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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불안함은 현실서도 불안하단 것

2012.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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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희의 정신건강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심한 우울증 때문에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지난 10년 동안 약물치료만 받았는데, 최근 형부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울증 치료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합해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정보를 보고, 정신치료를 함께 받아보라고 권유해서 수소문 끝에 왔다고 했다.

그 환자는 면담 시간에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낮잠을 자면서 바퀴벌레가 달려드는 꿈을 꿨는데, 깨어나서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 ‘바퀴벌레를 잡으라’고 소리칠 정도로 생생했다고 말했다. 밤에는 주로 누가 칼을 들고 따라온다든가, 총을 쏘는 것을 피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

미국 출신의 유명한 정신분석가 가운데 한 사람은 자신이 정신병을 앓은 경험을 말한 적이 있다. 청소년기에 그는 낮잠을 자다가 커다란 거미가 자기를 덮치는 꿈을 꾸고 난 뒤 정신병적인 상태에 빠져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는 정신치료를 오래 받으면서 자신의 병의 뿌리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한 이후, 지금도 널리 알려진 정신분석학파의 개척자가 됐다. 그는 정신치료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한바, 자신이 어릴 적에 늘 몸이 아파 누워 있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극복되지 않아 정신질환이 발병했다고 봤다. 어머니가 항상 몸이 불편하니 자신이 보살핌을 받아야 할 시기에 거꾸로 어머니 걱정을 하고 자랐다.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아 생기는 허전한 마음과 분노심이 함께 자랐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편찮은 상태라 불만을 하소연하거나 해결할 길이 없어서 속으로 이를 억압하게 됐다. 그는 어머니와의 정서적 문제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평생 여자 환자 치료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아동들의 꿈에서 나타나는 귀신이나 괴물은 종종 자신의 분노심이 바깥 세계의 어떤 대상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억압된 분노심이 거꾸로 꿈에서 자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정신의학에서는 ‘투사’라고 한다. 꿈에서 공격을 받으며 쫓겨 다니는 내용이나 현실에서 막연하게 느끼는 공포심은 대개 자기 안에 내재돼 있는 분노와 관련이 많다. 정신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분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면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공격을 받고 쫓기는 상황에서, 자신이 대적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어 나간다. 처음에는 나약하게 대응하다가 나중에는 단호하게 제압할 수 있는 내용으로 꿈이 바뀌어 나간다.

그 환자는 어릴 적에 어머니가 힘이 들어 자신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집을 나간 적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떠나고 난 뒤 처음에는 불안했고 나중에는 미웠다고 했다. 모든 자녀들은 부모가 밉지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하니 자기감정을 억압해야 한다. 정신치료는 억압된 감정을 안심하고 말하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꿈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장소나 시간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꿈에서 느끼는 감정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꿈을 이해하는 데에는 꿈의 상징을 좇아가는 지적인 노력보다 꿈속에 흐르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정신치료에 가장 도움이 된다.

허찬희.JPG  허찬희 수성중동병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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