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뇌가 변해야 창의력이 생깁니다

김영훈 2017. 11. 29
조회수 8464 추천수 1

아인슈타인의 뇌


아인슈타인은 19554월 이스라엘 건국 7주년 기념행사의 연설을 준비하다가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사체 부검을 맡았던 프린스턴 병원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240조각으로 잘라내 포르말린 용액에 보관하였습니다.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아인슈타인을 화장했습니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의 뇌를 무단으로 보관한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분노했지만 하비 박사는 가족을 설득해 아인슈타인 뇌에 대해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다이아몬드 박사가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들을 넘겨받았고,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뉴런을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교질 세포’(glial cells)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질세포의 증가는 아인슈타인의 뇌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이몬드박사는 아인슈타인의 두뇌계발은 좋은 음식, 운동, 도전 할 만한 과제, 새로운 과제, 사랑을 기반으로 한 자극과 환경조성으로 가능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이 다섯가지 요소를 강화하면 문제해결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높아진다고 주장합니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더 많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넓다는 것도 확인되었으며, 수학적 추론과 이미지 처리를 돕는 두정엽의 주름이 많고 굴곡이 복잡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사고하고 판단하는 전두엽도 일반사람보다는 컸습니다

 

violin-2560312_960_720.jpg » 바이올린. 사진 픽사베이.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보이는 이러한 변화는 아인슈타인이 좋아하는 바이올린 연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곧잘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사실 20년간 악기를 연주한 음악가의 뇌는 일반 사람들과 다릅니다. 신경과학자인 고트프리트 슐라우크는 MRI로 숙련된 음악가와 일반 사람의 뇌의 크기를 비교하였는데, 숙련된 음악가는 뇌량의 앞쪽과 소뇌의 크기가 일반 사람에 비해 더 컸습니다. 운동, 청각, 시공간을 담당하는 피질 부위의 회백질 양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년 이상 악기를 연주한 연주가의 경우 아인슈타인처럼 뇌량, 두정엽, 전두엽 등이 컸습니다. 음악활동으로 뇌가 변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이미지처리를 돕는 두정엽의 시공간적인 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재들의 확산적 사고와 동시적 처리능력


영재의 재능을 규정할 때 IQ뿐 아니라 과제집착력과 창의력이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은 1970년대 후반에 제기되었습니다. 영재들의 생각은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 생각의 흐름을 바꾸고 생각이 흐름을 결정짓는 수많은 합류점을 만듭니다. 망처럼 연결된 생각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 이런 형태의 사고는, 시작점에서 멀어진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추측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달라지는 가정들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에세이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 써야하는 글을 앞에 놓고 기억 속을 헤매고 있는 교수, 세세한 것에 빠져들어 이야기의 결론을 맺지 못하고 헤매는 강연자까지,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확산적 사고는 생산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가진 영재는 많지만 그 아이디어를 일반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표현하는 영재는 많지 않습니다


확산적 사고란 고정된 틀을 깨는 사고, 논리적 질서의 궤도를 벗어나는 사고를 말합니다. 확산적 사고는 본래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의외성을 띠는 경우가 많고, 기대되거나 요구되었던 바를 대부분 비껴갑니다. 확산적 사고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새로운 사고를 도입하고, 남다른 사고를 창조합니다. 영재들의 확산적인 사고는 사물들에 대한 분석과 이해에서 앞서 있을 뿐 아니라, 관습적인 사고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서 상황이나 행동의 결과들을 예상합니다. 더구나 영재들은 동시적 처리가 가능합니다. 하나의 자극, 하나의 생각, 하나의 지시에서 출발하여, 사고의 연상망이 초고속으로 펼쳐집니다. 더구나 이 사고의 밀도가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조직하고 구조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재들의 사고는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출현과 시각적, 감정적 측면에서 강력하고 풍요롭지만,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추론으로 논리적인 증명이 가능한 사고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확산적 사고와 동시적 처리능력은, 영재가 리더십, 재능, 인격, 그리고 비판을 감당할 수 있는 깊은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빛을 발합니다. 에릭슨은 영재가 아무리 자기 흥미를 쫓아서 열정적으로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실망스러운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릴 때 영재로 인정받는 것은 쉬웠지만 그 영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그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기란 정말로 어렵습니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지침


영재가 드러내는 에너지는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놀랍고 엄청납니다. 다른 사람이 지쳐있을 때도 영재는 계속합니다. 다른 사람이 불가능한 싸움이라 생각할 때 영재는 맞섭니다.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영재는 해답을 찾아냅니다. 영재가 그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몰입의 힘이고 합니다. 그는 더러 자기가 하는 일에 너무 몰두해서 다른 것을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극단적으로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주위에서 뭐라고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억지로 말려도 모릅니다. 먹고 마시며 잠자는 생리적인 기본 사항조치 잊어버립니다. 자기의 일, 자기의 임무에 일단 빠져들면 아무 것도 그를 멈추게 하지 못합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도전하고 탐색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독창적인 해답이나 학습법, 해결책을 찾도록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내부에게 타오르는 불꽃이 꺼지지 않고 인격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창의력의 관점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결과를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부담을 주면, 창의력에서 발생하는 온갖 재미를 해치게 됩니다.


