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생각하는 뇌를 만드는 여섯 가지의 힘

김영훈 2015. 05. 11
조회수 10298 추천수 0

어린이들.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생각하는 뇌'는 학습보다는 환경자극으로 키워진다


아이는 끊임없이 주위의 대상물을 자극해서 외부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아이의 능동적인 행동이 사고력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아이의 뇌는 유연하기 때문에 대상을 조작하는 활동은 아이의 사고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동시에 아이는 자신이 알려고 하는 대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아이의 사고력은 강화됩니다. 아이의 사고력은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경험과 동떨어진 상황에서는 자신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사고력은 한계가 있지만, 그것이 결코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상황과 경험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유연성과 역동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아이는 24개월이 되면 언어나 이미지 능력의 발달로 표상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록 눈앞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라도 그 대상을 머릿속에 생각해 내거나 관련짓는 등의 정신적 작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특정의 사물을 다른 사물로 바꾸어 표현하는 상징 기능의 발달로 소꿉놀이나 의사놀이 등의 상징놀이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엄마흉내를 내기도 하고 장난감 청진기로 진찰을 하기도 합니다.


직관적 사고도 생깁니다. 어떤 시각자극이 제시되면 그 자극의 한 부분만을 주목하여 그것을 그 자극의 본질인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인지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관적인 사고는 자기만의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고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상상이 이루어지는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생각하는 뇌를 만들려면 특정한 뇌의 영역을 발달시키는 학습과 훈련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자극을 통해 뇌를 골고루 계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여기서 환경자극이란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림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가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과제에 도전을 하거나, 다른 아이들을 만나는 등의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뇌에 끊임없이 환경자극을 주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시냅스가 증가하고 모든 뇌 부위의 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생각하는 뇌가 되어갑니다.


[우리 아이 생각하는 뇌를 만드는 힘]


1. 관찰의 힘


생각하는 뇌의 첫걸음은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그림책을 보기 시작할 때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다른 그림 찾기 등을 통해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세요. 빨리 정답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는 이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관찰과 몰입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퍼즐 맞추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퍼즐을 맞출 때 아이의 모습을 보면 꽤 집중력을 가지고 맞춥니다. 아이가 다른 그림을 찾고 퍼즐을 맞추는 과정에서 관찰력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사고력이 생깁니다. 아이들은 관찰력이 뛰어나므로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작은 발견에도 ‘와 잘했다’라고 호응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물체는 각기 다른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도형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사고력을 길러주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갖가지 모양의 도형 그림을 그리고, 그 도형을 통해 또 다른 도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사고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동그라미로 만들어진 일상용품을 모아보세요. 냄비, 화장품, 물컵, 훌라우프 등을 함께 모아서 아이로 하여금 공통점을 느끼게 하고 도형의 개념을 익히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다양한 도형판을 주세요. 다양한 도형들을 이리저리 연결하고 배치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가령, 아이가 다양한 모양의 도형판으로 자동차를 만든다고 합시다. 아이는 우선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어떤 모양의 도형판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나름 네모 모양, 세모 모양 도형판을 골라 놓고도, 또 어떻게 연결하고 배치해야 하는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외에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관찰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입니다. 공간에 대한 정보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진이나 영상, 그림 등을 보고 그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다녀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해마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이렇게 자극을 받는데, 여행을 떠나 직접 같이 다니면서 보고, 듣고, 맛보고, 맡고, 만지고, 느끼면서 뇌는 흥분합니다.


2. 어휘력의 힘


그림책 읽기와 물어보기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세요. 아이는 언어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법입니다. 즉 아이가 새로운 단어를 배워가는 것은 단순히 언어가 발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단어는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어떤 단어를 하나 새로 알게 되면 사고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지고 상상력도 커집니다. 아이의 어휘력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와 함께하는 대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 아이와 무작정 대화하기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풍부하고도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여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거리를 줄 수 있도록 대화하여야 합니다. ‘호돌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처럼 앞으로 예측되는 상황을 물어도 좋고 ‘아기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처럼 주인공의 마음을 상상해보는 물음을 물어도 좋습니다. 아이가 24개월에서 36개월이 되면 언어가 급속하게 발달하고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의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질문을 잘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존중하여야 합니다.


