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0~6 개월 아가에게 그림책 어떻게 읽어줄까?

김영훈 2013. 06. 28
조회수 11697 추천수 0

20130625_1.jpg » 모빌. 한겨레 자료 사진.인간만이 언어를 배울 수 있다. 고등동물인 영장류조차도 언어를 흉내 낼 수 있을 뿐 언어를 익히지는 못한다. 언어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조물주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인간의 뇌에 신경회로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이 언어와 관련된 신경회로의 시냅스는 영유아기에 집중적으로 증가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언어의 복잡한 과정을 생후 36개월 이전에 다 발달시킨다. 아기는 생후 1개월부터 벌써 소리의 차이를 구별하기 시작하며 생후 6개월에는 모국어의 구별능력이 최고조에 이른다. 


0~6개월에 아빠는 사랑과 정성을 가지고 아기에게 많은 말을 해주어야 한다. 특히 0~6개월 아기들은 자장가를 좋아한다. 자장가는 아기에게 행복감을 줄 뿐 아니라 수용언어를 발달시키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아기들은 규칙적이고 조화로운 음을 좋아하는데 부드럽고 달콤한 자장가를 통한 언어적 자극은 아기의 언어발달에도 좋을 뿐 아니라 아기와 정서적 상호작용을 익히는 좋은 기회이다. 더구나 아기는 자장가를 통하여 아빠의 마음을 느낀다.

 

아기의 독서발달


생후 3개월이 지나면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체를 쳐다보고, 엄마 얼굴이 가까이 있으면 눈, 코, 입 등의 얼굴 윤곽을 희미하게나마 알아볼 수가 있다. 그림책을 아기 때부터 보여주면 감각 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라도 그림책을 통해 시각을 자극하고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청각의 신경회로를 강화시킬 수 있다.


뇌과학자들은 3개월부터 그림책을 보여주어도 좋다고 말한다. 물론 아기가 초점을 맞추려면 6개월은 지나야 하기 때문에 그림책의 그림을 본다고 하더라도 전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윤곽 주변을 주로 보게 된다. 그러나 아기의 시각을 고려해서 그려진 그림책, 예를 들어 굵은 선으로 윤곽을 단순하게 처리한 사람의 얼굴, 원색의 색깔, 기하학적 도형 등에 대해서는 짧기는 하지만 집중을 하게 되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20cm 정도 앞에서 보여주는 단순하게 그려진 초점그림책이나 개념 그림책은 아기에게 좋은 시각적 자극도 되고 감각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4-6개월에는 어느 정도 색깔을 구별할 수 있으므로 크고 굵은 선의 원색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다.


아빠가 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빠의 육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이다. 그런 점에서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뿐 아니라 분유 먹이기, 목욕시키기, 피부 마사지, 편안하게 안기 등을 배워야 한다. 이런 것을 숙련되게 할 줄 알아야 그림책 읽어주기도 자연스럽고 정서적 상호작용이 풍부해진다.


0~6개월 아기에게 시각자극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청각이나 촉각자극이다. 0~6개월 아기에게 보여주는 그림책은 아기에게는 하나의 장난감에 블과하다. 그러므로 아기가 그림책을 보는 것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아빠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시각적 자극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청각적 자극도 중요하다. 아기들은 그림책 읽기를 통하여 어휘력과 독해력이 향상되는데 아기가 눈으로 책을 읽기까지는 최소한 몇 년이 있어야 하므로 아기의 어휘력과 독해력을 키우는 도구는 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용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의 베르니케영역은 12개월 이전에 발달하기 때문에 아기가 자라면서 생기는 두뇌발달의 차이는 아기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언어에 많이 의존한다. 바스락거리는 헝겊책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 아빠의 목소리로 아기를 어르는 등 그림책을 통하여 아기와 상호작용하여야 한다. 안아주는 일을 제외한다면, 아빠가 아기에게 손쉽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이 그림책 읽어주기이다.

 

그림책 고르기


0~6개월 아기의 그림책은 시각자극을 돕는 ‘초점 그림책’이나 아기나 어린 동물들이 등장하는 ‘사물 그림책’이 좋다. 부모가 아닌 어른이나 환타지가 등장하는 그림은 아기들이 동일시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흥미롭지 않다. 초기에는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진 그림이 아닌, 굵고 단순한 검은색 그림이 좋다. 명암 대비가 분명한 흑백 초점 그림책을 보여주면 아이의 시각 발달에 도움이 된다. 모양을 구별하거나 색깔을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빨간색 같은 원색은 일찍부터 흥미를 보이기도 한다. 0~6개월에는 시각 자극뿐 아니라 청각을 자극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헝겊책 등을 보여주면 청각을 자극하고 아빠와의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초점 그림책>

0~3개월 아기는 시각자극이 중요한데 모빌과 흑백 초점책이 첫 장난감이 된다. 아직 시각 발달이 완전하지 않은 신생아는 흑백 사물을 더 잘 본다. 이 때 명암 대비가 뚜렷한 흑백 초점책은 아이의 시각 발달을 돕는다. 그러나 1-2개월이 지난 다음에는 굳이 흑백 그림만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다양한 색깔의 원색 그림을 보여주며 자극을 줄 수 있다.


