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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지진 나면 어쩌지?

베이비트리 2016. 10. 11
조회수 3525 추천수 0
연이은 강진, 학교도 경각심 생겨
대피 매뉴얼 등 대비 방안 불충분

수차례 실전 대비훈련 해본 웅상고
게임 활용 눈높이 재난교육 한 일본
학교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야

[지진교육 현장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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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일 저녁 9시30분께 경남 웅상고가 야간자율학습 중에 진행한 ‘불시 지진 대피훈련’ 모습. 경남도교육청 제공

“진짜 놀랐어요. 가만히 공부하고 있는데 (건물이) 갑자기 떨리는 거예요. 애들도 이게 훈련인가 진짜인가 긴가민가했어요. (교내 대피) 방송 때문에 다 나왔지, 아니었으면 애들 그대로 (교실에) 앉아 있었을 거예요. 평소에 훈련을 계속 해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경남 양산시 웅상고 2학년 김지성군)

대한민국이 지진 공포에 휩싸인 9월12일. 경주 1차 지진을 피해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 중에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한 직후 교사가 촬영한 한 학생의 인터뷰 내용이다. 다행히 이 학교에서는 1차 지진 때 학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귀가 조처해 5.8 강도의 2차 지진 피해를 막았다. 그러나 같은 날, 경남의 다른 A학교에서는 1차 지진 후 1·2학년만 귀가시키고 고3은 야자를 지속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지진대피 매뉴얼과 관련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현장을 지휘하는 교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고원초 최훤나래 교사는 “세월호 이후 현장에서도 안전교육이 더 중요시되었지만 현실적으로 피상적인 재난훈련만 진행됐다”며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은 생겼지만,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어 걱정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자체 매뉴얼 제작, 훈련 불시에·수시로

그렇다고 현재의 체계를 탓하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웅상고의 지진교육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이 학교 학생들은 불시에 이뤄지는 지진대피 훈련을 ‘귀찮아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대피 속도도 초반 4분30초대에서 3분 이내로 단축했다. 지난해 ‘안전교육 시범학교’ 지정을 계기로 체계적인 안전교육에 대한 고민과 반복 훈련을 한 결과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불시에 이루어지는 수차례 지진대비 훈련과 자체 매뉴얼 역할이 컸다. 빠른 상황판단을 위해 보고 체계도 교사 한명 한명이 개별적으로 판단해 재난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선조치 후보고’다. 이 학교 인성안전교육부 이승주 부장교사는 “정부 매뉴얼은 너무 복잡해 실제 해보니 그대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수업 중인 교사는 그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다 데리고 대피로로 탈출한다 △교실 밖에 있는 교사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길목(계단 같은 곳)에서 아이들의 이동을 안내한다 △학생들은 책상 밑에서 대피하고, 문 근처 학생은 문을 열어놓는다 △진동이 멈추면 왼손은 머리 보호, 오른손은 입을 막고 대피로를 통해 대피 장소로 이동한다 △앞에서 넘어지면 뒷사람도 넘어지므로 맨 앞사람은 뛰지 않는다 정도다. 매뉴얼은 간단하지만, 반복된 훈련은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지난달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모든 학생이 안전사고 하나 없이 아주 신속히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까지 학교 안내방송을 따라 대피할 수 있었다.

지난 지진 이후에도 7회 이상 집중적으로 대피훈련을 진행하며 대비를 더 강화하고 있는 상황. 경주로부터 400여회에 걸친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고등학교는 모든 교직원이 학교에 있는 ‘주간’과 교사도 적고 아이들이 흩어져 있는 ‘야간’ 등 각각 상황이 달라, 두 경우로 나눠 수시로 훈련을 해오고 있다. 교사가 적은 야간 훈련은 아이들의 주체적인 대피가 필요해 더욱 중요성을 띤다.

이 교사는 “교육부나 교육청은 물리적 안전만 강조하는데,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매뉴얼과 시설 정비 같은 물리적 환경 조성과 ‘우리 학교는 마음 편하고 안전하다’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전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평소 학생회나 생활지도, 대안교실 등에도 지속해서 신경 쓰는 이유다.

■ 동일본 대지진 생존자의 교훈 ‘서로 돕기’

지진 대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선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었던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재난위험경감(Disaster Risk Reduction·DRR) 교육을 진행해온 세이브더칠드런 일본은 만화와 카드게임을 통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재난교육을 하고 있다. 2014년에 발간된 <문득 한마디>는 22가지의 재난 상황을 만화로 보여주는 교재다. 각 상황의 마지막 말풍선이 비어 있어 아이들이 이를 채우며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스스로 고민해보게 한다.

특히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면/함께 사는 대피생활/재난 이후의 삶’ 4가지 주제로 나눠 재난 대피 요령 외에도 재난 전 예방활동과 재난 후 대피소 생활, 재건활동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식수 확보, 식량 나눔, 화장실 사용 등 공동생활을 위한 지침과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나 부상자를 어떻게 배려할지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교재가 동일본 쓰나미 생존자 5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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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일본에서 발행한 재난위험경감(DRR) 교육 교재들. 맨 앞 가운데 교재가 22가지 위기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해결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화로 구성된 <문득 한마디>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세이브더칠드런 김희경 사업본부장은 “실제 쓰나미를 겪은 주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임을 고려하면 그들이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게 ‘서로 돕기’라고 볼 수 있다”며 “재난 시 가장 빨리 조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마을 주민들이기 때문에 교육도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이뤄진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카드게임으로 주변의 도구를 활용해 위급상황 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돕고, 먼저 배운 주민이 다른 지역 주민에게 다시 알려주는 방식이다. 김 본부장은 “아이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재난을 대비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간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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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마디> ‘Bracing Furniture’ 상황. 지진으로 주인공(미나토) 뒤에서 가구가 넘어져 놀란 모습이다. 아이들은 말풍선을 채우며 재난위기 속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전문가들 “가장 시급한 ‘내진 설비’”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면 ‘올해 수능 당일에 지진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서 10월쯤 발표 예정으로 매뉴얼을 정리 중이다.
매뉴얼이 있고, 사전에 지진재난교육을 아무리 철저히 받았다 하더라도 지진이 났을 때 학교 건물이 무너지면 아이들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현장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지역 학교 건물의 안전진단과 내진 보강을 가장 우선으로 손꼽는 이유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초·중·고 건물 중 76.2%에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령을 개정해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여 내진보강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를 여진의 공포에 떨고 있는 지진 피해 지역 학교에는 너무 먼 얘기다. 내진 설계 기준이 없던 시기에 지은 노후 건물이 많고, 건물안전등급이 A~C등급이라도 내진 설계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양초 배성호 교사는 “지진 대피 매뉴얼 외에도 학교 관계자와 건축공학, 안전 관련 전문가 등 전문가들이 협업해 이런 재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전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은애 <함께하는 교육> 기자 dmsdo@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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