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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부모의 전방위 경험담, 전문가 이론보다 영양가 높다

베이비트리 2016. 01. 12
조회수 3068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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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양한 부모들의 커뮤니티는 자녀 교육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부모들 각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8일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가 연 ‘직장부모커뮤니티 송년파티’에 참여한 부모들의 모습. 직장맘의 많은 참여를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돌보미가 직장맘의 아이들을 돌봐줬다. 서울특별시직장맘지원센터 제공
천편일률 부모교육 벗어난 부모들
지난해 1월부터 서울시에서 부모학습지원조례를 발표해 다양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8일에는 서울시의회에서 의결한 학교 학부모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부모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부모들 가운데에는 교육계의 이런 시도가 “2%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 등에서 제공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여전히 전문가들의 일방향적 강의나 이론, 한시적인 자녀 교육 트렌드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서 전문가가 나눠주는 식의 이론 강의나 교육법 강의가 아니라 실제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끼리의 대화나 토론을 중시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다른 부모들과의 소통과 정보 나눔 등을 통해 실생활에 맞춤한 다양한 경험도 얻고, 스스로를 객관화해보는 것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녀 교육의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정답형’ 자녀교육 매뉴얼
트렌드 치우친 교육법 벗어나

팟캐스트서 고민 나누는 아빠
동료애로 뭉쳐 경험담 펼치는 엄마
나-자녀 관찰해 내 방식의 교육법 찾아
‘좋은 부모란 뭔가’ 내공 쌓기도

■ 팟캐스트로 수다 떠는 아빠들 ‘개아범’

2. 다양한 부모들의 커뮤니티는 자녀 교육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부모들 각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8일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가 연 ‘직장부모커뮤니티 송년파티’에 참여한 부모들의 모습. 직장맘의 많은 참여를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돌보미가 직장맘의 아이들을 돌봐줬다. 서울특별시직장맘지원센터 제공
2. 다양한 부모들의 커뮤니티는 자녀 교육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부모들 각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8일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가 연 ‘직장부모커뮤니티 송년파티’에 참여한 부모들의 모습. 직장맘의 많은 참여를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돌보미가 직장맘의 아이들을 돌봐줬다. 서울특별시직장맘지원센터 제공
지난 12월16일, 서울 구로구 한 팟캐스트 녹음실에 5명의 아빠들이 모였다. 매주 일요일 올라오는 팟캐스트 ‘개아범’의 주인공들이다. ‘개아범’은 ‘개저씨 대신 좋은 아빠 되기’의 줄임말이다. ‘개저씨’는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의 신조어다.

아빠들은 매주 1회 모여서 아이와 관련된 주제를 하나 정한 뒤, 2시간 동안 이른바 ‘잡담’을 이어간다. 이날의 주제는 크리스마스. 유치원생 아들을 둔 ‘유딩아빠’가 유치원 산타클로스 행사로 아이 몰래 선물을 유치원에 전달해야 하는 ‘007작전’ 경험담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길동’을 비롯해 ‘아갈이’, ‘딸랑이’, ‘목수정’ 등 아빠들이 자신과 아이의 이야기를 덧붙여갔다.

이 평범한 아빠들은 모여서 일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 대한 대화를 하고, 나아가 ‘팟캐스트’까지 운영하는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이들은 “모여서 아이들 교육에 대한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부모 공부”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개아범’이 다룬 주제들은 체벌, 왕따, 스마트폰, 겨울방학 등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해봤을 주제다.

‘스마트폰’ 에피소드에는 같은 문제에 다른 선택을 한 아빠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길동’이 “딸은 중학생이 되면서 스마트폰을 가졌어요.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틈만 나면 스마트폰 이야기를 하는데,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지가 고민이죠. 중독성이 강한 기계라는 생각이 들어서요”라고 말했다. ‘딸랑이’는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2, 3학년에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 연락할 수단이 있었으면 해서요. 하지만 독서시간이나 활동량이 줄어들까 걱정되기도 해요”라고 이어갔다.

“부모들이 많이 하는 오해 가운데 하나가 ‘부모 마음 다 같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른 부모들이 자녀를 어떻게 키우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돼요.”

