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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연대’ 덕분에 학교에 웃음 터지네

베이비트리 2015.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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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인안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아빠들이 한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장규 교사 제공

순천 인안초 3학년 아빠모임

“아이들이 자동차 공장 견학보다는 친구들끼리 놀러 간다는 데 더 신난 눈치였어.”

“우리들이 봤을 때는 흥미로웠겠지만, 아이들 눈높이하고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

지난 1월23일 금요일 저녁 전남 순천의 한 횟집. 10명 남짓의 중년 남성들이 모여 여느 술자리에서 들을 수 없는 흥미로운 대화를 풀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전남 순천 인안초 3학년 1반 아빠모임(이하 아빠모임). 이날은 전체 인원이 18명에 불과한 인안초 3학년 학생들의 아버지들이 모여 2015년의 첫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아이들이 학교 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아빠모임에서 진행할 활동계획 세우기’,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및 봉하마을 견학 평가’ 등이었다. 여느 학부모회의의 안건과 다름이 없었다. 회의자료 하단에 적힌 ‘아빠가 바로 서야 아이들이 바로 선다’라는 문구는 아빠모임의 슬로건이자 공식 ‘건배사’다.

보통 ‘학부모 모임’이라고 하면 엄마들끼리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교육정보 등을 교환하는 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그래서 ‘아빠모임’은 더욱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빠모임은 학기중 방과 후나 주말, 또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모임에서 기획한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 겨울 방학식날에는 아빠들이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겨울방학 아빠 책 선물’을 줬다. 지난해에는 ‘아빠만캠프’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기획해 진행했다. ‘아빠들이 요리하기 귀찮아서 아이들에게 라면을 먹이면 어쩌나’ 하는 엄마들의 우려와는 달리 아빠들은 이날 간식으로 찐감자와 달걀을 준비하고, 회사에서 빔프로젝터를 빌려와 영화 상영회도 열었다. 아이들에게는 아빠와의 추억을 선사하고, 엄마들에게는 휴가를 준 셈이다.

폐교위기였던 순천 인안초
학교-가정 연계 소통 꾀하며…진짜 혁신학교 만든 건 ‘아빠들’
친목 다지던 모임으로 시작해…우연히 탄생한 교육공동체
어디서나 밝아진 아이들 모습은…아빠들이 만들어낸 유쾌한 변화

인안초등학교는 전남교육청이 선정하는 혁신학교 ‘무지개학교’다. 순천만 앞에 위치한 이 학교는 한때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까지 놓였었다. 2012년 무지개학교로 선정된 뒤 첫 입학생을 받았고, 그 입학생들이 현재 3학년이다. 그런 배경을 생각하면 아빠모임이 자녀를 혁신학교에 보내고자 했던 ‘열혈’ 아빠들이 꾸린 모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들 중엔 아이들 교육은 전적으로 엄마들에게 맡겨둔 채 바깥일에만 바빴던 평범한 아빠들이 대부분이다.

아빠모임이 생긴 것은 2013년 겨울이다. 학교에서 야영을 하는 ‘별보기캠프’에 아이들을 보러 갔다 만난 아빠들이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 게 그 시작이었다. 순천 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빠들이다 보니 서로 중·고교 선후배 사이인 경우도 흔해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 ‘애들 데리고 함께 야구라도 보러 갈까?’ 함께 모여 놀다가 이렇게 소소한 제안들이 나오면서 현재의 아빠모임이 꾸려졌다. 인안초가 ‘생태형 학교’를 지향하는 덕에 아빠들이 함께할 수 있는 캠프·야외활동이 많고, 학년 정원이 적어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점도 아빠모임이 활발해지는 조건이 됐다.

“아내가 아이를 혁신학교에 보내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반대했다. 아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그냥 평범한 학교에서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아이도 학교를 좋아하고, 아빠모임까지 하게 되면서 아이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걸 보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수미양의 아버지 이승준씨의 말이다.

지난 1월30일 인안초 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1년간 만든 학급신문을 모아 제본한 <어깨동무> 출판기념회 겸 학급 마무리 행사에 참가했다. 이장규 교사 제공
아빠모임이 결성된 뒤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었다. 김권중군의 아버지 김용백씨는 “아빠모임을 시작하고 나서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낀 건 아이들과의 스킨십이다. 예전에는 그냥 아빠니까 스킨십을 해주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 어깨를 주물러 준다는 핑계로 목말을 태워달라고 할 정도”라며 웃었다. 김용백씨는 권중군뿐 아니라, 같은 학교 1학년인 둘째를 위해 앞장서 1학년 아빠모임을 결성하는 중이다. 백승우군의 아버지 백재욱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다음엔 무엇을 해줄까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의 변화가 아빠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학교도 아빠모임의 덕을 톡톡히 봤다. 아이들의 담임을 맡고 있는 이장규 교사는 “학년 초에 비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빠들 자랑을 많이 한다. 애착 관계가 형성된 것”이라며 “가정에서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해준 덕분에 생활·인성지도도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아빠모임이 활성화되면서 학교에는 ‘교육공동체’가 꾸려졌다. 이 모임 덕분에 학교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혁신학교’가 된 것 같다. 처음 혁신학교로 선정되고 나서 ‘교육에는 학교와 가정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전 가족 모임도 기획했지만 아빠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다. 현재 아빠모임의 원동력은 자발성이다. 아빠들이 ‘스스로’ 모여 자연스럽게 아이들 교육 문제를 함께 고민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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