첫째, 바깥놀이를 하게 하세요.


인간의 신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근육은 허벅지에 있는 대퇴근입니다. 대퇴근은 근방추라고 하는 신경을 통해 뇌줄기에 연결되어 있어 걸으면 근육에서 나온 신호가 뇌줄기에 전달됩니다. 그러면 뇌줄기가 자극을 받아 각성 작용이 있는 망상체의 활동이 높아지고 대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또한 심장은 평상시에는 1분간 약 5리터의 혈류를 내보내지만 걸으면 약 50리터, 즉 평상시보다 약 10배의 혈류를 내보내게 됩니다. 그러면 그만큼 뇌에는 산소와 영양소가 많이 공급될 뿐만 아니라 노폐물도 더 많이 제거되기 때문에 뇌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집니다. 뇌 속의 운동영역과 감각영역에서 다리가 차지하는 면역은 상당히 넓습니다


따라서 걸으면 운동영역이나 감각영역의 상당한 부분이 자극을 받게 됩니다. 걷는 것뿐 아니라 달리기도 뇌를 활성화합니다. 달리기를 하면 뇌 전체를 활성화하고, 상쾌한 기분과 의욕이 높아집니다. 달리기를 하면 단기 기억이 높아집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실시된 테스트에서는 65%의 정답률을 보였는데 12주간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계속하였더니 정답률이 95%로 상승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달리기가 운동영역뿐 아니라 전두연합영역까지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기는 전두연합영역의 기능을 향상시켜 아이가 판단력, 통제력, 의욕, 창의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기억력을 향상시킵니다.


둘째, 블록놀이로 문제해결력을 키우세요.


아이들은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손가락을 움직일 때 두뇌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손의 움직임은 대뇌피질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하위뇌의 사용이 많습니다. 그러나 손가락의 움직임은 하위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상위뇌인 두뇌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이루어지는 대뇌피질의 활성화를 가져와 IQ 높은 아이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손가락에서 비롯된 촉각은 뉴런의 분포가 촘촘하기 때문에 입체감이나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런 점에서 손의 움직임보다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전뇌를 발달시키기 위하여 양손놀이를 강조하는 교육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프라모델을 조립하면 감각연합영역의 뇌를 발달시켜 연상력과 협응력이 증가합니다. 소근육운동은 기억력을 향상시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소근육운동이 기억해내기 힘든 단어를 상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손을 움직이지 않도록 막대를 꼭 잡고 있는 사람에게 단어를 찾도록 하는 퀴즈를 내면,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 때보다 정답을 많이 틀리고 답을 하는 시간도 더 걸립니다. 또한 여섯 달 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림조각 짜 맞추기 능력이 34% 향상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사고력이 높아진 것입니다. 블록은 다른 장난감에 비해 편리성은 떨어지지만 공간감각과 사고력을 높여줍니다. 블록놀이를 하면 수학적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 사물의 형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블록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물로 즉각적으로 실현해내고, 무한하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의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오감체험과 전체체험으로 자기주도적인 탐색을 하게 하세요.


발도로프 학교에서는 자연체험을 중요시하고 손수건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노는데, 시공간감각을 키우기 위한 방안입니다. 특히 취학전 아이에게는 자기주도적 탐색과 놀이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아이의 뇌는 새롭고, 변화하며, 놀랍고, 끌리는 것에 반응합니다. 따라서 아이는 지저분함과 모험을 허용하여 넘어지고 울기도 하는 전체적인 오감체험을 하여야 합니다. 전체체험을 위해서는 아이도 요리나 청소 등 가정의 일상에 참여해야 합니다. 자연체험의 체험은 전체체험의 총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범위의 소리와 색으로 아이의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디지털미디어를 통한 자극보다 훨씬 고도의 감각을 느끼고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공감각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며 창의력의 바탕이 됩니다.


넷째,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세요.

 멍때리기의뇌.jpg » 멍 때리기의 뇌. 이미지 김영훈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대개 부모들의 재촉에서 비롯됩니다. 아이의 재능을 빨리 발견해야한다는 부모의 바쁜 마음이 아이의 뇌에 과부화를 만들어 멍 때리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작업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일곱 가지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도록 재촉을 받으면 뇌의 과부화로 인하여 멍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보냅니다. 실제로 뇌가 휴식을 하는 멍 때리는 순간,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습니다. 내측측두엽, 내측전두엽, 후대상피질 등 일명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 불리는 부위입니다. 뇌는 자극이 없으면 멍 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뭔가 할 일이 생기면 DMN의 활동을 억제하고 할 일에 필요한 뇌 부위를 활성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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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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