초등생 아들을 둔 ‘아갈이’의 말에 ‘유딩아빠’가 덧붙였다.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2시간 동안 온전히 아이와 나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아요. 목적이 있으니 삼천포로 빠질 위험도 적고, 집중적으로 아이만 떠올리니까요.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아요.”

■ 커뮤니티 꾸려 자녀 교육 기준 찾는 엄마들

3. 팟캐스트 ‘개아범’팀의 녹음 현장. ‘개저씨’가 되지 않으려는 아빠들이 매주 녹음실에 모여 특정한 주제로 수다를 푸는 ‘개아범’은 청취자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지난 12월에는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의 ‘12월 추천 팟캐스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유미 기자
3. 팟캐스트 ‘개아범’팀의 녹음 현장. ‘개저씨’가 되지 않으려는 아빠들이 매주 녹음실에 모여 특정한 주제로 수다를 푸는 ‘개아범’은 청취자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지난 12월에는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의 ‘12월 추천 팟캐스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유미 기자
그렇다고 자녀 교육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나 관련 공부가 전혀 소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배운 지식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커뮤니티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부산에서 ‘부모아이연구소 심(心)터’와 ‘엄마를 위한 수다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재숙 소장은 자녀 교육이나 심리, 대화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주변 엄마들에게 무료로 강좌를 열고, 강의를 들은 엄마들이 함께 자녀 교육을 꾸준히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엄마들은 이 소장이 운영하는 ‘엄마 대학’에서 비폭력 대화, 아이의 심리 등 다양한 지식을 배우지만 가장 뜨거운 반응은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 나온다. 엄마들은 주변 엄마들과의 스스럼없는 대화와 경험담을 통해 스스로를 객관화한다.

이 소장은 원래 세 자녀를 둔 사교육 강사였다. 영어 학원을 운영하던 이 소장이 엄마들을 모아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함께 고민하게 되기까진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큰딸이 사춘기 청소년이었던 시절 자주 겪었던 갈등이 있었다.

“집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는 내 딸이 집에 와서 정작 나와는 왜 부딪히는지, 이것이 첫 번째 질문이었어요. 나한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나를 탐구해보자 하고 공부를 시작하니 내가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냥 엄마의 욕심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무의식적인 엄마의 욕구가 아이를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게 하는지 깨닫게 됐어요.”

이 소장은 엄마들이 공부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평생교육학과 대학원을 갔고, 공부한 것을 엄마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엄마 대학’을 만들었다.

13살, 7살이 된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 허주원씨는 2013년부터 이 소장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10명의 엄마들과 정기적으로 독서모임을 열며 함께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이다. 허씨는 “자녀교육법에 대해 잘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마들끼리 그냥 모여도 아이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잖아요. 한데 저희는 ‘내가 바뀌어야 아이가 변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에요. 어떻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죠. 이 소장님께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생각은 에너지다’라는 것이에요.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죠. 아이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도 그냥 교육법 책에서 본 공식을 활용하면 소용이 없어요. 본인이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면, 그 에너지가 가족들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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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직장맘커뮤니티 가운데에도 엄마들이 교육법 책을 보는 대신 수다를 떨고,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직접 찾아나서는 모임이 있다. 동작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워킹맘인문학소모임 디자이너’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다. 하지만 엄마들이 모인 곳에 자녀들의 이야기가 빠지는 법은 없다. 매번 정해진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선정하고, 각자 보고 온 영화를 놓고 이야기를 펼치는 월례모임에서 엄마들은 ‘좋은 사람’,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함께 배운다.

이 모임의 대표 한정아씨는 “기존 부모 교육을 듣고 나면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 오히려 아이를 키울 때 꼭 필요한 인내나 여유를 배웠다”고 말했다.

“부모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에는 일회성 교육들이 많아요. 아이들 교육인데 함부로 유행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매번 어려움을 맞닥뜨리는데,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등을 어려워하다가 인문학 모임을 통해 오히려 답답했던 게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수가 선택한다고 해서 옳은 것은 아니구나’를 깨닫고 나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죠. 아이들 교육은 장기전이니, 제 안의 힘을 키워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자녀 교육은 장기전이다. 일관된 기준을 미리 세워둬야 갈림길에 서는 상황이 와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한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내가 스스로 세우지 않으면 사교육이나 교육정책 등 자녀가 성장하면서 매번 달리 오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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