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얼마나 즐거운가!

하태욱·차상진 2011. 10. 10
조회수 6201 추천수 1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

베이비트리를 통해 여러 독자 여러분들과 소통하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교육과 대안’을 화두로 연구와 실천을 함께하는 학자이자 운동가, 그리고 학부모로서 항상 많은 부모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베이비트리가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신 덕분에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가 넘칩니다. 이 코너를 통해서 대안교육을 주로 연구하는 저와 유아교육이 전공인 제 아내가 평소에 서로 나누는 고민들을 여러분들과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저희가 공부하는 내용들을 나누게 되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저희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고백해보려고 합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라는 거죽을 쓰고 있지만, 12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생활하다보면 순간순간 매우 비교육적인 욕망들에 쉽게 흔들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 갈등과 절망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여러분들 앞에 풀어놓으면서 함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그 역할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습니다. 짧게는 몇 개월 과정에서부터 길게는 몇 십 년까지 학교나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시험을 쳐서 자격증을 따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그 어떤 역할 중에서 가장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부모’ 역할을 맡기 위해 우리는 어떤 교육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 자격 검정시험이 있어 거기서 떨어진 사람은 자녀양육권을 박탈당한다는 법도 없지요. 


그런데 내 아이 교육을 맡을 선생님이 무자격자라면 펄펄 뛸 거면서 나 스스로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는지에 대해서는 공부하기는커녕 별로 고민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카더라 통신’들, 근거 없는 신념들, 비과학적이고 비교육적인 정보들에 휘둘려 갈팡질팡했지요. 그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하는 어떤 공부와 연구보다 내 아이 기르기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학문적으로 떠드는 모든 이야기들이 제 아이 키우기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건 모두 허공에 뜬 이야기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부모되기’에 대해서 배우고 익히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일은 또한 발견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통해 구현되는 이 놀라운 발견들이 제겐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일 수밖에 없었고요.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습니까!


배우고 익히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교육(敎育)’이란 가르치고(敎) 기른다(育)는 뜻이지요. 여기서 敎라는 한자는 ‘본받을 爻(효)’와 ‘아이 子(자)’, ‘칠 攴(복)’이 합쳐진 글자랍니다. 즉, 아이를 때려서라도(!) 본받도록 하는 것이 바로 가르치는 행위라는 것이지요. 가르치는 행위는 부모나 교사, 즉 가르치는 사람이 주체가 되는 행위입니다. 우리말로도 ‘가르치다’는 ‘가리키다’와 같은 어원이 있다고 합니다. 즉, 가르치는 행위는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저것이 진리다’며 가리키는 행위라는 것이죠. 서양에서도 비슷한 관점이 있습니다. 교육을 의미하는 영어의 Pedagogy는 그리스어 Paidos(어린이)와 Agogos(이끈다)의 합성어입니다. 여기서 주인집 자녀를 이끌고 스승들을 찾아다니는 노예를 일컫는 Paidagogos라는 표현을 거쳐 Pedagogy가 된 것이라는군요. 오늘날로 치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이들을 끌고다니는 강남엄마쯤 될까요? 여기서도 아이를 이끄는 사람, 즉 교육자가 무엇을 가졌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에 반해서 育은 아이(子)를 기르는 것(肉)을 의미합니다. 기른다는 것은 스스로 자라나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기르다’라는 동사가 ‘길’이라는 명사로부터 나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기르는 행위라는 겁니다. 영어의 Education은 E(밖)과 Duco(꺼내다)는 라틴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자기 안에 있는 잠재력과 재능을 온전히 꺼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힘에 달려있겠지요. 아이의 입을 열고 손을 집어넣어 그것을 끄집어 낼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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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敎와 育, 가르치는 것과 기르는 것의 조화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가르치는 것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있는 듯합니다. 도대체 아이의 안에 어떤 생각이, 욕구가, 가능성이 들어있는지 들여다보지 않고 부모 욕심대로, 선생이 아는 대로 강요하기 일쑤입니다. 지나친 조기교육, 사교육 열풍도 모두 敎 쪽으로 지나치게 추가 기운 탓에 나타나는 왜곡현상일겁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育만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대안교육’이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교육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만, 그건 아마도 敎가 지나치게 비대해진 우리 사회에서 育을 강조하다보니 생겨난 오해일 듯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의 욕구를 알아주고, 흥미를 파악하고, 그 길을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敎와 育, 가르침과 기름이 조화를 잘 이루는 길이겠습니다. 그런 교육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야말로, ‘공부 싫어!’가 아니라 ‘배우고 익힘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學而時習之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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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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