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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홀로서기’ 돕는 미혼모 ‘친정집’

베이비트리 2015. 03. 03
조회수 2330 추천수 0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운수동 미혼모 공동생활가정 ‘편한집’에서 ㄱ씨가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다가 기세순(오른쪽)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르포 l 광주 공동생활가정 ‘편한집’

“친정집이지요. 여기에 와서 기저귀값, 분유값 걱정 없이 키웠어요.”

지난 2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운수동 미혼모 공동생활가정 ‘편한집’ 도서실에서 만난 ㄱ(26)씨는 미혼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고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ㄱ씨는 세살 연하의 남자친구를 만나 사귀다가 헤어진 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출산지원 복지시설에서 아들을 출산한 뒤, 혼자 살고 있는 아버지(58)에게 도움을 청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키울래? 입양 보내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지 않았다. 2013년 2월 대한사회복지회의 도움으로 광주의 편한집에 입주했다. ㄱ씨는 “남자친구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어렵지만 아이를 혼자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된 낡은 건물 증·개축
8개 가정 18명 함께 살아
생필품·어린이집 원비 등 지원
검정고시·자격증 교육도 실시
“아기도 키우고 자립 자신감 얻어”
정부서 미혼모 지원 확대 필요

편한집은 출산한 미혼모가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6월 30년 된 낡은 건물을 증개축해 시설이 비교적 쾌적했다. 500㎡ 규모에 지상 1, 2층 건물로 가족 단위로 분리된 방 13개가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미혼 엄마’ 8가정 18명이 생활하고 있다. 거실이나 부엌을 함께 쓰면서 생활자 1명이 일주일씩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한다. 생필품비와 아기물품비, 아이 어린이집 원비 등이 지원된다. 교육실과 도서실, 놀이방 등도 갖춰져 있다. 기세순(45) 편한집 원장은 “보통 2년 이내로 생활하고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6개월 단위로 1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편한집은 어린 엄마들의 홀로서기도 돕고 있다. 검정고시나 각종 자격증 준비 등 맞춤형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ㄱ씨도 이곳에서 동화구연 자격증을 땄고 미용기술도 배웠다. ㄴ(25)씨는 2011년 10월 편한집에 들어가 2013년 5월까지 지내면서 광주도시공사의 도움으로 국민임대주택을 지원받아 아이(5)와 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80만원을 받고 있는 ㄴ씨는 “편한집에서 컴퓨터활용 자격증 등을 따면서 자립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여고를 그만둔 상태에서 방송통신고에 등록해 졸업했고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씨처럼 편한집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보육교사나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하고 있는 어린 엄마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출산 이후 가족들과 단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미혼모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다. 2013년 국가통계포털 집계를 보면, 미혼이나 사실혼 상태에서 출산한 ‘혼인외의 자’는 전국적으로 9332명(광주 395명)이었고, 유기 등 미상은 700명(광주 17명)에 달했다.(표 참조) 국가가 미혼모에게 주는 경제적 지원은 월 10만~15만원에 불과하다. 최근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양육 미혼모 모자가정 건강지원사업 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모 96명 가운데 84%인 63명은 매월 100만원 미만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기초수급자로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광산구청에서 단기계약직 일자리를 얻었다. 엘에이치(LH)공사의 도움으로 33.05㎡(10평) 규모의 원룸을 구했지만, 임대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ㄱ씨는 “구청 사이트에 사연을 올려 280만원을 후원받았고, 편한집에서 1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가까스로 보증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1년에 모자가정 8가구에만 300만원씩 2400만원을 자립정착금으로 지원할 뿐, 미혼모는 제외된 상태다.

보통 2년 안에 시설을 나가야 하는 미혼모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립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아기를 입양 보내기도 한다. 광주시의 청소년 한부모 사업지원비는 1년에 7300만원 정도다. ㄴ씨도 “월 84만원을 수급비로 지원받아 아이 어린이집에 12만~13만원씩을 내고 주거비와 교통비를 부담하면 살기가 빠듯하다. 때론 입양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이 보면서 미안해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미혼모가 자녀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은 편한집 외에 인애복지원, 우리집, 평안의집 등 모두 4곳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홀로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들의 출산과 자녀 양육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아기가 생후 36개월 전까지는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수급비 지원과 함께 의료·교육·주택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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