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이에게 안정감 주는 놀이감 정리법

하태욱·차상진 2012.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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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_window3.jpg저희 부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남편은 외동아들이고, 3남매 중 둘째 딸인 저는 언니보다 먼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아이는 양가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손주였지요. 결혼하자마자 유학길에 오른 저희 부부는 영국에서 아이를 가지고 낳았습니다. 크리스천이라 유학시절에도 교회를 다녔는데, 런던 시내에 있는 작은 교회이다 보니 교인들은 유학생, 어학연수생 등 학생이 주류였습니다. 30대 초반인 저희 부부가 교회의 큰형, 큰언니 노릇을 해야 했는데, 덕분에 아이는 교회의 수많은 이모, 삼촌들에게 둘러싸여있었습니다. 이러

한 배경 때문에 저희 집은 선물 받은 아이 장난감이 넘쳐났었지요.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사주신 제법 값나가는 물건에서부터 교회 이모, 삼촌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린이 메뉴를 먹고 챙겨놓은 작고 앙증맞은 장난감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그 당시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고군분투 공부하는 저희 부부의 지원군이셨던 친정어머니는 장난감이 넘쳐나는 저희 집을 걱정하셨지요. 이러면 아이가 산만해진다, 정서불안 되면 어쩌느냐...등등. 돌이켜 그 시절을 추억하면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 때는 그러면 이 물건들을 버리느냐며 오히려 친정어머니께 짜증을 부리곤 했거든요.

 

우리 아이들의 다양한 호기심, 관심이나 흥미를 유도하고 지원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놀잇감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많은 유아교육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열매나 조개껍질, 단추, 재활용품 등과 같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열린놀잇감을 선호합니다만, 기성 장난감의 활용을 거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좋은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특별한 날 아이들이 선물 받는 장난감만 모아놓더라도 그 수가 꽤 되는데 그것들을 내다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이 아이의 산만함을 부추기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정리방법이 필요합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정리 시스템은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발성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물건을 정리하려면 기본적으로 Find-Use-Return 사이클을 기억해야합니다. 아이들이 필요한 물건을 혼자 힘으로 찾아(find) 사용하고(use), 스스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return)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이러기 위해선 먼저 모든 물건에 아이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아이 키높이에 맞춘 수납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요즘은 어린이용 가구를 사용하고 있는 가정이 많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들의 물건은 아래쪽에 있는 선반이나 서랍을 이용하면 됩니다. 또한 아이들의 놀잇감을 담아 정리하는 용기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플라스틱 통이나 뚜껑 없는 바구니 등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내용물을 쉽게 알아보고, 꺼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렇게 되면 어린 아이들이라도 자기 힘으로 물건을 찾고 사용하는(find-use) 체계가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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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정리의 단계입니다. 사실 아이들은 꼭꼭 숨겨놓은 물건이래도 자기가 필요한 것은 귀신같이 찾아내어 온 집안을 어지르며 놀기 일쑤지요. 한바탕 놀고 난 장난감들을 어른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잘 정리하게 하려면 물건을 담아두는 용기마다 이름표를 붙여주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이름표는 글을 모르는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사진이나 그림, 혹은 물건 자체를 수납용기에 붙여줍니다. 예를 들면, 레고 블록을 담아두는 플라스틱 통에는 글루건을 이용해 레고 블록 하나를 붙여주는 것이지요. 통에 붙인 레고 한 조각 옆에 레고라고 글자로 적어 붙여준다면 글을 읽을 수 있는 큰 아이에게는 더 확실한 이름표가 될 것이고,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한 작은 아이에게는 읽기능력을 갖추는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좀 더 체계적인 find-use-return 시스템을 원하신다면 레고 통이 놓일 자리에도 표시를 해둡니다. 레고가 담긴 플라스틱 통의 밑바닥 모양대로 시트지나 부직포 등을 잘라 붙이고, 그곳이 레고블록 통이 놓일 자리임을 사진이나 그림을 이용해 표시해주는 것이지요. 이름표는 가까운 문방구에 가서 코팅을 부탁하거나 넓은 투명테이프로 붙이면 견고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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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데도 작은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동화책을 정리해둔 곳 주변에는 아이가 편한 자세로 책읽기를 할 수 있도록 쿠션, 방석 혹은 커다란 곰인형이나 소파 등을 놓아 아이의 관심과 호감을 유도합니다. 책장 주변에 간단한 필기도구를 준비해주면 읽기와 쓰기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유리창용 크레용이나 마카는 유리압착용 바구니에 담아 베란다로 나가는 커다란 창문에 붙여주면 훌륭한 아이용 그림판, 글자연습판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록을 수납한 곳 가까이에는 소리를 흡수할 수 있도록 작은 러그를 깔아주고 블록 놀이에 함께하면 좋을 작은 자동차나 플라스틱 동물모형 등을 근처에 정리해주면 좋습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노끈, 나뭇가지, 반짝이 등의 재료를 음식을 담는 투명용기에 정리해줍니다. 이때 고체풀과 액체풀, 스테이플러나 클립, 투명테이프나 양면테이프처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재료들을 함께 모아 정리해주면 아이는 기능의 미묘한 차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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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집안 한편에 아이의 작품을 스스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아이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완성된 작품의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퍼즐, 그림, 블록 만들기 등 작업이 끝나지 않은 미완성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책장 한 칸 정도 비워두는 것도 아이의 인내심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작업 중인 작품에는 다른 식구들이 만지지 않도록 작업중표시판을 만들어 세워주면 아이는 존중받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어지럽혀진 집안이 감당하기 힘들 때, 집에 있는 수많은 장난감이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다고 느껴질 때는 아이의 놀이공간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합리적인 공간배치와 정리 체계만 잘 갖추어져도 아이 방은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차상진(sangjin.cha@gmail.com)


※참고문헌

-Nancy Vogel (2009). Setting up the preschool classroom. HighScope Press.

-Tricia Kruse (2006). Multicultural Programs. HighScope Press.

-Mary Hohnman & David Weikart (2002). Educating Young Children. HighScop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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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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