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자녀에게 집안일 의무화, 법으로 만든다면?

양선아 2015. 03. 03
조회수 10711 추천수 0

가사노동 분담률 낮은 한국
아이들도 학습 시간 계속 늘어
스페인, 법제화 움직임까지
집안일 어릴 때부터 시켜야
책임감·자존감 쑥쑥 커져

집안일.JPG
맞벌이로 바쁜 엄마 아빠를 도와 빨래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남매가 돕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도와온 남매는 웬만한 집안일은 척척 한다. 전문가들은 집안일에 동참하면서 아이들이 자존감, 자립심, 책임감, 소속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빨래하고 음식 만들고 정리하고 청소하기.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 일들을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주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4’ 보고서만 봐도 한국 남편들은 아내와 공평하게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비율이 북유럽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가사 노동 분담률이 저조한 것은 부부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성적만을 중시하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아이를 키우는 문화 속에서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10대 아이들(10~19살)은 요리·청소와 같은 가정관리에 사용하는 시간이 1999년도에는 하루 평균 39분이었고, 2009년도에는 하루 평균 38분이었다. 반면 학습에 사용하는 시간은 1999년도에는 하루 평균 7시간41분이었는데, 2009년도에는 7시간50분으로 학습 시간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아이들 교육이 학습 위주의 한국과는 달리 자녀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을 아예 법적으로 의무화하자는 나라가 있다. 흥미롭지 않은가? 바로 그 나라는 스페인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의 저자이자 글로벌 시티즌십 전문가인 송은주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스페인의 대중당 알레르토 구티에레스 알베르카 의원은 ‘아이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법안을 내놔 스페인 사회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법안은 아이가 훌륭한 시민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제시하며 어른들이 함께 구축해야 할 의식을 규정하고 있다. 나이·성별·국적에 상관없이 사람을 존중하기 등을 포함한 이 법안에서는 여러 조건 가운데 18살 이하 자녀들은 가정을 돌보고 집안일을 수행할 공동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시화하고 있다. 송 박사는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책임감을 배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본 반면, 반대론자들은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킬 것인가는 가정에서 부모가 결정해야 할 일이지 정부가 규제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가족 문제를 사적인 영역 문제로 여기지 않고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은 스페인에서는 이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스페인에서는 결혼서약서에 남편이 반드시 집안일, 육아 및 어른 봉양의 50%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명시하도록 했고, 2014년에는 이를 거부할 경우 법적 제재 조치까지 받도록 내용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남편이 결혼 기간 동안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약 1억4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한 판례까지 나온 바 있다.

스페인의 이러한 흐름을 차치하고서도 많은 자녀 양육 전문가 및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집안일에 참여시키면 아이들의 자존감, 소속감, 책임감, 자립심 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남녀 평등의식은 물론 학습 능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국 상황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원 가고 숙제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집안일이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집안일 시키기의 효능을 확인하고 연령대에 맞게 집안일 교육에 돌입해보면 어떨까?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는 심부름 습관>의 저자이자 일본에서 ‘가사 학원’을 열어 집안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쓰미 나기사는 아이 연령별로 어떻게 집안일을 가르칠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만 1~3살 아이들에게 집안일은 놀이의 연장이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쓰레기를 골인시켜봐” “우유 마신 컵을 개수대에 갖다 놓자” 등 간단한 집안일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야 한다. 아이가 해볼 때는 도와주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부모가 먼저 도와주면 아이의 의지력이 약해진다.

만 3~6살 아이들은 작은 일이라도 역할을 만들어 맡기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물건 넣기, 수돗물 잠그기 등 작은 일이라도 전적으로 맡겨본다.

만 6~10살 아이들은 완성된 집안일을 맡길 수 있는 나이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쌀을 씻거나 욕실 청소를 하고 자기가 어질러놓은 물건을 치우기, 이부자리 펴기 등 완성된 집안일을 맡겨야 한다. 이때 아이가 잘하고 있는지 지켜볼 생각으로 부모가 옆에 서 있기보다, 아이가 “다 했다”고 말할 때 꼼꼼하게 확인하고 잘한 점을 찾아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만 10살부터 독립할 때까지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녀에게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익히면 나중에 독립했을 때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인 포스터 클라인과 미국 최고의 자녀교육 전문가인 짐 페이는 <아이는 책임감을 어떻게 배우나>에서 집안일 시키기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의 일상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모들 스스로도 집안일을 억지로 힘들게 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고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이들은 사랑과 원칙이 있는 현명한 부모라면, 집안일 목록을 붙여놓고 아이가 어떤 일을 선택할지 기회를 주고, “다음 식사 때까지” “축구장에 데려다주기 전까지” 등과 같이 시간대를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최신글




  • 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

    양선아 | 2019. 04. 26

    [뉴스AS] 정부 ‘기초학력 보장 강화’ 정책지난해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결과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면서 기초학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과거 일제고사 형태로 성취도 평가를 할 때 초등학생들이 시...

  • 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

    양선아 | 2019. 03. 28

    국내 초·중·고등학생들의 키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몸무게는 늘어 비만율이 높아지는 ‘적신호’가 켜졌다. 중·고등학생 다섯명 중 한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가 하면,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답한 고등학생이 무려 80.54%에 이르는 등...

  • 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

    베이비트리 | 2019. 03. 27

    ‘1월 인구동향’ 1월 출생아수 3만3백명 기록2015년 4만1900명 뒤 해마다 역대 최저치인구 1천명당 출생아 6.9명으로 7명대 져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 발표 예정에 이어관계부처·연구기관 ‘태스크포스’ 구성하기로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

    베이비트리 | 2019. 03. 25

    아이 아빠가 2~3살 아이들에게 자꾸 스마트폰을 보여줘요Q. 3살과 2살 연년생 남매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남편과 양육관이 달라 고민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문제로 다툴 때가 많습니다. 남편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하면 주로 스마트폰을 보여줍니...

  • 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

    양선아 | 2019. 03. 20

    동반사퇴 제안했다가 철회하고 단독출마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등 강성 기조 개학연기 투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유총의 차기 이사장 선거에 ‘이덕선 현 이사장의 후예’로 꼽히는 김동렬 수석부이사장이 단독 출마하기로 했...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