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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취학 전 조기교육, 건강 성인 길러낸다

베이비트리 2013.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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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강 렌즈로 본 사회

초등학생 때부터 국제중학교나 특수목적고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 준비도 모자라서 이제는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준비까지 시킨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도울지,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조기교육도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기교육을 한 결과 약물 남용 등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한다.

우선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낮은 경우가 많고 어른이 됐을 때 괜찮은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 보니 소득이 적어지고 약물 남용이나 범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개인의 자질 때문이라기보다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사회적 기회, 즉 계발의 기회가 그만큼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레이놀즈 교수팀은 시카고 지역에서 빈곤층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포괄적인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 뒤 장기적인 효과를 분석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와 보조교사가 팀을 이뤄 3~9살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기초 언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소집단 및 개인 활동, 현장학습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왔다. 1979~80년 해당 지역 출생자 가운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989명과 통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550명을 추적 조사해 28살이 된 뒤 약물 남용, 건강보험 가입률, 범죄율, 학력 성취,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조기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집단이 약물 남용이나 범죄에 덜 연루됐으며, 건강보험 가입은 물론 학력 성취, 소득,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3~9살 사이 다양한 기간과 시점에서 제공됐는데,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인 유치원 시기에 프로그램의 효과가 가장 지속적이었다. 또 남자 어린이들, 가정환경이 더욱 열악했던 이들에게 지속 효과가 두드러졌다.

정리하자면 조기교육 프로그램은 생애 과정에 걸쳐서 건강 상태와 경제적 성취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아동 초기라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프로그램이 빈곤 가정이 알아서 개별적으로 사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뒷받침된 공립학교와 유치원 과정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개별적으로 다양한 바우처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지만, 효과는 검증된 바 없다. 이것이 정말 어린이의 건강과 안녕 및 성장·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은 아닌지 평가가 필요하다. 부모의 재산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인생을 출발할 수 있게 하는 조기교육,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이런 ‘진정한’ 조기교육이라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박지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영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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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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