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선행 학습 후행 성적

이정희 2013. 02. 15
조회수 10385 추천수 0
20130213_03.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이에게 영어와 수학 학원을 보낸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요즘 갑자기 드네요! 초등과정에서는 과외 도움 없이도 학습 내용을 곧 잘 이해하며, 학교생활을 활기차게 마무리했던 아이인데, 최근 들어 다니고 있는 학원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어떤 때는 한탄조로 말하기도 합니다. 중학교 들어가면 분명 공부 내용을 못 따라 갈 것 같다고 자신 없어 하네요. 이렇게 위축된 아이에게 어떻게 용기를 주어야 하나요?”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게 학원 등록을 권장합니다. 이 기간에 적어도 다음 학년을 위한 주요과목들을 준비시키면, 새 학기에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위의 사례는 선행학습의 전형적인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생활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자연스런 학습 동기부여와 자존감을 학원 진도를 통해 빼앗겨 버린 경우입니다. 

또 다른 현상들도 자주 있습니다. 선행학습이 아이에게 오히려 학습의 기쁨을 줄어들게 하며, 학교에서의 집중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호소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더 심한 경우는 내신 대비로 보낸 학원 공부 때문에 학습 의욕이 현격히 저하되어 성적이 오히려 들쭉날쭉하다가 심지어 공부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해 한 것이 애석하게도 되돌릴 수 없는 선행학습의 부작용을 가져온 것입니다. 
 
물론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한가지입니다. 그 부작용 보다 학습 장려의 긍정적인 작용, 즉 가까운 미래의 좀 더 나은 성적을 위해 기꺼이 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학습 발달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재촉당하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해 볼 수 있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습니다.
 
“풀은 잡아당겨도, 더 빨리 자라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이 풀을 너무 세게 당기면, 그것이 끊어지거나 그 뿌리를 다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그 풀은 건강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선행학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학습 수준과 능력을 벗어나 지나치게 빠른 진도를 요구한다고 해서, 아이가 앞당겨 제공받는 학습 내용을 기계적으로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선행학습은 결국 부모가 자신의 “안심용”으로 선택하여 돈을 지불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녀에게 독소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성공적인 학습은 일반적으로 어떻게 일어날까요? 
새로운 구체적인 학습 정보가 이미 존재해 있는 지식에 연결되어야 비로소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실제로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가 단순히 정보 덩어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능력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앎과 연결할 수 있어야 이른바 ‘자기화’가 일어납니다. 이런 연결은 아이가 학습과정을 스스로 정할 때만, 가능할 수 있다고 교육학자들은 강조합니다(Neubauer/Stern 2007).

그런데 그 능력과 앎의 정도는 부모나 교사(학교 또는 학원)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 만이 자신의 정도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주입식으로 반복하거나 외워서 익힌 것은 재빨리 다시 잊어버리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직접 쌓아 독립적으로 새로운 통찰에 도달해야, 나 혼자 그것을 해냈다는 느낌과 함께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배우겠다는 아이의 내적 충동이 준비되어 있을 때 그 추진력을 통해 비로소 성공적인 학습이 일어납니다. 

다양한 부작용을 생각하여 내신을 대비한 선행학습은 오히려 시키지 않을수록 아이의 내면 발달에 유익합니다. 학부모는 아이의 잠재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기대치를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현명합니다. 

Q. 큰 아이가 이제 중3에 올라갑니다. 성격이 소심한 편이고 학습은 집에서 스스로 노력하는 유형입니다.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그 결과가 매번 좋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정말 안타깝습니다. 제가 지켜보아도 공식 같은 것을 평소 잘 외웠는데, 실험에서 실력 발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험 결과에 늘 불만족하는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학원이라도 보내야할지 망설이는 중입니다.    

A. 학습 방법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심한 성격이라 아마도 스스로 강요하여 학습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즉 호기심과 관심 속에서 주도적 학습을 하기보다, 아이가 책임감 때문에 의무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반복하는 형태로 외우는 학습 방식은 지식이 일시적으로 받아들여진 상태에 불과합니다. 그 내용이 자기 것으로 소화된 상태가 아닙니다. 결국 아이는 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시험에서 막히는 것입니다. 어떤 공식을 외우기보다 그 원리를 터득해가는 쪽으로 학습 방법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 스스로 학원 공부를 진정 원하면, 선행학습의 의도가 아니라 - 보충 학습의 수단으로 일정 기간 허락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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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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