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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적이고 공감능력 뛰어난 아이로 키우려면

양선아 2011. 12. 29
조회수 24061 추천수 1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최근 벌어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어쩌면 저렇게도 잔인할까’ ‘우리 아이에게도 혹시 내가 모르는 폭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할까’ ‘위험한 학교, 위험한 사회에 우리 아이를 맘 놓고 내보내도 되나’ ‘도대체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등등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와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에게 아이들을 비폭력적이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이가 부모에게 맘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학교 폭력 문제는 부모, 아이, 교사, 학교, 사회 모두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런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또 문제가 터졌을 때 모두에게 상처가 덜 남도록 해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가장 기본은 가정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는 문제다. 우리 아이를 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모가 알아둬야 할 것들에 대해 정리해봤다. 
 
■ ‘폭력=나쁜 것’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라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폭력이란 나쁜 것이다’라는 것을 잘 가르칠 필요 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장난이나 놀림, 폭력에 대해 아이들에게 개념 정의를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둘이 같이 즐거워야야 장난이지 상대가 즐겁지 않으면 장난이 아니라 폭력임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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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나 왕따를 일삼는 아이들은 자신의 행위를 단순히 장난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장난으로 돈을 뺏고, 장난으로 신발가방을 숨기고, 장난으로 때린다. 김현수 사는 기쁨 정신과 원장은 “장난이 커져 싸움과 폭력이 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내 아이의 장난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아이가 장난이 심할 경우 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지,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별명을 부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결점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인격 모독이라는 것을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평소에 힘든 일이 있다면, 또 주변 친구가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본다면 "선생님께 신고해라"고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폭력으로 인해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것이 ‘고자질’이 아니라 ‘신고해야 할 사항’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친구들에게 고자질쟁이로 비춰질까봐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평소 대화를 자주 하고 어떤 얘기를 하든 비난보다는 공감하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한 부분은 왜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보복이 두려워서라고 하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태까지 가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미 아주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부모가 단순히 학원비를 대주고 대학을 보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입장에서 헤아려주는 아주 가까운 존재여야 아이가 부모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며 “평소에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 아이와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는 부모에게 잘한 일도, 힘든 일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줘야 한다. 그런 관계를 위해선 일단 아이가 어떤 얘기를 해도 아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김현수 원장은 이것을 ‘선공감 후탐색 판단은 나중에’ 원칙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멍이 들어서 왔을 경우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부모는 먼저 “멍든 것 보니 많이 아프겠다”라고 공감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멍들었는지 자연스럽게 얘기할 것이다. 아이가 “장난을 심하게 치다 그랬다”고 얘기하면 “장난을 어떻게 했길래?”라고 질문을 하면서 탐색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이어가다 보면 상황이 판단 되고, 부모와 아이가 어떤 식으로 대처할 지 판단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공감을 잘 하지 못하는 부모는 어떻게 대하게 될까?  이런 부모들은 아이가 멍이 들어오면 먼저 화를 내면서 “멍 어디서 들었니? 누가 때렸니? 바보처럼 누구한테 맞고 다니니?”라고 비난을 먼저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거짓말을 하거나 입을 닫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는 멀어지게 돼 있다.
 
■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지 말라
 
조선미 교수는 “부당하고 잘못된 일에 대해 저항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세상에 대한 신뢰”라며 “스스로에 대한 존중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사람 간의 소통방법에 대한 교육이 아이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치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조 교수는 “아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칭찬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늘 단점만 지적받은 아이는 자존감이 낮아지며, 장점을 칭찬하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오히려 점점 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김현수 원장은 부모 스스로 아이들에게 편견과 폭력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진료실에서 폭력적인 아이들을 진찰하다 보면 상당수가 있어 보여야 한다, 힘이 최고다, 사람들이 서로를 무시한다라는 편견에 가득차 있다”며 “이런 아이들은 상당수가 부모와의 생활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배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편견이 가득찬 부모의 특징으로 △무시당하지 살지 말라고 가르치기 △부모가 정한 것은 항상 옳다고 주장 △어울리는 친구들에 대한 평가를 부모가 직접 하기 △세상이 얼마나 살기 힘든 곳인지를 강조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을 지나치게 강요하기 등을 꼽았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김현수 사는 기쁨 정신과 원장, 조선미 아주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학교 폭력, 우리 아이 지키기>(김대유·김현수 지음, 노벨과 개미 펴냄), <아이의 자존감>(정지은·김민태 지음, 지식채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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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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