가을은 갱년기증상에 가장 민감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머리에서 줄줄 흐르는 증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면서, 폐경이기 때문에 울적한 마음상태가 더욱 심해져서 우울증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찬 바람에 근육통도 심해지고, 체력이 떨어져서 피로가 풀리지 않는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가을에는 갱년기증후군에 대해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다.


맞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폐경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시기이다. 인생에 있어서 폐경은 마치 겨울이 오기 전에 잎도 시들고, 열매도 떨어지고, 더 이상 새싹이 돋아나지 않을 시기 같은 가을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는 것은 열매를 못 맺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고, 무성했던 잎들은 낙엽으로 떨어져버린 것처럼 피부도 건조하고 볼 살도 홀쭉해 지는 것 같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서 이런 저런 생명이 줄어드는 것 같은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사계절 중에서 가을이 병적으로 나쁜 계절은 아니다. 오히려 4계절 중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열매를 맺고 그 속에서 씨앗이 나와서 내년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무성했던 여름을 마무리하는 시기도 되는 것이다. 폐경도 그런 시기인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한 단계 쉬어 가는 과정일 수 있다.


많은 갱년기 질환에 관한 인터뷰들은 좀 자극적인 표현을 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뭔가 폐경 이후 오는 삶에는 병이 많이 생기고, 안타깝고, 위험한 시기인 것처럼 구성이 짜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물론, 폐경 이후 여성의 건강 상태에서는 많은 변화가 오는 것은 맞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골다공증 등의 여러 만성 질환의 위험성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질병들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구성이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위험성만 강조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폐경기에 찾아오는 “상실감”을 더욱 집요하게 쥐어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서 우울감이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병이든지 그 치료에 대해서 시작부터 절망감을 주는 치료 상담은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이로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폐경기는 절대 병적인 변화가 아니다. 어찌 보면 여성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생리적으로 자연스러운 변화의 한 과정인 것이다.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서 신경계통, 근육, 기관에 여러 가지 변화들이 오는 것이다. 폐경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증상들의 죄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여성호르몬이 완전히 고갈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폐경 이후에도 난소 이외의 여러 신체부위에서 여성 호르몬은 소량씩이긴 해도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우리 몸의 전신적인 건강상태만 유지된다면 최소한 필요한 정도의 호르몬은 인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호르몬적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갱년기 증후군과 관련된 만성적인 질병들은 사실 호르몬 이외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 골다공증도 햇볕을 쬐면서 신체에 하중을 주는 유산소 운동을 해도 많이 예방될 수 있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도 마찬가지로 심폐운동 열심히 하면서 고지혈증을 잘 관리해주는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그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우울감은 오히려 여성 호르몬에 집착하는 순간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성호르몬과 우울증과 관련된 세로토닌의 민감도 저하, 분비저하가 유발되어서 그런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폐경이후에도 너무 즐겁게 삶에 만족하고 사는 많은 분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폐경을 병으로 몰아서 겁을 주는 것보다 오히려 그 변화에 순응하면서 적응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더욱 적절한 치료방법은 아닐까 한다.


한의학에서 갱년기 증후군에 호르몬치료를 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비호르몬적 한의약 치료를 한다. 일생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변화로서 폐경이라는 생리과정을 인정해주면서, 그로 인한 불편한 증상들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 된다. 그래서 위에서 이야기한 폐경은 병이 아니라는 전제를 기본으로 인식해야 한다. 물론, 갱년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최소 기간 동안, 최단 기간 동안의 호르몬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르몬제에 대한 금기증(예를 들면, 진단되지 않는 부정출혈, 유방암의 기왕력, 정맥혈전증, 치료되지 않는 고혈압 등)에 해당하거나, 5년 이상 장기간 복용해서 호르몬제를 끊고 싶어 하는 환자들에게 비호르몬적 한의약 치료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갱년기 치료에 한약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효과적인 사용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침 치료가 갱년기 증후군에 효과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면홍조에 대한 침치료는 오히려 외국 유명 논문에서 그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또한 안면홍조 뿐 아니라 전신증상의 폐경기 증후군에 매우 효과가 좋다고 임상논문으로 잘 밝혀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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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상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 두 아들과 놀러가기 좋아하는 아빠. 삼대째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달과 해, 바다와 산이 있는 것처럼 몸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다름을 알아서, 각 특성을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과 다른, 서양인과 다른 우리나라 여자에게 생기는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사이다. 국민체육21에 ‘바른 몸 이야기’ 칼럼 연재. KBS 아침마당 월요일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의 수다는 베이비 트리에서도 계속 된다~ 쭈욱~
이메일 : soulh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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