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아이 뇌에 폭력 심는다

2010.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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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세상] 서천석의 행복육아



육아에 대한 다양한 주제 중에 체벌 문제만큼 흥미로운 주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체벌 문제를 연구한 과학적인 접근은 한결같이 체벌의 효과는 높지 않으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다른 의견은 이제 최소한 학문 영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아동에 대한 체벌은 아주 흔하게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체벌만큼 인간의 이중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주제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체벌 문제에 대해 엄격한 미국의 경우에도 부모의 90%가 아동에게 체벌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한다.



최근 교사 체벌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졌다. 교사의 체벌을 반대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반대 부모들에게 설문 조사를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상당수가 아이들에게 체벌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체벌은 불가피한 일이고 체벌 반대는 철없는 이상주의에 불가한 것일까?



사실 체벌은 본능적인 행동이다. 많은 동물은 상대가 자신의 의도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위협을 받는 순간은 더욱 그렇다. 우리가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순간도 대부분 유사하다. 아이가 부모의 의도에 따르지 않고, 그 정도가 심해 부모로서의 권위가 무너진다고 느낄 때 우리는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이란 지극히 본능적이어서 자연스럽지만 사회적인 인간이 행하면 위험한 행동이다. 우리는 사회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본능을 적절한 방법으로 통제하도록 배우게 되는데 아직도 폭력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는 일관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왜 폭력은 사회화 과정에서 순화되어야 하는 행위일까?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아동의 두뇌 발달 측면에서도 그 이유가 있다. 자주 야단을 맞고 위협을 당할 경우 아이의 전두엽과 감정 중추는 엉뚱한 방향으로 발달한다. 주변 사람과 상황을 돌아보고 새롭게 계획하는 기능보다는 본능적인 감정 반응을 폭발시키는 뇌 회로가 주로 발달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예민하고 쉽게 화를 내는 뇌를 갖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이런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력을 사용하고, 폭력의 사용이 어려운 조건이라면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 방식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하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가정에서는 쉽게 폭력이나 폭언을 휘두르고, 밖에 나가서는 자기표현도 약하고 소극적인 사람이 된다.



인간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고 우리 사회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한 부모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한없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눈물까지 흘리지만 폭력을 쉽게 멈추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을 괴물로 만드는 아이의 모자람을 탓한다. 아이가 잘한다면 자기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이처럼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적으로 변한다. 우리 역시 폭력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체벌은 아이에게 폭력의 코드를 심는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의 사회성을 거세하고 날것의 본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뇌에 순간 이동의 통로를 만들어 둔다. 코드가 숨겨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들지 않고 본능적인 폭력의 통로를 활성화시킨다.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에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인가? 부모라면 답해야 할 숙제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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