3. 긍정성의 힘


부모가 아이의 생각하는 뇌를 만들려면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아이들이 하는 ‘탐탁지 않은’ 행동을 관대하게 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다르다는 것 또는 자신의 독립성과 호기심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은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주어진 정보를 신중하게 조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중요한 것은 비판 없이 아이디어가 산출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과정에서 초기부터 너무 자기통제를 많이 하고 경험을 성급하게 판단해버리면 창의적인 관찰을 시들게 합니다. 부모는 잘 적응하라고 동조와 복종을 요구하기보다는 용기, 독립적인 판단, 비판적 사고를 중요시하여야 합니다. 과도한 성역할 차이를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성역할 차이를 강조하면 남아들은 감정적 민감성을 억누를 수 있고, 여아들은 주장성, 자신감, 그리고 충동성을 억누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수정과 비판을 최소화하고, 의사소통을 늘리고,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도록 하여야 합니다.


4. 융통성의 힘


융통성은 장애물을 만나거나 일에 차질이 생기거나, 새로운 정보를 접하거나 실수가 있는 등의 상황과 맞닥뜨릴 때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융통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문제나 변화에 별다른 무리 없이 ‘물 흐르듯’ 대처할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계획을 바꾸어야 할 때조차도 이들은 재빨리 상황에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을 잘 풀어나갈 수 있으며, 실망이나 좌절감을 재빨리 극복하는 등의 필요한 감정 조절도 거뜬히 해낼 수 있습니다. 반면 융통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 변화가 닥쳤을 때 놀라고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우왕좌왕’하곤 합니다. 융통성이 있으려면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조종한다고 느낄 때 경직되곤 합니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5. 자연의 힘


조기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칼비테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다른 아이와의 경쟁에서 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일찍부터 자연을 접하게 하였습니다. 활동하기 편하도록 헐렁한 옷을 입히고,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가볍게 부는 날에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도록 일부러 마당에서 재우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소리는 귀를 피로하지 않게 하며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풀벌레 소리, 새소리, 계곡물소리는 청각변별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아기가 12개월이 되면 자연의 빛깔을 제대로 완벽하게 볼 수 있도록 시각이 발달하는데 야외에 나가 숲을 보여주고 벌판을 보여주세요. 시각변별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코르티솔도 줄어듭니다. 디지털음악이나 모니터의 색들은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연의 소리와 색을 들려주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집안에 있는 애완동물들을 만져보게 하세요. 금붕어, 거북이, 새, 강아지, 고양이 등에 먹이를 주세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만지기도 할 것입니다. 꿈틀하는 생명체의 느낌은 아기에게는 아주 새로움 감각이고 창의력의 원천입니다. 마당에 있는 작은 꽃과 벌레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가만히 만져보게 하세요. 아이는 이러한 생명체를 만져보면서 생체리듬을 느낄 것입니다.  


6. 휴식의 힘


우리 뇌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강제로 쥐어짜기 보다는 아무 목적도 없이 놀도록 내버려둘 때 훨씬 자유롭게 활동을 합니다. 강제로 쥐어짜는 과정에서는 그 과제에 필요한 활동 이외의 다른 활동은 억제됩니다. 그러나 긴장이 없는 편안한 환경에서는 뇌가 특정한 일이나 작업을 위해 다른 모드를 억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창의력이 더 잘 발휘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육아책에 나오는 발달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아이가 뭔가 새롭고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쉽습니다. 창의성은 도전하고 실수하고, 또 실패도 해보면서, 다시 추슬러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실수하는 것을 겁내합니다. 아이가 창의성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선천적인 뇌기능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창의적인 활동에 대한 호기심이나 자발성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이런 차이는 부모의 양육태도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아이의 강점을 살리는 양육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성숙한 삶과 성공을 이루어가는 발달패턴과 속도는 저마다 다릅니다. 뇌의 발달패턴도 아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와 패턴을 무시하면 자존감, 유능감 그리고 자기주도성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성공해도 이후의 실패가 너무 커서 탄성회복력이 문제가 됩니다. 느리게 성공할 아이를 일찍 다그치면 느리게 성공할 자기주도성과 기회를 잃어버려 의존적인 아이가 됩니다. 따라서 아이의 행동이 느리다면, 늘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 것은 아닌지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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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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