대표 그림책

.첫두뇌개발 초점 맞추기 (그림 김현, 삼성출판사)

.하양 까망1 (그림 류재수, 보림출판사)

.아기 헝겊 초점책 (애플비)


<오감자극 그림책>

4~6개월 아기는 손과 눈의 협응이 발달하는 과정으로 무엇이든지 잡으려고 한다. 따라서 그림책은 아기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좋다. 0~6개월 아기의 관심은 입, 혀, 입술 등 구강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빨기, 물기, 먹기 등의 행동을 통해 만족과 쾌감을 얻는다. 따라서 0~6개월 아기에게 제공되는 모든 사물은 이런 아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만지거나 빨거나 하여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장난감처럼 아기가 들기에 무겁지 않고, 혼자서 책장을 넘기기에 편리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책의 물리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물고 빠는 아기들의 특성을 배려한다면 크기가 작고 단단한 보드북이 좋다. 부석부석 소리가 나는 헝겊책은 아기의 청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세탁할 수 있는 비닐책도 유용하다.


대표그림책

.물고기 (글, 그림 피오나 와트, 시공주니어)

.술술 말놀이 1,2 (글 권태응 외. 그림 권문희 외, 다섯수레)

. 바스락바스락 아기헝겊책(애플비)

.찰그랑 찰그랑, 무슨 소리일까요? (글, 그림 에밀리 볼람, 아이마루)

.숨바꼭질 그림책(애플비)

.아기 시 그림책 시리즈(글 강소천 외, 그림 이준섭 외, 문학동네)

.하늘이랑 바다랑 도리도리 짝짜꿍 (글 김세희, 그림 유애로, 보림)

.불아 불아 (글 이상교, 그림 최숙희, 사파리)

.우리아이 성장동요 (엮음 강승연, 그림 곽선영, 한솔수북)


<개념그림책>

0~6개월 아기에게 사물의 모양이나 개념을 알려주는 개념그림책을 고를 때는 한쪽 면에 사과, 포도, 자동차 등의 사물이 꽉 차게 그려진 큰 그림이 좋다. 그림이 복잡하지 않고 뚜렷한 것이 좋으며, 아기가 한눈에 그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윤곽선이 뚜렷하여야 한다. 아기가 그림책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모양을 보고 사물 인식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아기들은 직선보다는 곡선을, 단순한 흑백보다는 강렬한 원색 그림에 더 흥미를 보인다. 사물을 지나지게 왜곡하거나 단순화한 그림보다 사물 고유의 특징을 살리되 밝은 원색으로 표현한 그림책이 좋다.


대표그림책

.달님 안녕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사과가 쿵! (글, 그림 다다 히로시, 보림)

.미니 동물 팝업북 (글, 그림 신영선, 블루래빗)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글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그림 캐롤라인 제인 처치, 보물창고)

.누구게 (글, 그림 세바스티앵 브라운, 시공주니어)

 

그림책 읽기


아빠는 아기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게 된다. 그래서 아빠들은 대부분 3개월부터 책을 읽어주는 경향이 있다. 아직 아기의 집중력은 3분에서 5분정도에 불과하고 알고 읽는다고 믿지 않겠지만 아빠가 저녁에 열심히 읽어주면 아기는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아빠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그림책 읽어주는 법>


첫째,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자. 그림이 그려진 쪽으로 아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뿐 아니라 점차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단어와 그림을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인자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아이를 웃게 하자. 아기를 웃게 하는 것은 아기의 건강과 정서발달에 중요하다. 아빠는 아기를 웃게 하기 위해 대부분 얼굴을 무서운 표정을 짓거나, 바보같은 표정을 짓는 예가 많다. 그러나 그보다는 인자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웃게 하는 것이 좋다.


셋째, 반응이 적다고 실망하지 말자. 아기는 많은 시간을 잠에 취해 보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점책이라고 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3개월 전 아기에게는 너무 반응에 얽매이기 보다는 그림책을 병풍처럼 놓아 시각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만족하자.


넷째, 오감을 자극하자. 이 시기의 그림책 읽기는 자장가나 어르는 노래로 이루어지거나 물놀이와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각, 청각, 촉각을 두루두루 자극하는 방식으로 그림책 읽기가 이루어지게 된다.


다섯째, 교감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어라. 아기와 눈을 맞추고 아기의 몸을 마사지 하며 즐거운 노래를 불러주자. 이러한 그림책 읽기는 아빠와의 교감을 강화시킨다. 아빠가 손으로 아기를 잘 감싸서 안전하고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어야 한다.


여섯째, 아기에게 그림책은 장난감이다. 이 시기의 그림책은 부드러운 재질의 짧은 책과 두텁고 단단한 책, 딱딱한 재질의 펼쳐지는 책들이 좋다. 아기는 이 책들을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입으로 확인하기도 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도 할 것이다. 아기는 책을 볼 뿐 아니라 핥고, 깔아 뭉게고, 손으로 두드리고, 찢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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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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