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무상보육 허술한 설계…‘맞춤형’ 혼란 자초한 정부

베이비트리 2016. 06. 16
조회수 4066 추천수 0
어린이집 “맞춤반 20% 삭감 반대”
정부 “보육료 지원 총액은 증액”
시행 초기부터 정교하지 못한 설계
제도 변경 과정서도 정책 불신 초래

맞춤형 보육 제도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보육료 삭감에 반발하는 민간어린이집들이 집단휴원을 예고한 데 이어 야당도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12년 3월 전 계층에 획일적으로 종일반 지원을 하는 0~2살 무상보육을 실시한 이후 뒤늦게 맞벌이 가정 위주로 정책을 바꾸려 하고 있지만, 시행 초기 정교하지 못한 제도 설계에 이어 제도 변경 과정에서도 혼선만 키우는 모양새다.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0~2살 아동을 대상으로, 맞벌이 가정의 아이에 대해서는 종일반(12시간)으로, 홑벌이 가정 아이는 맞춤반(약 7시간)으로 편성하는 제도다. 현재는 모든 아이에게 종일반에 해당하는 보육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안 보내면 손해”라는 생각에 어린이집 이용이 불필요하게 늘어나고, 오히려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 제도 변경 취지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 단체들은 맞춤형 보육이 보육료 삭감과 보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맞춤반 보육료 지원이 종일반에 견줘 20% 삭감되기 때문에, 어린이집이 경영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7월4~6일,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오는 23~24일 집단휴원에 나설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4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맞춤형 보육을 실시하면 가정어린이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7월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15일부터 ‘맞춤형 보육 시행 연기 및 재검토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15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보육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제도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부는 맞춤형 보육을 위해 보육료 예산을 지난해보다 1083억원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 차관은 “전날 당정 간담회에서 종일반 자격이 되는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고, 보육료 중 기본 보육료(어린이집 운영비)는 삭감하지 말아 달라는 어린이집 쪽 요청을 전달받았다. 오는 24일까지 완료되는 종일반 신청 결과를 지켜본 뒤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간어린이집과 정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배경은 7월 이후 달라질 보육료 지원에 대한 관측이 서로 다른 탓이다. 정부는 7월부터 보육료를 6% 올려주면 1440억원의 인상분이 생기기 때문에, 맞춤반 편성으로 375억원이 삭감되더라도 결과적으로 1083억원 증액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범사업 결과에 근거해, 신청 비율을 80%로 잡은 계산이다. 정부는 또 맞춤반에 대해 월 15시간의 보육바우처를 제공하면, 20%가 아니라 3% 감액이라고 강조한다.

반면에 어린이집 쪽은 “지역에 따라, 맞춤반 비율이 높은 어린이집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보육료 지원 총액보다는 맞춤반에 대한 20% 삭감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또 “맞춤반이더라도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데 보육료를 삭감할 경우,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제도 시행 초기에는 왜 종일반과 맞춤반을 나누지 않았는지, 혹은 지금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 게다가 정책 변경 과정에서 정부가 맞춤반 보육료 20% 삭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개별 어린이집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등을 충분히 검증해서 설명하지 못한 탓에 현장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애초 2012년 3월 0~2살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제도 설계가 미숙했던 점을 시인하고 있다. 방 차관은 “무상보육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도입하다 보니 부모들이 종일반으로 맡기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심리가 퍼진 측면이 있다”며 “외국에서도 전일제는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0~2살은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

    양선아 | 2019. 04. 26

    [뉴스AS] 정부 ‘기초학력 보장 강화’ 정책지난해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결과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면서 기초학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과거 일제고사 형태로 성취도 평가를 할 때 초등학생들이 시...

  • 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

    양선아 | 2019. 03. 28

    국내 초·중·고등학생들의 키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몸무게는 늘어 비만율이 높아지는 ‘적신호’가 켜졌다. 중·고등학생 다섯명 중 한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가 하면,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답한 고등학생이 무려 80.54%에 이르는 등...

  • 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

    베이비트리 | 2019. 03. 27

    ‘1월 인구동향’ 1월 출생아수 3만3백명 기록2015년 4만1900명 뒤 해마다 역대 최저치인구 1천명당 출생아 6.9명으로 7명대 져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 발표 예정에 이어관계부처·연구기관 ‘태스크포스’ 구성하기로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

    베이비트리 | 2019. 03. 25

    아이 아빠가 2~3살 아이들에게 자꾸 스마트폰을 보여줘요Q. 3살과 2살 연년생 남매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남편과 양육관이 달라 고민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문제로 다툴 때가 많습니다. 남편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하면 주로 스마트폰을 보여줍니...

  • 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

    양선아 | 2019. 03. 20

    동반사퇴 제안했다가 철회하고 단독출마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등 강성 기조 개학연기 투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유총의 차기 이사장 선거에 ‘이덕선 현 이사장의 후예’로 꼽히는 김동렬 수석부이사장이 단독 출마하기로 했...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